삼국지

시작된 육손의 화공(火攻)

오토산 2022. 2. 10. 08:14

삼국지(三國志) .. (332)
시작된 육손의 화공(火攻)

한편,

조자룡이 공명의 부름을 받고 찾아왔다는 시종의 전언이 들려왔다.

 

"승상 !

조운 장군께서 오셨습니다 !"

 

"어 ?

어서 모시거라 ! "

 

"예 !"

"승상, 무슨 일로 급히 부르셨습니까 ?
형주 공격 때문입니까 ?"

 

조자룡이 공명에게 예를 표하며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허탈한 웃음을 웃어 보이며,

"조 장군,

며칠후면 패전 소식이 전해 질 것이오.
칠십만 대군이 아마도 전멸을 당할 지도 모를거요."하고,

말하니,

조자룡이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한다.

 

"에 엣 ?

어찌 그런 일이 ?..
이번 출정에선 계속해 연승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
천도까지 고려했는데 어찌 된 겁니까 ?"

"언제나 그렇듯이 복(福) 안에 화(禍)가 숨어있는 법이오.
폐하께서 몇 달동안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뒤에 철수를 고려치 않으시더니

 여름이 오자 더위를 피하려고 주둔지를 산속으로 옮기셨소.
내 예상이 맞다면 육손이 화공(火攻)을 펼칠 것이고,

우리 아군은 곧 커다란 위기에 처할 것이오."

"화공 ?...

과거 적벽대전 때 승상께서 동풍을 빌어 주유의 화공을 도우셨잖습니까 ?

지금까지도 그 때 일이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폐하께서는 잊으신겁니까 ?"

 

"총명한 사람도 실수는 있기 마련이오.

아 !.. 제왕이 되신 후에 자신감이 넘치시는 바람에..
아 ! 됐소 그만 합시다."

공명은 거기까지 말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조자룡 앞으로 다가서며 말한다.

 

"조 장군,

그대는 숱한 위기 속에서 폐하를 구해왔으니 이번에도 힘을 써줘야겠소." 

 

"승상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지금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되오 ?"

 

"보병과 기병,

각 일만 명씩 있습니다."

 

"보병은 그냥 남겨두고,

기병 만 명을 이끌고 즉시 효정 전선으로 달려가 육손을 저지한 후,

폐하를 속히 백제성으로 모시고 가주시오. "

"알겠습니다."
           
이무렵 동오의 육손은 유비를 섬멸시키려고 이미 행동을 개시하였다.
그는 모든 장수들을 불러 놓고 말한다.

 

"내 중임을 맡은 이후로 은인자중을 해왔으나

이제는 촉군을 섬멸시킬 때가 왔소.
먼저 강의 남쪽에 있는 적의 영채를 쳐야 하겠는데 누구 자원할 사람은 없소 ?"

육손의 입에서 그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당, 주태, 능통이 앞을 다투어 자원한다.

 

"소장을 보내 주십시오 !"

 

"아니. 소장에게 맡겨 주십시오 !"

 

한당과 주태는 지난번 패배를 설욕하고 싶은 의지가 불타 올랐다.
육손은 세 사람의 장수들을 신중히 둘러보다가 이들이 아닌,

 

"순우단(淳于丹)에게 군사 오천을 줄 터이니,

장군이 나가서 야음을 틈타,

유비가 주둔하고 있는  제사영(第四營)을 치도록 하시오."하고,

명한다.

순우단이 군사 오천을 거느리고 출정 길에 오르니,

이번에는 서성(徐盛)과 정봉(丁奉)에게 군사 삼천씩을 주면서 말한다.

 

"장군들은 오 리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순우단이 쫒겨오거나 유비 자신이 나타나거든 그들을 격퇴 하되,

그들이 쫒겨 달아나더라도 결코 쫒아가서는 안 되오."

이윽고 촉군과 순우단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순우단은 촉군과 변변히 싸워보지 못하고 여지없이 쫒기고 말았다. 
순우단은 하마터면 촉군의 포로가 될 뻔한 것을

서성과 정봉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패전을 하고 돌아온 순우단은

육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하였다.

 

"대도독을 뵈올 면목이 없나이다.
군율에 의해 패전의 벌을 내려주소서."

그러나 육손은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순우단을 위로한다.

 

"이번에 패한 것은 결코 장군의 허물이 아니오.
내가 촉의 허실(虛實)을 알아보기 위해

장군에게 시험삼아 심야에 기습하게 했던 것이오.
따라서 이번 실패로써 파촉지계(破蜀之計)를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장군의 실패는 우리로서는 큰 소득이오."
서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어제밤과 같은 실패가 계속 된다면 패망이 있을 뿐인데,

어떤 방도로 적을 무찌른단 말씀이오 ?"

 

"나의 계책은 제갈공명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오.
천만다행한 것은 지금 적진에는 공명이 없다는 것이오.
이것은 하늘이 우리를 도우시는 것이 아니겠소 ?

그러니 우리가 승리할 것은 뻔한 일이오."
육손은 이렇게 대답을 하고 나서 즉시 군령을 내린다.

 

"우리가 지난 오륙 개월을

적을 눈앞에다 두고서도 싸우지를 않았소.
허나, 이제는 싸울 때가 되었소.
폭염에 날이 가문 지도 달포가 되었으니,

이제는 천시(天時)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를 모두 얻은 셈이오.
이제야말로 우리는 최후의 승리를 위해 싸워야 할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오.

 

장군 주연(朱然)은 배에 건초(乾草)를 가득 싣고

수군(水軍)과 함께 강상(江上)에 진군해 있으시오.
그랬다가 내일 오후에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면

건초더미 속에 유황염초(硫黃焰硝)를 집어 넣어 불을 질러가지고
투석기(投石機)에 얹어 적의 군영으로 날려 보내시오.

 

그리고 한당과 주태 장군은 각각 일군을 거느리고 강북과 강남에 매복해 있다가

적진에 불이 일어나거든 불화살을 적진에 퍼부은 뒤에 총공격을 개시하시오.
그리하면 지난번 전투에서 수많은 병사를 잃은 책임이 상쇄될 수가 있을 것이오."

 

"예 !"

 

"예 !"

 

"예 !"

육손은 서성과 정봉을 비롯한 장수 개개인에게도

칠백여 리에 걸친 사십여 개의 유비군 군영을 화공으로 공격하도록 명하니, 
육손이 대도독이 된 이후 이렇게도 과감한 공격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기에 모든 장수들은 군령을 받은 즉시 힘찬 대답을 하며 임무에 들어갔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자 한당이 일군을 거느리고

유비의 중군 군영을 공격목표로 명을 하달한다.

"모두 잘 들어라 !

공격개시의 신호가 오는 즉시 화공을 개시한다 !
적군이 혼란에 빠졌을 때 나를 따라 진격하도록 한다.
대도독께서 유비를 생포할 때 까지 계속 공격하라는 엄명을 내리셨다 ! "

 

"알겠습니다 !"

 

"명심해라,

우리에게 패배란 없다 !"

 

"필승 ! 필승 ! 필승 !"
병사들의 사기는 양양하였다. 

한편,

중군에서 지켜보던 육손은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자 공격개시 명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불꽃을 단 화살이 공중으로 쏘아 올려지자

유비의 중군인 제사영(第四營)에 대한 공격을 필두로

촉군의 사십여 개에 걸친 군영에 대대적인 공격이 가해지기 시작하였다. 

오군은 불화살을 일시에 촉군 군막으로 날려보내고, 
투석기는 유황염초를 감싼 건초더미를 연거푸 발사하였다. 
촉군은 오군의 기습공격에 당황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투석과 화살이 연이어 날아들고

화살과 투석 조차도 맹렬한 불을 달고 떨어지니

어둠 속에서 화살을 피하랴 불을 끄랴 정신이 없었다. 

유비의 군영의 초소와 목책은

보름간이나 지속된 폭염으로 마를 대로 말라있어 불화살 한 방으로 쉽게 타올랐다.
잠을 자다가 깨어난 촉군 병사들은 잠이 미처 깨기도 전에 불화살을 맞고 쓰러져갔다. 
촉군 진영에서는 폭염과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촉군의 군마는 불길 속에 놀라 달아나 버리고

달아나는 말 발굽에 치어 죽는 병사도 발생하였다. 
불에 탄 군영이 쓰러지면서 촉군 병사들을 깔아 뭉갰다. 
이윽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한당이 병사들에게 총공격을 명하였다.

"이제 모두 공격을 개시하라 !
유비를 생포하라 ! 공격 !"

"와아 ! ~..."

 

오군 병사들은 천지를 뒤덮는 함성을 지르며

유비의 군영으로 물밀 듯이 몰려 들어갔다. 
그리하여 저항하는 촉군 병사들을 가차없이 베고 찌르고,

아직도 남은 군영에는 불화살을 쏘아댔다.  

이런 소란속에 군영에서 잠을 자던 유비가 놀라 일어났다.
그 순간 관흥이 침소에 뛰어들며 소리친다.

"폐하 !

오군이 화공을 펼쳐 아비규환이 따로 없습니다 !"

 

"화공 ?"

 

"예 !

주변이 모두 수목으로 둘러싸여 속수무책입니다.
거의 모든 영채에 불이 붙어서 속히 피신하셔야 합니다."

 

"무엇이 ?

검을 내와라 ! "
유비는 피할 생각은 아니하고 싸울 요량으로 칼을 잡는다.

 

"폐하 !

아니됩니다 ! "

관흥이 말리는 와중에

유비가 밖으로 나와보니 군영은 온통 불바다로 변해 있었다.
한당이 유비의 군막을 확인하고 소리친다.

"나를 따르라 !

유비를 생포하자 !"
이어서 주태도 소리친다.

 

"유비를 잡아라 !"

관흥을 비롯한 측근에 의해 말에 태워진 유비는

불길을 뚫고 가까운 풍습(馮習)의 진지로 말을 달렸다.

 

그러나 풍습의 진지로 달려와 보니,

그곳은 이미 오장(吳將) 서성이 이미 풍습의 군사를 완전히 섬멸시키고

진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폐하 ! 여기도 위험합니다.

이제는 백제성으로 피신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누군가 유비의 말 고삐를  잡아끌며 큰소리로 외친다.
유비는 불길을 좌우로 갈라 헤치며 정신없이 앞으로 달렸다.
불길 속을 급히 달리는데 문득 뒤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폐하 !

소장이 모시고 가겠나이다 !"

그제사 돌아다보니, 풍습이 십여 기를 거느리고 쫒아온다.
그러나 얼마를 못 가서 유비는 적장 서성의 급한 추격을 받게 되었다.
풍습과 서성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나 풍습은 십여 합 만에 서성의 칼에 그자리에 쓰러진다.

유비는 급히 쫒겼다.

"유비를 사로잡아라 !"

 

서성이 군사를 이끌고 맹렬히 추격해 온다.

유비가 어쩔 줄을 모르고 정신없이 쫒겨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전방에서 적장 정봉이 달려든다.
유비는 글자 그대로 진퇴유곡이었다.

 

앞에는 정봉,

뒤에는 서성이 추격해 오고 있으니,

이제는 꼼짝없이 적에게 사로잡히게 되었구나, 하고 탄식하고 있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장포가 일군을 이끌고 우레같이 달려와 정봉의 에움을 격파하고

그대로 유비의 전진을 돕고 서성을 막아서니

유비는 구사일생으로 산중으로 계속해 피신하였다.

이렇게 가기를 십여 리,

산중에서 문득 일군이 급히 달려오는데 유비는 또 적병인가 싶어

간담이 서늘해 오는데 알고 보니 그는 촉장 부동(蜀將 傅彤)이었다.
유비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돌리며 마안산(馬鞍山) 꼭대기로 올라갔다.

 

산위에서 바라보니

화염(火焰)이 장장 백여 리에 걸쳐 하늘을 찌를 듯이 타 오르고 있었는데,

유바는 그제서야 육손의 원대한 화공계(火攻計)를 깨닫고,

 

"아아,

천하에 무서운 육손이었구나 !"하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였다.
                       
333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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