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패착(敗着)

오토산 2022. 2. 8. 08:27

삼국지(三國志) ..(330)

유비의 패착(敗着)

손권은 장소, 제갈근 등을 비롯하여 호위 병사들에 호위를 받으며

육손의 군영에 도착하였다.

 

손권이 영문으로 들어서니

명령 불복종의 팻말이 걸린 부준의 수급(首級)이

효수(梟首)된 것이 눈에 띄였다.

손권을 비롯해 수행해 온 제갈근과 장소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순간, 육손을 비롯한 장수들이 다가와 무릅을 꿇으며,

"주공을 뵈옵니다 !"하고,

아뢰니,

손권의 시선이 육손과 그의 장수들에게 향했다.

 

"음 ! 백언,

일어나시오."

 

손권이 육손에게 명하자,

육손을 비롯한 장수들이,

 

"망극하옵니다 !"하고,

대답하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권이 이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을 비롯해 여러 장군들이 촉군을 맞아 분전하고 있기에

형주에 순찰을 나왔다가 잠시 격려차 들렀소.
자, 들어가서 애기합시다."

 

"들어가시죠."

 

육손이 앞장서서 손권을 장중으로 안내하였다.
손권이 장중에 들어와 좌정하니 곧 세 개의 목궤가 들어와 뚜껑이 벗겨지는데,

그 속에는 은전(銀錢)이 가득 들어 있었다.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대도독을 비롯해 여러 장수들이

다섯 배에 달하는 적군과 두 달간 교전하면서,

적들이 전진을 하지 못하고 유비군의 오만한 기세가 꺽여,

우리 강동의 위엄을 세워주었기에

과인이  기쁨에 겨워서 위문품을 가지고 왔소 !"
육손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례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사품들은 장수와 병사들에게 분배하겠지만

소장은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죄를 청하옵니다." 

 

"어째서 ?"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소장이 부준 장군을 명령 불복종의 죄를 물어 참수했습니다."

 

"음 !...."

손권이 잠시 눈을 감고,

대도독 육손의 처분에 대한  잘 잘못을 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영문을 들어오는 중에 부준의 목을 봤소."하고,

말하니,

육손이 말 없이 손권의 앞에 무릎을 꿇어 보인다.
손권이 단하로 내려와 장수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 장군들,

부준의 수급을 보고 과인은 이리 생각했소.
만일 육손이 군법을 무시하고 부준을 살려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손권의 머리가 유비에게 참수되어

영문에 걸리게 됬을 거란 말이오 !"  

 

"주공 !"
장수들 일동이 손권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육손 !

하사품을 못 받겠다구 ?
좋아 ! 그럼 다른 상을 내리도록 하지 !
여봐라 ! 가져와라 !"
손권은 육손을 향해 말을 하다가 곧 수행군사에게 명하였다.

 

"예 !"

손권을 수행해 온 병사 둘이

다시 자그만 목궤를 장중으로 가지고 오자,
손권이 손수 목궤의 뚜껑을 열어 젖혔다.  
그 곳에는 목궤를 가득 채운 죽간서가 들어있었다.

 

그때,

손권이 입을 열어,

 

"육손,

이건 그대가 대도독에 오른 후,
조정의 모든 노신(老臣)들이 그대의 교체를 요구한 상주문이오.

 

그러나 짐은 그대를 믿고 있소.

허니, 이것은 그대가 보는 앞에서 모두 없애 버리겠소."하고,

말하면서 손권이 손수 등불을 가져와 죽간서 위에 내던졌다.
불타는 상주문을 보면서 육손이 손권에게 아뢴다.

"주공,

육손이 맹세컨데 주공께서 지르신
이 불길을 천지가 개벽하는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

 

"음 !"
     
한편,

부준의 참수 소식은 곧 유비에게 보고되었다.

 

"폐하,

밀정 보고로는 육손이 영채를 나와 싸운 손권의 처남인 장군 부준을 참하고
재차 엄명해 앞으로 수비에만 치중하도록 지시했으며,

지금은 아군에서 아무리 욕설을 퍼부어도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 !

육손은 물론 아군이 두렵겠지만
손권은 절대 교전을 피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물며 건업성 내의 문무 백관들이 육손의 연패를 두고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육손을 탄핵해서라도 교전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육손은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폐하, 아뢰옵니다.

아군은 오랜 원정 길에 환경도 다르고

혹서기에 접어들어 어려운 실정입니다.

 

군영내의 수원(水原)도 고갈되어 병사들은 오염된 물을 먹고,

질병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이 영내를 시찰해 본 바, 

전초기지 병사들 열 명중 셋은 앓아누웠습니다.

 

허니,

전군을 차례대로 자귀성으로 철수시켜

당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가을에 전쟁을 재개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마량이 이렇게 아뢰자

이를 듣는 장수들 얼굴에서는 그의 말에 기대감이 떠 올랐다.
그만큼 장수들 조차 오랜 원정길에

나날이 거행된 전투에 지쳐있었던 것이었다. 

 

유비가 마량의 말을 듣고,

침울한 표정으로 장수들에게 묻는다.

"모두 같은 생각인가 ?"
그러자 관흥이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병사들이 휴식을 취한다면

틀림없이 정신력이 배가 되어 사기가 오를 겁니다."
"음 ! ...
짐은 그간의 경험으로 용병의 도를 안다.

지금같은 때 반 보(步)라도 후퇴한다면 사기가 저하된다.

 

혹서(酷暑)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아마 오군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이면 이를 극복하는 쪽이 이긴다.

 

명이다.

철수는 할 수 없으니 군막을 산림이 우거진 곳으로 옮기고

계곡 옆에 주둔했다가 가을이 되면 전투를 재개한다."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모처럼의 휴식을 명하는 유비의 명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일제히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마량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다시 한번 앞으로 나서서 아뢴다.

"폐하,

지금 전선이 피아간 교착상태에 있으니,

신이 양측의 대치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승상에게 보낸 다음,

대책을 세우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

"짐이 병법을 모른다는 건가 ?"

 

"아, 아니옵니다.

신은 그저 승상께 자문을 구하려고 할 뿐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번거로울 것이니 그만두게."

"폐하,

옛말에도 다수의 의견을 들어 앞을 밝게 본다 하였으니,

성군이신 폐하께서도 옛말 대로 해보시지요." 

 

"좋아,

그럼 각 군영에 가서 적군과 아군의 형세를

세세하게 그려서 서천의 공명에게 보여주게.
잘못 된 게있으면 속히 보고하고."

 

마침내 유비의 허락이 떨어졌다.
마량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명에 따르겠습니다."하고,

기쁜 어조로 대답하였다. 
       
유비의 명에 의해 사십여 개에 달하는 촉군의 군막이

동오의 영채 앞에서 물러나 숲과 계곡으로 향했다는 보고는

육손에게 즉각 보고되엇다.

"대도독,

촉군이 더위를 피해 산속에 주둔했습니다.
수백 리에 걸쳐 설치된 군막 사십여 개를  모두 뒤로 물렸다고 합니다."

"정확히 보았나 ?
일부만 갔나, 아니면 전군이 갔나 ?"

 

"소장이 보기엔 전군이 갔습니다.
유비의 중군(中軍) 장막도 숲속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마도 전쟁을 가을이나 재개할 듯 합니다."
육손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연실 끄덕이며,

"하 !...

끝났군 ,

기다리던 때가 왔어,
이젠 촉군은 끝장이야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기뻐하였다.
                   
331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