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54)
위기에 처한 조운
하후무는 본진으로 돌아오자,
즉시 장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조운을 격파할 작전 계획을 세운다.
하후무는 그 자리에서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조자룡이 당대의 명장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용감할 줄은 몰랐소.
우리가 그를 깨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 같으니,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그러자,
참군 정무(參軍 程武)가 말한다.
"오늘 조운에게 한칼에 당한 한덕처럼 용맹한 장수는 꾀가 없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조운을 깨치려면 힘으로 맞서 정면으로 싸우기 보다는 좌우에 군사를 매복시킨 뒤에
그를 끌어들여 협공을 가한다면 필히 승산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 참 좋은 계획이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내일은 도독께서 친히 나가 싸움을 거십시오.
그래서 얼마간 싸우다가 거짓 쫒기십시오.
그러면 조운은 반드시 도독을 추격해 올 것입니다.
그때에 매복해 있던 군사들이 일시에 들고 일어나면
조운은 꼼짝없이 사로잡히게 될 것입니다."
하후무는 그 계교를 옳게 여겨,
그의 말대로 동희(董禧)에게 삼만 군을 주어 좌측에 매복시키고,
설칙(薛則)에게 삼만을 주어 우측에 매복시킨 뒤에,
자신이 선두에 서서 다시 촉군을 향하여 진격하였다.
조운은 하후무를 보자,
대뜸 다시 싸우러 나간다.
부장 등지가 그를 말린다.
"어제 물러간 적들이
오늘 같은 대형(隊形)으로 공격해 오는 것을 보면
필시 다른 계교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오니 장군께서는 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조운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젖비린내 나는 것들이 계교를 쓰면 얼마나 쓰겠나.
두고 보게. 내가 보란 듯이 깨쳐 버릴 테니."
조운이 말을 달려 나가자 위장 반수(潘遂)가 마주나와 싸운다.
그러나 그는 삼 합을 채 못 싸우고 급히 말을 돌려 쫒겼다.
"이놈!
겨우 이쯤 뿐이더냐?"
조운이 비호같이 반수를 추격하였다.
등지는 조운이 염려되어 그의 뒤를 쫒았다.
그리하여 적진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자
좌우의 숲속에서 별안간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과 함께
무수한 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조운은 깜짝 놀라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육만 대군이 그의 퇴로를 막고 있어 도저히 달아날 수가 없었다.
한편,
등지는 조운을 돕기 위해 뒤를 쫒아왔지만 적군에 가로막혀
조운을 구출하기는 커녕 자신이 도망하기에도 급급한 형편에 처하였다.
조운은 싸우고 싸워도 적은 필사적으로 덤벼들었다.
그제사 깨닫고 보니,
하후무가 산상에서 조운의 행방을 일일이 가르키면서
깃발로써 군사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운은 어차피 살아나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하후무를 죽이려고 산상으로 말을 달렸다.
그러자 산 위에서는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오고
바위가 굴러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조운은 마지 못해 숲속으로 몸을 피하며 숨을 돌렸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동서남북 사방에서 위군들이,
"조운은 항복하라!"
"조운은 죽고 싶지 않거든 속히 항복하라!"하는,
소리가 수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조운의 마음은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아!
일세의 용장인 내가 아무도 모르게 여기서 죽을 줄이야!"
이미 죽음을 각오한 조운이
최후의 결판을 위해 숲에서 다시 나타났다.
위군들은 조운이 다시 나타나자
이리떼처럼 위군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조운은 좌충우돌 닥치는 대로 적을 베어버렸다.
그러나 몰려드는 적병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을 바로 그때
문득 적의 후방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위군 병사들이 후방에서부터의 난데없는 공격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진다.
적을 닥치는 대로 무찌르며 조운에게 달려오는 두 장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가 쓰던 장팔사모와 청룡언원도를 휘드르는 장포(張苞)를 비롯해
관흥(關興)과 그를 따르는 촉군의 병사들이었다.
"오오!
조카들이로구나!"
조운이 크게 안도하며 소리쳤다.
"숙부님 무사하십니까?
승상께서 숙부님을 염려하시며
저희더러 나가보라 하시기에 달려왔습니다."
조운은 공명의 덕택으로 구사에 일생을 얻은 것이었다.
"승상의 은총에는 오직 감격이 있을 뿐이구나!
두 젊은 장군들을 여기서 만났으니,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서운하구나.
이왕 여기까지 나왔던 길이니, 하후무를 분쇄하여 공을 세워봄이 어떨까?"
명장 조운은 아직도 기개가 살아서
관흥, 장포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였다.
"그거 참 좋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조금 더 싸우다 돌아갈 터이니,
숙부님께서는 먼저 돌아가십시오."
관흥과 장포는 즉석에서 동의하고,
말머리를 돌려 도망가는 적을 뒤쫒는다.
조운은 그들이 싸우러 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젊은 장수들이 싸우러 나가는데,
상장(上將)인 내가 어찌 싸움을 보고만 있을 것이냐!)
조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 역시 적진을 향하여 말을 달렸다.
이렇게 기세가 오른 촉군이 위군을 크게 무찌르니
적은 참패를 거듭하며 쫒기기에 바빴다.
하후무는 실전 경험이 없는 <무늬만 수박>인 장수이기에
참패를 거듭하자 몸조차 떨면서 군사들을 내버려 둔 채
남안성(南安城)으로 달려 들어가
또다시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싸울 생각을 일체 하지 않았다.
관흥과 장포는 남안성을 포위하였다.
잠시후 조운도 군사를 몰고 와서 그들과 함께 남안성을 삼면으로 공격하였다.
그래도 하후무는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 장수가 남안성을 사흘 내리 공격했지만
남안성은 워낙 철옹성이어서 좀처럼 깨칠 수가 없었다.
마침 그때 공명이 좌군을 양평(陽坪)에 남겨 두고
우군은 면양(沔陽)에 남겨둔 채로 중군(中軍)만을 거느리고
남안성에 도래하였다.
공명이 세 장수에게 전황 보고(戰況 報告)를 받고
말한다.
"마침 내가 여기까지 와보길 잘했소.
남안성은 워낙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이름 높은 성이오.
이곳을 취하려면 공성장비(攻城裝備)가 필히 있어야 하오."
공명은 그러면서 한중으로 병사를 보내어
그곳에 보관중인 공성장비를 우마차로 실어오도록 명하였다.
분해되어 한중에 보관중인 공성장비가 열흘에 걸쳐 도착하였다.
그 기간중 공명은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경계만을 하도록 하였으니 촉중 병사들은 계속된 싸움의 피로도 풀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하여 사기가 앙양하였다.
드디어 공성장비가 남안성 앞에서 위용을 갖추었다.
남안성의 성벽의 높이를 능가하는 투석기는
연신 돌과 화약 뭉치를 성안으로 투척하였다.
뒤이어 방패를 치켜든 촉군이 성벽으로 접근하였고,
열 척 사다리가 걸쳐진 성벽으로
촉군 병사들이 개미떼 처럼 기어 올랐다.
하후무가 거느린 위군도 방어에 전력을 다했으나
워낙 개미떼 같은 촉군의 기세에 점차 밀리는 형상이었다.
그때,
촉군의 투석기가 적들의 공격을 뚫고 성문 앞에 도착하여
선두에 장착된 공이로 성문을 힘차게 부딪쳤다.
이러길 수 차례, 드디어 남문성 성문이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와아 ! ~..."
촉의 선봉이 깨진 성문 안으로 물밀듯이 쏱아져 들어갔다.
355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마의의 위기 (하편) (0) | 2022.03.11 |
---|---|
사마의의 위기 (상편) (0) | 2022.03.09 |
노장 조자룡의 분전 (0) | 2022.03.07 |
하후 도독의 출병 (0) | 2022.03.05 |
공명의 출사표(出師表) (0) | 202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