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53)
노장 조자룡(老將 趙子龍)의 분전(奮戰)
한편,
공명은 대군을 거느리고 면양(沔陽)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촉군의 오호상장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전에 지병으로 죽은 마초(馬超)의 무덤이 있었다.
공명은 그곳을 지나게 되자,
마초의 아우 마대(馬垈)와 함께 그의 무덤을 찾아가 친히 정중히 제사를 지내 주었다.
그런뒤에 다시 선봉장 조운의 뒤를 따라 행군을 계속해 나가는데,
행군 대열의 앞에는 많은 예물을 널려 놓고 마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명이 수레를 멈추고 내려서 물었다.
"이게 뭔가?"
"사흘 전 동오에서 온 사신이 손권의 명이라고 하면서,
예물로 술 백 단지와 준마(俊馬) 백 필을 두고 갔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북벌을 기원한다는 손권의 말을 전하면서 말입니다."
"음, 받아두게."
공명은 이렇게 말을 한 뒤에 돌아서며
장군 위연에게 물었다.
"장군은 많은 예물을 가져다 놓은
손권의 의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예물을 사흘 전에 이곳에 가져다 놓았다면,
아군 진로를 훤히 꿰둟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 말을 듣고 마속이 이어서 말한다.
"손권이 말한 아군의 승전을 기원한다는 것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일 테니,
아마도 아군이 승리하는 것도 패하는 것도 원치 않을 겁니다.
손권이 바라는 것은 촉과 오, 둘 다 패하는 것입니다."
"맞아!
그렇게 되는가 두고 보라고 하게."
공명이 이렇게 말했을 때 탐마병이 말을 달려와 보고한다.
"승상!
위국의 젊은 장수 하후무가 우리와 대항하기 위해
이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출병했다고 합니다."
그 보고를 옆에서 함께 듣던 위연(魏延)이 공명에게 말한다.
"승상!
저에게 오천 기(騎)를 주시면
제가 장안을 쑥밭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는다.
"장안을 어떻게 쑥밭으로 만들 것인지
계책을 말해 보오."
"여기서 장안까지는 열흘 거리밖에 안 됩니다.
승상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군사들을 몰고 태령(泰嶺)을 넘어
자오곡(子午谷)을 지난뒤 장안을 기습함으로써 승기를 잡겠습니다.
그동안에 승상께서는 사곡(斜谷)을 지나
함양 이서(咸陽 以西)를 점령하시면
하후무는 맥을 못추고 패망할 것입니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든다.
"태령은 험준한 곳이라 적군의 매복이 용이한 곳이오.
그러니 적군에게 발견된다면 아군은 몰살을 면치 못할 것이오."
"아닙니다.
적들은 우리가 험준한 태령을 넘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험한 곳일 수록 방어도 허술할 테니까요."
위연의 고집은 대단하였다.
그러나 공명도 한 고집 한다.
"아니오.
그것보다는 농서의 평탄 대로(大路)를 따라 진군하여
정공법(正攻法)으로 공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오."
공명은 끝끝내 정공법을 고집하였다.
그러면서 선봉장 조운에게 그 뜻을 전하였다.
그것은 위군쪽에서는 천만 뜻밖의 전략이었다.
위의 대도독 하후무는 공명이 지략에 능함을 알고 있기에
정공법을 쓰지 않으리라 예측하고,
많은 군사들을 각지에 분산 배치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명은 그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적의 예측을 뒤엎고 정공법을 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 턱 없는 하후무는 많은 군사를 각처에
분산 배치해 놓고 나서 서량대장 한덕(西凉大將 韓德)을 불러 명한다.
"장군이 서강군(西羌軍)을 이끌고 나가 적에게 싸움을 걸어 보시오.
봉명산(鳳鳴山)까지 나가면 적과 부딪치게 될 것이오.
이번 싸움은 최초의 회전(會戰)이니 만큼,
금후의 우리군 사기에 영향이 클 것이므로 반드시 이기고 돌아와야 하오."
서강군은 워낙 용맹하기로 이름난 군사였다.
한덕은 워낙 개산대부(開山大斧 :큰 도끼)를 잘 쓰기로 이름난 장수인데다가
그에게는 영(瑛), 요(瑤), 경(瓊), 기(琪)라는 용감무쌍한 네 아들이 있었다.
그는 팔만 정병과 사형제의 아들을 거느리고 촉군을 맞아 나왔다.
이렇게 하후무가 서량의 군사들을 먼저 내보낸 것은
직계 군사들을 되도록 아끼고 초전에서의 희생을 서량군에게 대신하게 하려는 계책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막을 모르는 한덕은 용감하게 일선으로 나왔다.
그리고 예측한 대로 봉명산에서 적과 부딪쳤다.
촉의 선봉대장은 조운이었다.
한덕은 네 아들을 좌우에 거느리고 나오며 조운에게 외친다.
"네 이놈!
반적(叛賊)인 주제에 어찌 감히 우리 지경을 범하느냐!"
조운은 그 소리에 크게 노하면서
대꾸도 아니하고 나는 듯이 달려나와
선두에 서 있는 한영을 한칼에 베어 버렸다.
그러자 둘째 아들 한요가 눈이 뒤집히며 달려나와
조운에게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댔다.
그러나 그도 삼 합을 채 못 싸우고
조운의 칼에 목이 달아나 마상에서 떨어졌다.
"또르르..."
"아, 오!"
두 형제가 졸지에 조운의 칼에 손도 제대로
못 써보고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보자,
셋째 아들 한경과 넷째 아들 한기가 놀라 소리치며
각각 방천극(方天戟)과 일월도(日月刀)를 휘두르며 조운을 협공하였다.
그들의 무예는 매우 뛰어났다.
그러나 그들 역시 조운과 오래 싸워 보지 못 하고
한경은 칼에 맞아 쓰러지고,
막내 아들 한기는 조운의 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네 아들을 바로 눈앞에서 한꺼번에 잃은 한덕은 크게 당황하여
하후무가 주둔하고 있는 남안성으로 급히 쫒겼다.
조운의 부장 등지(鄧芝)가 그 광경을 보고 조운에게 축하의 말을 올린다.
"연로하신 장군께서 어쩌면 이렇게나 용맹하시옵니까 ?"
조운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승상께서 내가 늙었다고 써주려 하지 않았기에,
오늘은 내가 일부러 용기를 되살려 보았다네."
등지는 공명에게 승전 보고를 급히 올렸다.
한편,
한덕은 네 아들을 일시에 잃고 본진으로 돌아와 울면서
패전을 고하니 대도독 하후무는 크게 실망한다.
"장군이 대번에 참패한 것을 보니
조운이 늙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구려.
그렇다면 내가 몸소 나가 적의 예기를 꺾어 버리겠소.
내일은 내가 직접 나가서 촉의 늙은 장수 조운을 필히 사로잡아 올 것이오."
다음날 하후무는 대군을 거느리고 한덕과 함께 봉명산으로 나왔다.
"도독!
조자룡을 결코 깔보아서는 안 됩니다."
한덕의 충고였다.
"무슨 소리!
늙은 장수가 힘을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아니오,
소장의 아들 사 형제가 모두 그 늙은 놈의 손에 당했습니다."
"그러고도 장군은 쫒겨오기만 했는가?"
하후무는 단박에 한덕의 염장(鹽藏)을 질렀다.
"그렇다면 오늘은
제가 먼저 나가 싸우겠소이다!"
한덕이 분연히 분개하며 개산대부를 꼬나 쥐고
조운을 향하여 구름같은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려 나갔다.
그러나 한덕은 화를 내고 달려 나가는 것 까지는 용감하기는 했으나
싸움에서는 그렇지 못 하였다.
"챙!"
"창!"
"뎅겅! (떼구루르 ...)"
한덕은 조운과 채 삼 합을 못 싸우고
그가 휘두르는 장창의 공격을 받고 마상에서 목이 달아나
땅바닥에 여지없이 구르는 것이 아닌가?
조운은 한덕을 베고난 뒤 그대로 하후무를 향하여 달려나오니,
"이크!"
하후무는 크게 당황하며 말머리를 돌려
이십여 리를 쫒겨서 본진인 남안성으로 돌아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싸우려하지 않았다.
35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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