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56)
사마의의 위기 (하편)
호분군(虎賁軍) 이만을 이끌고 옹양성 지척에 이른 조예는 군영을 설치하고,
사마의에게 시찰을 왔노라고 통보하고 그의 동태를 주시하였다.
연락 장수가 옹양성에서 사마의를 만나고 돌아와서 보고한다.
"아뢰옵니다.
사마의가 어지(御旨)를 받고,
즉시 영접을 하겠다고 합니다."
"호위는 얼마나 데리고 오느냐?"
"사마의 부자 단 둘입니다."
그 말을 듣고,
조예가 시립해 있는 조휴를 건너다 보았다.
조휴는 손짓을 하여 장수를 내보내고 난 뒤,
"폐하,
호분군이 요처에 대기중이며,
막사 밖에도 도부수 이백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언제든지 사마의를 처단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하고,
말하며 조예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조예는,
"부자 단 둘이서만 왔다구?
모반을 하려했다면 왜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도망을 가지 않았지? "하고,
자신에게 자문하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조휴가,
"신이 볼 때는 모반을 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법에 따라 참해야 합니다."하고,
강경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음...!"
조예는 그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아보였다.
잠시후,
사마의와 그의 아들 사마소가
조예의 군영 앞에 도착하였다.
사마소는 말에서 내리기 전에
아버지에게 황제의 배알을 재고할 것을 말한다.
"아버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사마소의 말 뜻은
이제 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상황에 마딱뜨리게 될 것이니,
지금이라도 말머리를 돌려 도망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뜻을 모를 리가 없는 사마의는 일거에 거절한다.
"닥쳐라!
지금 도주한다면 우리 사마 가문은 멸족된다.
생사는 하늘에 맡기자."
이렇게 말한 사마의는 아들에 앞서 말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말에서 내린 두 사람은 황제의 군영을 삼엄하게 도열한 군사들을 지나,
군영안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마의는 황제 조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아뢴다.
"신 사마의가 폐하를 뵈옵니다."
"사마의 모병을 했소?"
조예는 거두절미,
절을 하는 사마의에게 물었다.
고개를 든 사마의가 대답한다.
"했습니다."
"얼마나 ?"
"삼만 이백입니다."
"무엄하다!"
조예는 대뜸 탁지를 치며 노하였다.
그러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짐이 윤허했더냐 ?"
그러나 사마의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아뢰옵니다,
신이 폐하의 황은을 입고 옹양에 부임해 와서 보니,
옹양은 병력이 취약해 제갈양이 기산으로 온다면
막을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신 생각에는 성을 잃는 죄를 짓느니,
모병으로 대적하고자 했습니다."
"어찌 보고 조차 하지 않았소!"
"사정이 있었습니다...
신의 생각으론 보고를 드려도 불허하실 것이고,
윤허를 하셔도 족히 석 달은 걸릴 터이니,
정세는 급하고 늦출 수는 없어,
신도 어쩔 수 없이 사후 보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오니,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이렇게 그간의 사정을 말한 사마의는
조예를 향하여 다시 절을 해보였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입시해 있던 조휴가,
"변명이다. 사마의!
모병이 방어 때문이라고 했지만,
제갈양은 사곡길로 진군중이다.
이 지역과 무관하거늘, 무슨 헛소리냐? "하고,
사마의를 크게 나무랐다.
그러자 고개를 번쩍 든 사마의가,
"이보시오 대사마(大司馬),
사곡길은 양동 작전일 뿐이며,
적군은 기산을 거쳐 장안으로 들이닥칠 겁니다.
그런데도 두고 보기만 합니까?"하고,
강한 어조로 조휴를 나무랐다.
그러자 조휴도 지지 않고 쏘아 붙인다.
"제갈양이 기산으로 안 오면
어떤 벌을 받겠나?"
"참수하시오!"
"낙양성내의 소문이 파다하다.
효산과 관곡관을 근거지로 그대가 왕이 되려한다고!"
조휴의 이 말에는 사마의가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생각할 여유를 가진 후에,
"폐하,
이것은 제갈양의 반간계(反間計) 입니다.
선제의 유업을 부탁 받은 제가 분골쇄신해도 그 은혜를 못 갚을 터에,
모반을 꾀하다니요?
통촉하여 주십시오! 폐하!"
"폐하!
아버님의 충심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옵니다.
호분군이 온다는 말을 듣고 피난을 권하였으나
아버님은 절대 그럴 수가 없다 하시며
그런 말을 계속 하면 저를 참한다 하셨습니다.
그래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신의 머리를 바쳐 죄를 청하겠습니다!"
사마소가
이렇게 고하면서 조예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음...!"
조예가 입시해 있는 조휴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조휴는 사마의를 기어코 참하라는 의미의 손짓을 해보이는 것이었다.
조예가 사마의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사마의,
짐이 선제와 태조를 생각해 목숨은 살려주겠소.
허나 모든 관직을 박탈할 테니 고향으로 돌아가
칙명이 내릴 때까지 꼼짝말고 칩거해 있으시오."
조예의 이 말을 듣고,
사마의 부자는 두 손을 올려 예를 표하며 대답한다.
"망극하옵니다."
"모든 병권도 조휴에게 넘기시오.
백부? 백부가 옹양을 지키도록 하시오."
조예는 즉석에서 사마의의 관직을 박탈하고
조휴에게 그 자리를 맡기는 것이었다.
이에 조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복명한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조휴에게 옹양성의 군사를 모두 넘긴 사마의 부자는
고향인 하남성(河南省)으로 마부가 하나 딸린 수레를 타고 귀향길에 올랐다.
"아버님,
정말 이대로 귀향하실 겁니까?"
아들이 수레 안의 아버지에게 아쉬운 소리로 물었다.
사마의가 창에다 대고 말한다.
"그래,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서
말년을 보내는 것이 복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수십 년을 나라에 봉사하셨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아들 사마소가 못내 아쉬운 소리를 한다.
그러자 수레 안의 아버지는 더욱 큰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살아 돌아가는 것만도 다행인 줄 알아라!"
35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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