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세상

기부왕의 기부철학

오토산 2012. 8. 24. 19:41

 

 

寄附王의 기부 철학


평양 출신 강태원은 6·25 후 서울 동대문 포목상과 시내버스 운수
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오남매는 아버지가 부자인 줄 모르고
자랐다. 강태원은 한겨울 한밤중에만 잠깐 보일러를 돌려 온 식구가
외투를 입고 자야 했다.
하수구에 5원 동전이 빠지자 토관을 들어내고 맨홀까지 들어가 30분
넘게 뒤졌다. 막내딸이 사과가 먹고 싶다고 하자 퇴근길에 사과 한 개를
사 들고 왔다. 그러면서도 버스 안내양들에겐 기숙사와 복지관을 지어
주고 학원비 대주며 공부를 시켰다.

강태원은 세밑이면 자선냄비에 1000만원짜리 수표를 넣곤 했다. 음성
꽃동네에선 점심 한 끼를 얻어먹고 쌀 100가마를 부려놓았다. 2002년
꽃동네에 100억원대 부동산을 기증한 것이 처음 얼굴을 내민 선행이었다.
그는 말년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지병을 다스릴 겸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기 위해서였다. 일생의 결심을 앞두고 자식 얼굴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까 두려웠다. 그는 2003년 300억원 가까운 전 재산을 이웃
돕기에 맡기고 세상을 떴다.

부판은 짐 지기 좋아하는 상상 속 곤충이다. 길에서 물건을 만날 때마다

등에 짊어진다. 갈수록 무거워져 견디기 어려워도 힘이 다할 때까지 지고

가다 결국 죽는다.

당(唐) 시인 유종원은 '부판전(傳)'에서 "사람들은 이미 재물 쌓아놓은 것은

잊은 채 더 쌓지 못한 것만 조바심한다"고 했다. "덩치 큰 사람이 작은 벌레나

다름없으니 슬프다"고 했다.

강태원은 지고 온 재산을 제때 미련없이 슬기롭게 내려놓았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아편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삼영그룹 창업주 이종환은 점심에 짜장면을 즐겨 먹어 '짜장면 회장'

으로 불린다. 어쩌다 먹는 특식이 삼계탕이다. 해외여행 때도 평생
이코노미석을 탔다. 직원들에겐 지금도 이면지를 쓰라고 채근한다.
그는 "격렬한 경쟁시대에 돈을 버는 데 거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
본다. "똥돼지 같이 돈을 벌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는 "내 인생에도
선악의 양면이 있겠지만 남은 생은 선으로 악을 씻으며 살겠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짐을 내려놓고 있다. 2002년 3000억원으로
장학재단을 세워 지금까지 재산의 90%가 넘는 8000억원을 출연했다.
장학생 4640명에게 838억원을 대줬다.
그가 그제 구순 잔칫날에 서울대 도서관 신축비로 600억원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나는 법대·의대보다 나라 먹여 살릴 기초과학 인재들을 뒷
바라지한다"고 했다.
"(장학재단 안 세우고) 더 벌어봤자 재벌밖에 더 됐겠느냐"고도 했다.
그의 기부 철학이 명쾌하고 통쾌하다.

- 조선일보 만물상 -

'나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맑은물처럼 밝은마음으로  (0) 2012.09.18
생각하고 반성하고  (0) 2012.09.01
베푸는 사람  (0) 2012.08.30
손때묻은 2백만원  (0) 2012.08.30
우리 마음엔 두개의 저울이 있다  (0) 201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