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마령면 마령초등학교 정문 양쪽 담장 안에 이팝나무 일곱 그루가 서 있다. 키가 13m까지 치솟은 천연기념물 '평지리 이팝나무군(群)'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아기사리'라고 부른다. 아기가 묻혔던 곳이라는 뜻이다.
300년 전 마령 들녘에 흉년이 들었다. 엄마 빈 젖만 빨다 굶어 죽은 아기를 아버지가 지게에 지고 가 묻었다. 아버지는 무덤 곁에 이팝나무를 심어줬다. 죽어서라도 쌀밥 실컷 먹으라 했다. 오뉴월 보릿고개에 흰 쌀밥 같은 꽃을 가득 피웠다. 꽃이 얼마나 푸지고 눈부신지 쌀밥치고도 윤기 자르르한 고봉밥이었다.
이팝나무엔 밥 한번 배불리 먹고 싶어 했던 백성의 한(恨)이 서려 있다. 마령면 사람들이 아기 무덤을 피해 다니면서 이팝나무는 잘 자라 숲을 이뤘다.
그 숲에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슬픈 이팝나무 아래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어논다. 잡곡 없이 입쌀로만 지은 이밥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일성이 인민 먹이겠다던 그 이밥이다. 입쌀밥을 가리키는 옛말 니밥이 변한 말이다.
조선왕조 이씨 은혜 입은 사람만 먹었다 해서 이밥이라는 얘기도 있다.
조팝나무는 이팝보다 키도 꽃도 작다. 하얀 꽃에 노란 꽃술 박힌 게 좁쌀 섞은 조밥 같다. 그래서 조팝이다.
영어로 이팝은 Snow flower, 눈꽃이다. 조팝은 Bridal wreath, 신부(新婦)의 화관(花冠)이다. 같은 꽃 보는 눈이 그렇게나 달랐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 동상 옆에 여야 의원들이 이팝나무를 심었다. 영·호남 동서 화합을 이루자며 경북·전남 지역구 의원들이 만든 동서화합포럼의 두 번째 행사다.
지난 1월엔 전남 신안 하의도의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찾았었다. 눈 속에서도 피는 홍매화를 앞마당에 심었다. 새누리당 경북 의원들이 김대중 생가를, 민주당 전남 의원들이 박정희 생가를 찾은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나무라 한다. 국민 모두 쌀밥 먹게 하겠다는 소망과 의지가 담겼다. 박근혜 대통령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던 시절 식수 행사에 이팝나무를 자주 심었다.
구미 생가에선 새누리당 당원과 주민들이 "김대중" "민주당"을 외치며 민주당 의원들을 맞았다. 이팝나무를 고른 의원들 안목이 돋보인다. 이팝나무와 홍매화처럼 아름다운 화합의 꽃이 피면 좋겠다.
봄이 오면 청계천변 이팝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것이다. 차고 넘치는 세상에 이팝 꽃 보며 배고픔과 쌀밥 떠올릴 이가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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