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의미와 상징
용의 의미와 상징
용은 봉황, 기린, 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 여겨지는 신령스러운 동물이다. 용은 문화적으로 왕, 기우의 신 그리고 변화와 도전의 신으로 상징된다. 민화작가 남정예 씨 제공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뿔을 닮았으며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비늘, 발톱은 매 발톱,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비늘은 9·9 양수(陽數)인 81개이고 입 주위에는 긴 수염이 나 있다.”
중국의 문헌 ‘광아(廣雅)’에 묘사된 용의 모습이다.
용은 생물학적 실체 없이 인간이 상상해온 ‘문화적 동물’이다.
일찍이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문명의 발상지에서 모두 용을 상상해왔다.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용을 그려온 만큼 그 색깔과 능력, 사는 곳도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용의 형상은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6000년경 중국 랴오닝(遼寧) 성 사해유적에서 발굴된
길이 19.7m, 폭 2m의 용 모양 돌무더기가 꼽힌다.
용은 그 장엄하고 화려한 특징 때문에 중국과 한국에서 주로 왕을 상징해왔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임금의 지위를 용위(龍位)라 하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 또는 용좌(龍座)라고 불렀다.
황실이나 왕실에서는 장식에 쓰이는 용 문양의 발톱 수로 왕의 위계를 나타냈다.
중국에서 황제의 용은 5개, 임금의 용은 4개, 제후의 용은 3개의 발톱을 가졌다.
명나라의 제후국을 자처했던 조선에서는 발톱을 4개밖에 쓸 수 없었지만
청나라가 들어선 뒤 은밀히 발톱 5개를 쓰기 시작했다.
고종 때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근정전 천장의 황룡 발톱을 7개로 그렸다.
대한제국이 더 이상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뜻의 표현이자 대한제국의 존엄성을 나타낸 것이었다.
주술적으로 용은 백성들에게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었다.
물을 지배한다고 알려져 농민과 어민에겐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특히 마음대로 비를 내리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기우(祈雨)의 신으로 여겼다.
기우제를 지내는 곳에 흙이나 짚, 모래 등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거나 용의 그림을 그려놓고 빌었다.
도마뱀, 도롱뇽 등 용과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대신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용이 살고 있다는 연못, 개울, 강, 바다 등에서 의례를 지내기도 했다.
지금도 물의 고갈을 막기 위한 용왕굿, 용신제 등이 일부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다.
어촌에서는 바다 밑 용궁에 살면서 바다를 지배하는
용왕에게 풍어와 안전을 비는 용왕제, 풍어제를 지냈다.
용은 변화와 도전의 신으로도 해석된다.
몸의 크기가 변화무쌍하고, 물고기 파충류 포유류 식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신한다.
용은 짙은 안개와 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면서 이를 뚫고 장엄하게 비상하는 패기의 상징이다.
한국인은 꿈에서 용을 타거나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을 보면 고위관직에 오른다고 믿었고
자신이 직접 용이 되면 크게 성공한다고 보았다.
용이 하늘로 오른다는 것은 곧 입신출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났던 강릉 오죽헌에는 ‘몽룡실(夢龍室)’이라는 별실이 있다.
용꿈을 꾼 신사임당이 이 방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2년 임진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이다.
60갑자에서 용띠 해는 갑진(甲辰·청룡), 병진(丙辰·적룡),
무진(戊辰·황룡), 경진(庚辰·백룡), 임진(壬辰·흑룡)이다.
이 가운데 ‘임(壬)’은 오행으로 물(水), 오방색으로는 검은색에 해당한다.
하지만 흑룡의 해라고 해서 특별하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띠 동물을 색깔별로 나누고 그 색깔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을 따지는 데는
민속학적 근거가 없다”며“이는 최근 상술과 결합된 속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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