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설 차례는?(내고향/일천)

오토산 2017. 1. 22. 22:52

 

 

설 차례 준비는?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네 어른 분들은 한학(漢學)도 많이 하셨고, 예절(禮節)도 많이 하신 분들이셨는데도

명절(名節)이 다가오면 행사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시든 것을 보고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얼마나 예절공부를 하였는지 서로 물어보는 일이 없고,

나 또한 아는 체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스스로 교만이 가득 찬 것 같다.

그래서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문헌(文獻)을 펴보았다.

혹 남에게는 묻기 싫고, 스스로는 혼란스러워 할까봐

가례(家禮)의 정월 초하루와 보름 제사(正至朔望) 내용을 옮기면서

지금 생활과 다른 것은 삭제를 했다.

 

우리는 명절 차례와 기제사의 진설을 구별하지 않고 있는데,

가례(家禮)에 보면 기제사(忌祭祀)나 사시제(四時祭)에는 쓰는 가지 수가 많고,

 명절에는 간략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 한번 생각해 보고 바른 것을 택하는 것이 옳을 듯하여

가례(家禮)와 다른 문헌 예를 제시한다.

 

진설(陳設)하기

정월 초하루와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재계하는 집을 깨끗이 청소를 하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사당 문을 열고 매 감실마다

햇과일을 하나의 큰 쟁반에 담아 제상 위에 차리고,

매 위마다 찻잔과 술잔을 각각 하나씩 신주 독 앞에 진설하고,

띠 묶음과 모래 담은 것을 향탁 앞에 놓는다.

(正至朔望前一日하야 灑掃齊宿하라

厥明夙興하야 開門하고 軸簾하고

每龕設新果一大盤於卓上하고 每位茶盞托酒盞盤各一於神主櫝前하니라).

만약 사당이나 감실이 없는 집에서는 제사를 모실 장소를 정리하여

위와 같이 차린다.(若不在祠龕이면 奉祀之所如上儀하라)

옛날에는 술주전자와 술잔, 술병, 세숫대야와 손 닦을 수건, 씻는 물 그릇을

따로 마련했으나 지금은 거의 아파트에서 제사를 모시기 때문에

이러한 것은 제시하지 않으니까 장소와 형편에 다라 알맞게 준비함이 옳을 것 같다.

제관들이 차례로 선다(序立)

주인이하가 모두 옷을 입고 주인은 동쪽에서 북면하고, 주부는 서쪽에서 북면 하는데,

주인 어머니가 있으면 특별히 주부 앞에 자리한다(主人以下 盛服하고 主人

北面於東하고 主婦北面於西호대 主人有母則特位於主婦之前하라).

주인이 여러 숙부나 형이 있으면 특별히 주인의 오른쪽 자리를 하되

조금 앞에 서쪽을 위로하여 여러 줄로 서고,

여러 숙모와 고모, 형수, 누이가 있으면 특별히 주부의 왼쪽 자리를 하는데,

조금 앞에 동쪽을 위로하여 여러 줄로 자리한다.

여러 동생은 주인의 오른 쪽에서 조금 물러나서고,

자손과 남자집사는 주인의 뒤쪽에 여러 줄로 서서 서쪽을 위로한다.

 

주인의 제수와 여러 여동생들은 주부의 왼쪽에서 조금 물러나서고,

자손의 부녀와 여자 집사자는 주부의 뒤쪽에 여러 줄로 서서 동쪽을 위로한다.

(主人有諸父諸兄하면 則特位於主人之右호대 少前하야 重行하야 西上하고 有諸母姑嫂姉則特位主婦之左호대 少前하야 重行하야 東上하라 諸弟在主人之右하야

少退하고 子孫外執事者在主人之後하야 重行하야 西上하라

主人弟之妻及諸妹在主婦之左하야 少退하고 子孫婦女內執事者

在主婦之後하야 重行하야 東上하라)

신주를 내어 모신다(出主). 또는 지방을 붙인다.

 

자리가 정해지면 주인이 독을 열어 여러 남자 조상 신주를 모셔다가 독 앞에 놓고,

주부는 여러 여자 조상이 신주를 모셔서 남자 조상의 동쪽에 놓는다.

(立定主人啓櫝하야 奉諸考神主하야 置於櫝前하고

主婦奉諸妣神主하야 置于考東하라).

신주가 없는 집에서는 이때 신주 놓는 자리에 지방(紙牓)을 붙인다.

간혹 지방을 빈 신주 독()에 써서 붙여 두는 사람이 있는데,

지방은 허위(虛位)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새로 써서 붙이고

제사를 지낸 다음에는 불살아 없애야 한다.

기제사에 축문과 지방을 불사르는 것을 가지고 또 혼()이 날아가니 불을 올리고

()이 땅으로 가니 재는 땅에 내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사에 혼()과 백()이 함께 왔다는 말인데

혼백(魂魄)이 다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참 웃기는 소리다.

 

분향을 하고 참신한다(焚香參神)

주인은 향상 앞에 나아가 분향재배하고 조금 물러나서 서거든,

 집사자가 술병을 열고 잔에 술을 붓는다.

주인은 띠 풀 위에 강신하고 잔을 집사자에게 주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조금 물러나서 재배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두 재배하고 참신(參神)한다

(主人詣香卓前하야 焚香再拜하고 少退立어던 執事者開甁實酒于盞하라

主人酹于茅上하고 以盞盤으로 授執事者하고 俛伏興하고

少退再拜하고 降復位하야 與在位者皆再拜하야 參神하라).

이 때 신주가 있는 집에서는 참신을 먼저하고 강신을 하고,

지방으로 행사를 하는 집에서는 위와 같이 한다(若有主先叅後降 無主如上儀하라).

 

이하는 제례와 같다.

 

참고로 격몽요결(擊蒙要訣)에 율곡(栗谷 )이 말하기를

설날 동지 같으면 따로 음식 몇 가지를 차리는데,

동지에는 팥죽을 더 차리고, 설날에는 떡국을 더 차린다

( 栗谷曰若正朝冬至則別設饌數品호대 冬至則加以豆粥하고

正朝湯餠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설날 밥 대신 덕국을 쓴다.

 

또 명절 제사를 간단히 모신다는 의미로 차례(茶禮)’ 또는 다천(茶薦)’이라고 하는데,

()’()’란 말이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제사에 ()’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며 이렇게 행사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도암(陶庵 : 李縡)사례편람(四禮便覽)에서

차는 중국에서 쓰는 것이지, 우리나라 풍속에서는 쓰지 않으니,

그러므로 차를 차린다[設茶]’ ‘차를 붓는다[點茶]’는 등의 글은 모두 없애버렸다

(四禮便覽是中國所用이지 而國俗不用하니 設茶點茶等文

一幷刪去하니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자세하게 문헌으로 아르켜 주었는데도

지금 와서 제사에 차()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분들은 예절(禮節), 한문(漢文)을 몰라서 이렇게 분명히 밝혀두었겠는가?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조상들이 지켜오든 예절에 그 정신도 잊어버리고,

방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지나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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