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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던져준 유물 '와신또'와 '고무공'(낙여)

오토산 2018. 5. 8. 11:08



일본인이 던져준 유물 ‘와신또’와 ‘고무공’
                                      안동문화지킴이 대표 김호태

 


일제는 1942년대 어른들에게 ‘와신또’라는 운동화를 주었고,

아이들에겐 ‘고무공’을 나누어 주었다.

일본인은 왜 ‘와신또’와 ‘고무공’을 나누어 주었을까?




일제 당시 고무공 모양                       ‘와신또’ 형태의 운동화




당시 마을(구)마다 ‘와신또’ 두 컬례가 군청에서 내려오면

구장(동장)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제비를 뽑아 선택된 사람들에게 주었다.

받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 기회에는 꼭 뽑힐 거란 기대를 하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와신또(わじんと)’는 헝겊 운동화를 이르는 말로 요사이는 쓰지 않는 일본말이다.

원래 ‘워싱턴’이란 영어를 발음 기관이 특이하게 발달한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탓에

‘와싱토’라고 하는 것을 우리도 따라 ‘와신또’라고 부른데서 비롯되었다.

일부에서 ‘와싱톤’이라 표기하기도 했다.




 


요사이 놀이용 공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국을 세우고 난징대학살 등

잔인한 방법으로 아시아 전체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특히 자원 부족에 허덕이던 일제는 풍부한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식민지로 있던 인도차이나 반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결국 일본은 이들 연합국과 대결하고 있던 독일, 이탈리아와

3국 동맹을 맺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겉으로 “일본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 식민지들의 독립을

지킨다”는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圈)’을 내걸고 실제는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어 갔다.


일본의 이 같은 아시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야욕에 대해 연합군은

America(미국), Britain(영국), China(중국), Dutch(네덜란드)가

협력한 ABCD 포위망을 통해 1940년대 일본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와

철강 수출 제한을 하면서 일제는 물자 부족으로 고립에 빠지게 한다.


이에 일제는 미국 측에 경제 제재의 해제를 요구하는 협상을 하지만

미국은 일본군의 중국 대륙 철수와 삼국 동맹 조약 폐기, 중국의 국민정부

이외의 정권을 승인하지 말라는 ‘헐 노트’를 제시하자 협상은 끝내 결렬되었다.


이에 일제가 1941년 12월 8일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태평양 전쟁(1941~1945)이 시작된다.


일본 폭격기는 미국 전함 애리조나호·캘리포니아호·웨스트버지니아호를 침몰시키고

오클라호마호는 전복시켰고, 메릴랜드호·네바다호·테네시호·펜실베이니아호 등

함선을 침몰 시키거나 큰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미국은 180여 대의 비행기가 파괴되고,

 2,300명의 군인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비행기 29~60대와 소형 잠수함 5대를 잃었을 뿐

미군에 비해 아주 적은 손실이었다.


 


미국에 대한 일본인의 야비한 저주


진주만의 전과로 일본 군부는 한 층 들떠 있었고

이것을 아시아 지배를 위한 선전 도구로 악용하기 시작한다.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세계를 모두 지배할 것처럼 조선 사람들에게 교육한다.

이 때 나누어 준 운동화 ‘와싱톤’은 ‘와싱톤을 신고 미국 수도 워싱턴를 정복하자’는

일본인의 저주가 담긴 것이었다.


진주만 공격으로 잔뜩 들뜬 일본은 1942년 2월 15일 싱가폴을 침공하여 함락시킨다.

그리고 고무가 나는 나라를 점령한 기념으로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전국의 초등학생(당시 소학교)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가장행렬을 하면서 고무공을 하늘로 높이 던지게 하는 쇼를 벌였다.
일제의 진주만 공격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의 승리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진주만 공격 당시 미군 항공모함 3대는 순회 중이어서 진주만에 없었기 때문에

공격을 피할 수 있었고, 8척의 전함 가운데 애리조나호와 오클라호마호를 제외한

6척은 수리되어 복귀했고, 일본은 섬에 있던 중요한 석유 저장시설을 파괴하지는

 못 했던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경제규모면에서  일본의 11배 이상이었고,

신식무기를 다량 갖추고 있어 일본과의 전쟁은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대동아공영’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침략을 노골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침략하기 위해 조선에는 남북으로 철도를 부설하고

물자부족을 메우기 위해 온갖 수탈을 다했다.


300명이 사는 동네에 수차례에 걸쳐 ‘와신또’ 두 컬례씩을 주면서

미국을 이기면 수도 워싱톤을 정복하고 모든 조선인들에게

와신또를 신게 할 것처럼 선전을 했다.


그리고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목숨도 바쳐야 하고 공출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놋그릇과 쇠붙이는 무기와 총알· 포탄 만든다고

무명과 삼베는 군인들의 군복을 짓는다고 공출이란 명목으로 빼앗아갔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그나마 민족의 소식을 전하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폐간시켰고,

연일 친일신문들이 보도하는 승전보 탓에 42년대는 독립운동을 하던

우국지사들조차 독립에 대한 꿈을 상실하는 시기였다.


반대로 친일 문인들은 모두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쓰고

대동아공영에 동참하는 시대가 되었다.
 


〈무정〉으로 유명한 이광수는 〈전망〉이란 시에서

‘저 남반구의 여왕 오스트레일리아도/

그 곁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뉴우질랜드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하와이도/

그것은 모두 아시아 대륙의 자녀들이다//


한편으론 아시아 대륙을 정복하며/

한편으론 태평양의 섬들을 보호 육성하며/

우리의 일본은 군림한다....’를 노래했고.


사슴〉으로 유명한 노천명 시인은 일본의 싱가폴 함락을 기념해

<신가파(新嘉披) 함락>이라는 시를 썼다.
 ‘아세아의 세기적인 여명은 왔다/

영미(英米-영국,미국)의 독아(毒牙-독액을 뿜어내는 이빨)에서/

일본군은 마침내 신가파(新嘉披)를 빼앗아내고야 말았다//

동양 침략의 근거지/

온갖 죄악이 음모되는 불야의 성/

신가파(싱가폴)는 불의 세례를 받는/


이 장엄한 최후의 저녁//
신가파 구석구석의 작고 큰 사원들아/

너의 피를 빨아먹고 넘어지는 영미를 조상하는 만종을 울려라/

얼마나 기다렸던 아침이냐/

동아민족은 다같이 고대했던 날이냐/


오랜 압제 우리들의 쓰라린 추억이 다시 새롭다//
일본의 태양이 한번 밝게 비치니/


죄악의 몸뚱이를 어둠의 그늘 속으로/

끌고 들어가며 신음하는 저 영미(英米)를 웃어줘라...

우리들이 내놓는 정다운 손길을 잡아라/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에/

일장기가 나부끼고 있는 한/

너희(아시아인)는 평화스러우리 영원히 자유스러우리//


얼굴이 검은 친구여 !
머리에 터번올 두른 형제여 !
잔을 들자/ 굳게 뭉쳐지는 마음과 마음- 
종려나무 그늘 아래 횃불을 질러라/


낙타 등에 바리바리 술을 실어 오라
우리 이날을 유쾌히 기념하자-


 


일본은 1940년대 이전에는 미국과 영국을 선진국의 신사의 나라로

추켜세웠지만 이때는 등을 돌리고는 ‘교활한 족속, 해적, 양키, 야만의

앵글로색슨’으로 표현하면서 이들로부터 아시아를 지켜주는 것이 일본이리라

선전하게 한 것이다.


이 시기에 모윤숙도 싱가폴 함락을 축하는 <호산나 소남도-구원하소서 싱가폴>을

발표하는가 하면 최남선, 서정주 등 대부분 문인들이 변절하는 때였다.  
 
와신또와 고무공의 교훈


일본의 군부는 지금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

힘이 생기면 이웃을 정복하고, 내부의 불만은 외부로 표출하여

대륙 정복으로 이용해 왔다. 임진왜란이 그러하고 일제 강점기가 그러 했듯이

지금도 한반도의 핵 문제를 구실로 군비를 증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제가 만주국을 세우고 진주만을 공격했듯이 이웃을 침략하려는

일본 극우 정치인들은 늘 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 손을 잡고 있지만 힘을 갖추면 언제라도 미국도 배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미국은 워싱턴를 밟겠다고 저주의 ‘와신또’를 나눠주며

아시아인을 동원하여 진주만을 공격하던 일본을 깊이 생각해야 하고

한반도의 지도층과 지식인은 ‘고무공’에 홀렸던 기억을 되새기며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다


                       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