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집이 즐비한 부자 동네에서도
듣지 못했던 웃음소리에
숙종은 어리둥절했다.
숙종은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움막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사발을 청했다.
그 사이 문틈으로
방안을 살펴보니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올망졸망한 어린 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부인은 옷을 깁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얼굴이 어찌나 밝고 맑은지
도무지 근심 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숙종은 주인에게 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이곳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주인은 희색을 띈 얼굴로
"빚 갚으며 저축 하면서 부자로 삽니다.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가봅니다."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금방 쓰러질듯 한 움막에서 살며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 말이 의아해
몰래 알아보았다.
하지만 조사결과
그 집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예전에 했던 말의 뜻을 물었다.
주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부모님 봉양하는 것이 곧 빚 갚는 것이고
제가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 아니요.
어떻게 이 보다 더 부자일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