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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무양시(禮無兩是)요 사무양편(事無兩便)이란

오토산 2020. 1. 19. 11:18




[ 손상락의 안동문화 들여다보기 ]

예무양시(禮無兩是)요 사무양편(事無兩便)이라~

예무양시요 사무양편이라~


이 말은 예에는 두 가지 다 바른 것이 없고,
일에는 두 가지 다 편리함이 없다

뜻으로 퇴계 선생의 언행록에 나오는 말씀이다.


어느 날 제자들이 집집마다 지내는 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데,
그 질문에 대한 선생의 가르침을 소개해 본다.


선생님, 제사를 지낼 때 집집마다 지내는 의례가 다르고,

진설하는 예법도 서로 차이가 나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예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제자들의 질문에 퇴계 선생은 禮無兩是事無兩便이라고 답했다.

 즉 우리가 행하는 예를 가지고 우리 집과 다르다고 해서

 어느 것이 맞다, 아니다 논하는 것 그 자체가 예에 어긋나는 것이다.


모름지기 예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지,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후손들이 조상의 기일을 잊지 않고 형편에 따라 정성을 다해 물

 한 그릇이라도 올리고 제사를 받들면 그것은 흉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집에서 행하는 예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흉하거나 욕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하셨다.


예의 실천은 지극한 마음과 정성에 있는 것이지 형식과 절차에 있는 것이 아니다는

퇴계 선생의 실용정신을 엿볼 수 있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흔히 가가례(家家禮)라 해서 서로 다른 예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음식이 있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우리 민족 최고의 음식인 김치(짠지)는 왜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을까?

제사음식을 장만할 때에는 고추나 마늘이 들어가지 않게 조리한다.

붉은 고추는 산모가 아들을 낳게 되면 새끼줄에 달아매어 대문에 걸어둠으로서

외부에 출산을 알리고 부정을 막았으며,

장을 담아 저장할 때에도 고추를 장항아리에 띄우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것은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었다.

제사음식에 고추를 쓰지 않는 까닭도 붉은색을 띤 고추가 들어가 있는 음식을 보고

 조상이 찾아오지 않을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제사 때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침채(沈菜)를 쓴다.


사찰에서는 수행자가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동물성 식품과 다섯 가지 매운 채소(五辛菜; ,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금하고 있는데 제사음식을 조리 할 때에

마늘을 쓰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

불가에서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것은 <능가경>에는 '윤회 속에서

 부모, 형제, 모시는 이와 부리는 이가 생을 바꾸면서 새와 짐승의 몸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들을 먹겠는가?'라고 말하고 있으며,

 <범망경>에는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을 일으키므로' 오신채를 금한다고 하였다.


생선 이름 중에 치 자로 끝나는 것, 멸치갈치 등은 쓰지 않는다.

(,어릴 치)자가 들어가는 물고기인 꽁치, 갈치, 준치, 넙치, 날치, 멸치,

한치 등은 쓰지 않는다.

 갈치는 한자로 표기한다면 도어(刀魚)라 해서 칼을 상징하기에 쓰지 않는다고도 한다.


과일 중에 복숭아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중국에는 복숭아와 관련된 고사가 많이 전하는데

그 중 서왕모(西王母; 도교 신화에 나오는 不死의 여왕)에 얽힌 고사에 따르면

복숭아나무는 신선과 더불어 있는 신령스런 나무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복숭아 열매는 신선들처럼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한다.

 따라서 복숭아나무는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았고 심지어 집안에 심지도 않았다.


제사음식은 먹어도 이내 허기(虛氣)가 진다.는 의미는?

나는 어렸을 때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돌아가신 조상이 와서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음식을 많이 준비해서 한 상 가득 차리고 절을 하는가?

죽은 사람이 정말로 와서 음식을 먹을까?
, 제사 음식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금방 허기가 진다?

어른들의 말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정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반드시 돌아가신 조상이 찾아와 음식을 드시라고

문을 열어 놓고 지내며, 찾아 온 조상이 편안하게 음식을 드시라고

병풍으로 제상을 감싸주는 합문(闔門)의 절차가 있다.

이러한 의례는 기일(忌日)이 되면 돌아가신 분이 찾아와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드신다고 생각하는데, 이 때 돌아가신 조상이 찾아와서 눈에 보이는 음식을

드시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마련한 음식의 기운(氣運)을 드신다.

이를 흠식(歆食)또는 흠향(歆饗)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이지만

 조상이 찾아와서 드셨기 때문에 준비한 음식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 음식의 기운은 이미 없어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혼령이 와서 음식의 기운을 다 드셨기 때문에 푸짐하게 차린 음식으로

음복을 하지만 그 음식은 이미 기가 다 빠진 상태여서 제사 음식은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금새 허기(虛氣)가 진다고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음복(飮福)은 왜 할까?

()은 마신다, 먹는다는 뜻으로 음복이란 복()을 먹는다는 뜻이다.

제사를 지낸 음식에는 복()이 들어있다고 믿었고 자손들이 모두

()을 나누어 먹는다는 뜻으로 음복(飮福)이라고 했다.


제사가 끝난 후 제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는다.

또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이웃에게도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또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비벼서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나누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오늘날 이러한 풍습은 자취를 감추어버려 안타깝지만 그 시절, 그 때,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서원이나 문중의 대소사 일로 모임이 있게 되면

 비록 제사는 지내지 않았지만 제사음식과 똑같이 준비한 음식으로

비빔밥을 비벼 나누어 먹음으로써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이러한 풍습은 헛제사밥이라 이름 붙여진 상품으로 개발되어 1970년대 후반부터

 식당에서 판매하게 되었으며 안동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정착되게 되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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