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유종을 치료하는 필봉을 만난 김삿갓

오토산 2020. 1. 21. 08:31

●방랑시인 김삿갓 02-(65)

*乳腫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 (상)

 

필봉은 홍 향수의 돈과 세력을 이용하려고 젊은 누이동생을

  칠십 고령의 소실로 주어 버린 모양이니,

여정은 결국 오빠를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되어 버림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

그런 생각을 하며 서당으로 돌아오다 보니,

필봉이 경영하는 백중국 약국에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한밤중에 약국에 불이 환히 켜진 것이 이상하여 ,

 김삿갓은 약국에 들러 보았다.

 

"필봉 선생 계시오니까 ? "

문밖에서 그렇게 부르자, 방안에서 필봉의 대답이 들려왔다.

 

"삿갓 선생이오 ? ....어서 들어 오시오."

 

김삿갓이 무심코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필봉은 삼십 세 가량 되어 보이는 젊은 남여와 마주 앉아 있었다.

 

"아, 밤중에 환자가 오신 모양입니다."

김삿갓이 환자가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자,

필봉은 손을 흔들며 만류한다.

 

"환자는 곧 돌아갈 것이니 잠깐만 거기 앉아 계시오.

며칠 못만났으니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할게 아니오."

 

김삿갓은 술도 술이지만,

필봉이 환자를 어떤 식으로 치료해 주는지 궁금하여 윗목에 눌러 앉았다.

 

환자는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듯, 필봉은 젊은 아낙네를 보고 말한다.

"젖이 어떻게 아프다는 것인지, 젖을 내놓아 보시오."

 

젊은 아낙네는 외방 남자 앞에 젖을 내보이기가 거북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남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자 필봉이 환자를 퉁명스런 어조로 나무란다.

"나는 의원이야 !

내 앞에서는 이보다 소중한 물건도 내보이는 법인데,

젖을 보여 주기가 뭐가 부끄러워 그러는가.

그래가지고는 병을 고칠 수가 없지 않은가."

 

남편 되는 사람은 옆에서 보기가 민망했던지,

"어차피 병을 고치려면 선생님에게 젖을 내보여야 할 게 아닌가.

빨리 내보여요."하고 재촉을 한다.

 

환자는 그제서야 옷고름을 풀고,

옷자락을 좌우로 벌려 젖을 드러내 보인다.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젊은 여인의 오른쪽 젖이 고무풍선 처럼 시뻘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 유종(乳腫)이로구먼 ! "

필봉은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젖을 이모저모로 살펴 보고 나더니,

옆에 있는 남편을 나무란다.


"이 사람아 !

마누라의 젖이 이처럼 곪기까지는 무척 아팠을 것인데,

 자네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서방이란 사람이 밤마다 마누라 궁둥이만 두드려 주면

그것으로 그만인 줄 알았단 말인가 ? "

 

남편 되는 사람은 무안스러워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아, 아니올시다.

그동안 약국을 여러 군데 찾아 다녔지만 별로 효험을 보지 못해,

결국은 선생님을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음 - 처음부터 나를 찾아올 일이지,

그동안에는 괜스레 돌팔이 의원만 찾아 다녔던 모양이구먼 ! "

필봉은 한마디로 , 모든 의원들을 일거에 돌팔이 의사로 처단해 버렸다.

 

김삿갓은 필봉이 어쩌려고 저렇게 큰소리를 치는가 싶어,

옆에서 보기에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환자의 남편되는 사람도 필봉의 큰소리가 미심쩍었던지,

"선생님은 이 병을 고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필봉은 또다시 큰소리를 치고 나온다.

 

"예끼 이 사람아 ! 이런 병을 내가 못 고치면 누가 고친단 말인가."

그리고 이번에는 환자의 얼굴을 마주 보며 묻는다.

 

"그동안 몹시 아팠지 ? "

 

"예, 몹시 아팠사옵니다.

이렇게 곪기까지는 너무도 아파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마누라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도 불구하고,

서방이라는 자는 무정스럽게도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덤벼들지 않던가 ?

 

남편 되는 사람은 그 말에 다시 얼굴을 붉히며,

 "아이 참 , 선생님두 ! 제가 아무리 무지막지 하기로, 설마 그렇게야 했겠습니까."

 

필봉은 그제서야 통쾌하게 웃으며,

"하하하, 사내 녀석들이란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닌가 ! ...

.안그렇소 삿갓 선생 ! " 하고 김삿갓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필봉은 이번에는 환자에게 말한다.

"젊은 아낙네가 무척 예쁘게 생겼으니,

 내가 특별히 잘 고쳐주어야 하겠는걸 ....

내가 이제 부터 치료 방법을 잘 일러줄 테니, 자네도 잘 들어 두었다가

 마누라에게 꼭 그렇게 해드리게, 내말 알아 듣겠나 ?"

 

그리고 필봉은 치료 방법을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이제, 집에 돌아가거든,

사람의 똥(人糞)을 한지(漢紙)에 겹겹이 싸가지고 화롯불 속에 묻어 두어서,

그 똥을 구어 내도록 하게.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불이 너무 강하면 똥이 타버리기 쉬우니까 ,

 똥을 태우지 말고 꼭 구워 내도록 해야 하네.

똥을 구으면 회색 빛깔의 밤알만한 덩어리가 되는데,

그것을 가루로 빻아서 , 그 가루를 꿀에 개어 가지고 상처에 붙여 두도록 하게.

 그러면 반나절 쯤 지나면서 곪았던 젖이 저절로 터지면서

고름이 수없이 흘러 나오게 될 걸세.

 

필봉의 치료 방법이 너무도 원시적이어서 ,

 김삿갓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은 환자의 남편도 마찬가지인지,

"사람의 똥을 불에 구워 가지고, 똥가루를 꿀에 개어 바르란 말씀 입니까.

그렇게 하면 낫게 되는 것입니까 ? "하며 따지듯이 물어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필봉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환자의 남편에게 큰소리로 호통을 지른다.

"이 사람아 !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자네가 무얼 안다고 미주알 고주알 캐 묻는가 ? "

환자의 남편은 호된 책망을 듣고 얼굴을 붉힌다.

 

...계속 2-66회로~~~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