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02-(61)
*老郞幼婦 화합법.
여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말을 썼는지 모른다.
어쩌면 밤낮 누워만 있는 영감 꼴이 하도 보기가 역겨워 ,
무심중에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필봉은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말이 귀에 몹시 거슬렸는지,
"누워 있는 사람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약이 없겠냐구 ? ...
옛날에 진시황(秦始皇)은 장생불로초(長生不老草)를 구하려고
동남 동녀(童男童女) 오백 쌍을 삼신산(三神山)에 보냈지만,
그런 약은 끝내 구해오지 못했느니라.
그런 신약이 어디 있겠느냐 !
그런 헛된 생각을 말고 , 보약을 열심히 드시게 하여라,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열심히 공대하면 보답은 반드시 너한테 돌아오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한다.
"어서 저녁상을 차려오지 않고 뭘 하느냐 !" ...
여인은 더 이상 아무말도 아니하고 나가 버리는데,
그 뒷모습이 여간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누이동생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리자,
필봉은 긴 한숨을 쉬며 말한다.
"누이동생이라고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한창 좋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늙은 신랑과 살면서
진정한 남녀간의 운우(雲雨)의 정(情)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여간 답답하지 않구료..."
그러자 김삿갓이 물었다.
"정녕 남자의 양물(陽物)을 벌떡벌떡 일어나게 하는 신약은 없는 것 입니까 ?"
필봉은 고개를 가로 젓으며 말한다.
"왜 없겠소만 ,
그것이 쉽게 구할 수가 없으니 말이지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
그런 것이 있다면 선생의 누이동생을 위하여 구해 봄이 좋을것 같소이다만..."
그러자 필봉이 말을 하는데,
"보신 강장 식품으로는 일등이 해구신(海狗腎)이오,
생사탕(生蛇湯)이 버금가는데..
이런 산골에서야 어찌 해구신을 구할수 있단 말이오."
"그렇다면 이곳은 산골이니까
뱀은 쉽게 구할 수가 있겠구려 ?"
"아 참 !
내가 왜 ,여태까지 그 생각을 못했지 ?"
훈장은 무릅을 <탁>치며 김삿갓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리고 김삿갓의 손을 다시 움켜잡으며,
"선생 !
미욱한 나를 이렇듯 일깨워 주시니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제발 이곳에 머물러 계시면서 ,
나와 우리 가족의 안위(安慰)를 보살펴 주소서...."
김삿갓은 필봉의 적극적인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필봉의 부탁대로 훈장 자리를 떠맡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고단한 몸을 서당에서 며칠 쉬어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이윽고 필봉의 누이동생 여정에 의해 저녁상이 차려졌다.
온종일 밥이라고는 한 술도 못 뜬 김삿갓은
차려진 저녁상을 보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상에는 산골에서는 좀체 구하기 어려운 지육(脂肉)과 어포(魚脯)까지 있었는데 ,
과연 부잣집 상이었다.
너무도 배가 고팠던 김삿갓은 체면을 뒤로하고 먹기 시작 하였다.
김삿갓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던 필봉이 말을한다.
"꽤나 시장하셨던게로군요.
여기 술도 한잔 하시구려."하면서
동동주 한 사발을 건넨다.
그제서야 동동주를 발견한 김삿갓, 필봉이 건네는 술잔을 받아들고,
"산골에서 이런 산해 진미의 상을 받아 보기는 처음입니다."하며
상을 차려온 여정을 바라보며 가볍게 목례를 해보였다.
"맛있게 잡수시는 것을 보니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하면, 많이 드십시요"하는 말을 남기고 ,
여정은 부엌으로 물러났다.
시장기를 어느 정도 채운 김삿갓이 필봉과 함께 술을 마시며 말했다.
"예전에 제가 읽은 ,성수패설(醒睡稗設)이라는 책 중에
노랑유부(老郞幼婦)라는 구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어떤 책이었기에 그러시는지,
그 내용을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필봉이 김삿갓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김삿갓은 붓을 들어 종이에 일필 휘지로 시 한 수를 써 갈겼다.
二八佳人八九節 <이팔가인팔구절> 신부는 열여섯 살 신랑은 일흔두 살
蕭蕭白髮對紅粧<소소백발대홍장> 파뿌리 흰머리가 붉은 단장을 만났네
忽然一夜春風起 <홀연일야춘풍기> 어느 날 밤 홀연히 봄바람이 일어나며
吹送梨花壓海棠<취송이화압해당> 배꽃이 날아와 해당화를 누르누나.
김삿갓이 써 놓은 시를 한 참 들여다 보던 필봉 선생이 물었다.
"이 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시 이옵니까 ?"
김삿갓은 필봉의 질문을 받고 시가 담고 있는 내용을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 옛날 일흔 두 살 먹은 노인이 열여섯 살밖에 안 되는 처녀를
후취(後娶)로 맞아 왔는데, 어떤 사람이 신방을 엿보고 읊은 시 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이런 옛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옛날 돈 많은 늙은이가 나이어린 처녀를 소실로 맞아들였다.
돈이 많으면 자신의 분수를 생각하지 않고 앳 된 여자를 탐내는 것은 ,
어쩌면 모든 남자들에게 공통된 욕망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늙은이는 어린 여자를 소실로 맞아 들이기는 하였는데,
저녁이면 같은 이불 속에서 잠을 자기는 하면서도 ,
양물(陽物)이 말을 안 듯는 탓에 ,
한달이 넘도록 범방(犯房)을 한번도 못하였다.
그러니까 신부가 불평이 없을 수 없었다.
신부는 몇 달을 참고 견디다 못 해,
어느날 밤에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 내었다.
그리하여 그날 밤에는 영감님에게 성적 자극을 주어 보려고
몸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뚱이로
방안을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빈대를 잡는 척하고 있었다.
늙은 신랑은 잠자리에 누워 눈앞에서 오락가락하는 신부의
아름다운 나체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늙은 영감님은 오랜만에 발동이 걸렸다.
그야말로 견물생심이 불같이 일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린 신부를 데려온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남편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신부가 크게 기뻐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신부는 그러한 비결을 알고 나자,
그때부터는 밤만 되면 알몸으로 방안을 기어 다니며 빈대를 잡는 척함으로써,
이틀 밤을 연달아 재미를 보아 왔다.
어린 신부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신비로운 재미인지라,
하룻밤도 그대로 넘겨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칠십 고령인 신랑의 정력은 사흘씩이나 계속될 수는 없었다.
이틀 밤이나 야근을 해온 늙은 신랑은 기운이 완전히 탈진해 버려,
이제는 여인의 아름다운 나체를 아무리 보아도 정작 그 물건은 요지부동이었다.
신부는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날 밤에도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알몸으로 방바닥을 기어 다니며
빈대를 열심히 잡고 있었다.
늙은 영감은 잠자리에 축 늘어져 누운채,
빈대를 잡고 있는 새 색시의 아름다운 육체를 그윽히 바라 보다가,
문득 한숨을 쉬며 이렇게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애야 ! ...
빈대 그만 잡아라.
이러다가는 빈대 죽고 사람 죽겠다."
...계속 2-62회로~~~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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