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초한지(楚漢誌)《한신의 능력(能力)》

오토산 2020. 5. 13. 12:19

초한지(楚漢誌)75

 한신의 능력(能力)

 

 다음날.

 하후영은 한신과 더불어 포중에 도착하자 ,

한신을 여사(旅舍)에서 기다리게 하고, 자기만 승상부(丞相府)로 소하를 찾아 갔다.

 

 "승상 각하 !

제가 명장 한 분을 모시고 왔사옵니다."

 

"명장을 모시고 오다니 ... ?

 이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오 ?"

 

"한신이라는 사람이옵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더니 소스라칠 듯 반가워하며 반문한다.

 

"뭐요 ?

한신을 모시고 왔다고 ?"

 

"예, 그러하옵니다.

그 사람이 우연히 저를 찾아왔기에, 제가 몇가지 시험을 해보았사온데,

그런 큰인물은 처음 보았습니다."

 

 하후영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소하에게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러자 소하는 한신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 대답한다.

 

"태수는 사람을 옳게 보았소.

 한신은 본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는 거지 노릇도 하였고,

남의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나가는 설움도 당한 사람이오.

후일에 항우를 섬겼지만,

항우가 사람을 알아 보지 못하여 겨우 집극랑의 벼슬밖에 주지 않았다오.


 범증은 그의 재주를 높이 사서,

항우에게 여러 번 등용해 주도록 천거했지만,

항우가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들었소.

한신은 그러한 냉대를 참고 견디다 못해,

결국 항우를 등지고 우리를 찾아 온 모양이구려."

 

 "그러면 ,제가 내일 한신을 데리고 들어올 테니, 

 한 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

 

"여부가 있겠소 ! 그런 인물을 안 만나면 내가 누구를 만나 보겠소.

기다릴 테니, 내일 아침에 한신을 꼭 데리고 들어 오시오.

 솔직히 말하거니와, 나는 한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오."

 

다음날 아침, 한신은 하후영과 함께 승상부로 소하를 찾아 들어 왔다.

 그러나 소하는 한신의 인물됨을 시험해 보기 위해 자리를 일부러 피했고,

손님을 맞을 좌석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 놓고 이렇게 소홀하게 맞을 수 있을까 ?

 이는 필시 나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니,

이처럼 냉대를 받아서야 무슨 기대를 할 수가 있겠나 ! )

 

한신은 매우 불쾌하여,

아무 의자에나 털썩 걸터 앉아 있었다.

 실상인즉 한신은, 장량의 소개장도 품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맞아 들이는 소하의 태도가 비위에 거슬려

소개장 같은 것은 아예 내보이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왜냐하면, 소개장에 의하여 우대를 받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승상 소하는 한신을 한참 동안이나 기다리게 하고 나서야 안에서 나오더니,

반갑게 말을 걸어 온다.

 

"어제 하후영 태수를 통해 귀공의 이야기를 들었소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그러자 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만

약간 수그려 보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하는 한신을 의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다시 말을 걸었다.

 

"나는 귀공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쁜데,

귀공은 어찌하여 대답이 없으시오 ?"

 한신은 그제서야 입을 열어 말한다.

 

 "저는 초나라에 있을 때, 한왕도 영명하지만

 승상은 현사(賢士)를 예우로써 대해 주실 줄 아는 어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었기에, 천리 길도 멀다 않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승상을 직접 만나 뵙고 보니, 제가 기대했던 어른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서,

 이제는 모든 기대를 포기하고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지어먹을 생각입니다."

 

 예우를 갖추어 영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신랄한 항변이었다.

 소하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반문한다.

 

"나를 만나자마자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짓겠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시오 ?"

 한신이 다시 대답한다.

 

"어진 사람을 구하려면, 예우를 갖추어 영접해 주셔야 하는 법이옵니다.

그런데 승상께서는 저를 예우로써 대해 주시지 않으시니,

제가 무엇을 바라고 이곳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

 

"현사를 구하려면 초대면(初對面) 부터

그래야만 하는 법인가요 ?"

 

 

 "물론입니다.

그 옛날 제왕(齊王)은 거문고를 무척 좋아했는데,

 조(趙)나라에 거문고의 명인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제왕은 그사람의 거문고 소리를 들어 보고 싶어서 여러 차례 초대를 했더니,

거문고의 명인이 한참만에야 , 제나라에 오게되었습니다.


그러나 명인을 맞은 제왕은 용상에 높이 올라 앉아 거문고를 타라고 하니,

 거문고의 명인은 매우 불쾌해 하면서,

<대왕은 저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자 하신다면,

먼저 향불을 피워 놓고 좌석을 따로 마련하는 예우를 갖추어 주시옵소서.

 

저를 불러다 놓고 하인처럼 홀대하시니,

 제가 어찌 흥에 겨워 거문고를 타겠나이까 ? >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제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늦게나마 예의를 갖춤으로써

명인의 거문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고사(故事)가 있사옵니다."

 

"음 ......"

 

 소하는 자신의 실수를 그제야 깨닫고 무심중에 신음하였다.

 그러자 한신은 다시 입을 열어 말한다.

 

"그 옛날 주왕(周王)은 나라를 번영시키고자 하는 일념에서,

현사가 찾아왔다는 말만 들으면 밥을 먹다가도 입 안의 밥을 뱉어 버리고 달려나왔고,

목욕을 하다가도 머리를 움켜잡은 채 달려나와, 현사를 융숭하게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지금 한나라에서는 현사를 하늘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형편이온데,

승상께서는 저를 굴러온 말뼈다귀처럼 대해 주시니,

 저는 이제, 고향에나 돌아가 농사나 지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소하에 대한 한신의 공격은 신랄하기 짝이 없었다.

 소하는 한신의 항의를 받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신을 몸소 상좌(上座)로 모셔 올렸다.

그리하여 대등한 위치에서 두 번씩이나 절을 거듭하며 말했다.

 

 "내가 불민한 탓으로 장군에게 실례가 많았으니 용서하소서."

 한신은 그제서야 흔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승상께서 나라를 위해 현사를 구하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한왕을 도와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오기를 부려 본 것이오니,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라옵니다."

 소하도 흔쾌히 웃으며 말한다.

 

"내 장군을 만난 것은 백년 지기(百年知己)를 만나 듯이 기쁜데

 어찌 오해가 있으오리까.

 바라건대 장군께서는 천하 평정(天下平定)의 대경륜을 솔직히 가르쳐 주소서."

 

소하가 이렇게 나오니,

한신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포부를 아낌없이 털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함양에는 102개의 산하(山河)가 있어서,

 옛날부터 제왕이라면 도읍해야 할 천부(天府)의 도읍지이옵니다.

 그런데도 항우는 함양을 버리고 침주에 도읍하였다가,

그나마도 버리고 팽성으로 도읍을 옮겨 갔으니,

항우는 그것으로서 이미 천하의 형세를 잃어버린 셈이옵니다.


한왕은 비록 파촉으로 좌천되어 오셨다고는 하지만,

힘만 제대로 기르면 마치 호랑이가 산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천하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항우는 지금 천하의 제후들에게 호령을 하고 있어서

 그의 위세가 자못 막강하게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후들은 힘에 눌려서 겉으로는 복종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모두들 반심을 품고 있는 형편입니다.

더구나 항우는 의제를 시해하고 스스로 제위에 오르는 대역죄를 범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지방의 백성들은 의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언제 들고일어날지 모르는 형편입니다."

 

 한신이 마치 천하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바라보는 듯

천하 대세를 도도하게 말하는 바람에,

소하는 자기를 잊고 연신 감탄의 고개를 끄덕였다.

 한신은 다시 입을 열어, 경륜을 말한다.

 

 "천하의 대세가 이미 이처럼 기울었건만,

 항우는 그 사실을 모르고 아직도 자기 도취에 빠져 있으니,

그야말로 필부(匹夫)의 만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한왕은 그와 반대로 <약법삼장>으로 천하의 인심을 독점하고 계시니,

비록 파촉으로 좌천되어 오셨다고는 하지만,

 한왕께서 관중왕이 되어 주시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그러므로 한왕은 힘만 기르시면 언제든지

천하의 주인이 되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소하는 크게 감탄하며 한신에게 묻는다.

 

"함양으로 쳐들어가려면 삼진왕의 저항에 부딪치게 될 텐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

 한신이 대답한다.

 

 "장한, 동예, 사마흔 등의 삼진왕이 항우에게 예속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항우에게 항복했을 때,

항우는 무지막지하게도 그들의 부하 20만 명을 생매장한 일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도 내심으로는 항우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항우가 그들을 방패로 삼아 한왕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전략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만약 한왕이 군사를 이끌고 함양으로 쳐들어가기만 하면,

백성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고, 삼진왕들도 한왕께서

친서 한 통만 보내시면 만사는 그것으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소하는 한신의 말을 듣고,

 3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뚫리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면 장군은 당장이라도 군사를 일으켜,

 초(楚)나라로 쳐들어 가자는 말씀이오 ?"

 

" 항우는 백성들을 버려둔 채 제멋대로 팽성으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백성들은 인자하신 군주를 갈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삼진왕들도 항우와 멀리 떨어져 있게 된 관계로

국경에 대한 경계가 매우 소홀해졌습니다.


 이와 같이 좋은 기회에 한(漢)나라가 군사를 일으키지 않으면

 제(齊), 위(魏), 조(趙), 연(燕)의 네 나라중에 어느 누군가가 군사를 일으켜

함양을 먼저 점령해 버릴지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파촉으로 옮겨 온 한나라 군사들은

고향에 돌아갈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옵니다."

 소하는 그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그러나 우리가 동진(東進)하고 싶어도 길이 죄다 끊겨 버렸으니,

그 일은 어찌하면 좋겠소 ?"

 그러자 한신은 웃으면서 소하를 나무란다.

 

 "승상께서는 왜 저까지 속이려 하시옵니까 ?

승상께서는 어떤 분과 상의하여 잔도를 모두 끊어 버린 것은

 동진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기 때문에,

 항우의 경계심을 늦춰 놓으려고 계획적으로 하신 일이 아니옵니까 ?

그런 계략으로 항우를 속일 수는 있어도, 저만은 못 속이시옵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나는 오래 전부터 현사를 널리 구해 왔지만,

장군처럼 뛰어난 어른은 처음 만났소이다.

장군의 계략을 들어 보면, 천하의 평정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구려 ....

가만 있자 , 우리 이렇게 맨숭맨숭 앉아서 이럴 게 아니라,

내 집에 가셔서 술이라도 한잔씩 나누면서 애기를 계속합시다."

 

소하는 한신을 집으로 초대하여 주효(酒肴)를 베풀며,

다시 묻는다.

 

"전쟁의 승패는 총사령관의 정신 자세로 결정된다고 들었소.

총사령관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장군의 견해를 한번 들어 보고 싶소이다."

 한신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일국의 총사령관은

 <오재 십과(五才十過)>의 조건에 통과한 사람이어야 하는 법이옵니다.

<오재>란 다섯 가지의 재능을 말한 것이옵고,

<십과>란 열 가지의 허물을 말하는 것이옵니다."

 

 "다섯 가지의 재능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

 

"오재란 지 (智), 인 (仁), 신 (信), 용 (勇), 충 (忠), 의 다섯 가지를 말하는 것이옵니다.

지(智)가 있어야만 혼란을 막아낼 수가 있고,

 인(仁)이 있어야만 장병들을 사랑할 줄 알고,

 신(信)이 있어야만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고,

용(勇)이 있어야만 배반자들을 막아낼 수가 있고,

 충(忠)이 있어야만 두 마음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것이옵니다.

 적어도 대원수가 되려면 이와 같은 다섯 가지의 재능을

반드시 몸에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탄복하며 다시 묻는다.

 "그러면 십과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

 

"십과란, 대원수가 될 수없는 열 가지의 허물을 말하는 것이옵니다.

첫째, 용기가 있어도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안 되고,

 둘째, 급한 때를 당하여 행동을 서두르는 사람은 안 되고,

셋째, 이재(理財)에 눈이 어두워 재물을 탐내는 사람은 안 되고,

넷째, 인(仁)을 갖추고 있어도 사람을 죽일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안 되고,

다섯째, 지(智)를 갖추고 있어도 적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안 되고,

 

여섯째, 신(信)을 갖추고 있어도 남을 덮어놓고 믿기만 하는 사람은 안 되고,

일곱째, 아무리 청렴 결백해도 남을 이해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안 되고,

 여덞째, 지략에 밝아도 결단력이 없는 사람은 안 되고,

아홉째, 강직한 것은 좋으나 자기 고집만 부리는사람은 안 되고,

열번째, 성품이 나약하여 모든 일을 남에게만 맡기려 하는 사람은 안되는 것이옵니다.

 이상과 같은 열 가지 중에서 어느 한 가지의 허물만 있어도,

그런 사람은 대원수를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더욱 감탄하였다.

 

"지금 여러 나라에는 장군들이 많은데,

귀공은 그들을 어떻게 보시오 ?"

 

"지금 각국에는 대장급 인물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어떤 사람은 지략은 있어도 용기가 부족하고

 어떤 사람은 용기는 있어도 지략이 부족하고,

어떤 사람은 재능이 있어도 군사를 지휘할 줄 모르고,

어떤 사람은 실력도 없으면서 교만하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부하들의 공로를 가로채기 일쑤이고....

 진실로 , 존경할 만한 명장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귀공을 이 나라의 대원수로 임명한다면,

귀공은 어떻게 하시겠소 ?"

 

소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단도 직입적으로 그렇게 물어 보았다.

 한신은 가슴속에 이미 원대한 계획을 품고 있었던지라,

이번에도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만약 저를 대원수로 써주신다면,

저는 조금도 뽐내지 아니하고, 모든 군무(軍務)를 병법대로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병법대로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오 ?"

 

 "평소에 군사들을 대할 때에는 부드럽게 대해 주고,

훈련을 사킬 때에는 엄격하게 실시하고,

평시(平時)에는 조용함을 위주로 하되,

일단 군사 행동을 개시하게 되면 동적(動的)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평시에는 무예를 연마해 나가며 산악(山岳)과 같이 위연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일단 유사시에는 산하(山河)와 같이 전진해 나가되,

그 변화는 천지와 같이 무궁 무진하게 하고,

군영은 뇌성 벽력이 천지를 진동하듯 하게 하고,

상벌(賞罰)은 공평 무사하게 하고, 계략은 귀신같이 운영해 나갈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죽음을 각오함으로써 생(生)을 도모해 나가고,

 약한 듯이 보이면서 강함을 제압하고,

 위태로운 듯이 보이면서도 안전을 도모하여,

10만 군사로써 백만 적군을 능히 제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소하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지난날 무정(武丁) 싸움에서는 이윤(伊尹)이라는 명장이 있었고,

 위수(渭水) 싸움에서는 태공(太公)이라는 명장이 있었고,

 연산(燕山) 싸움에서는 악의(樂毅)라는 명장이 있었소.

귀공 자신은 그들과 견줄 수 있는 명장으로 자부한다는 말씀인가요 ?"

 그러자 한신이 대답한다.

 

 "지금 승상께서 말씀하신 세 분은,

모두가 제게는 은사(恩師)이시옵니다."

 그 말에 소하는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란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

그 분들은 이미 여러 백 년 전에 돌아가신 분들인데,

그들을 <은사>라고 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

 

 한신을 천하의 <대포꾼>으로 여기는 반문이었다.

 그러나 한신은 눈썹 하나 까딱않고, 태연히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여러 백 년 전에 돌아가신 장군들이십니다.

 그러나 맹자(孟子)는 공자(孔子)께서 돌아 가신 지 백여 년 후에 태어난 사람이지만,

공자의 학문을 숭상해 가면서 평생을 두고 공자를 은사로 모셔 왔던 것이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저는 전사(戰史)를 통하여,

나는 이윤 장군에게서는 병법의 기본을 배웠고,

태공 장군에게는 전략(戰略)을 배웠고,

악의 장군에게서는 전술(戰術)을 배웠으니,

비록 같은 시대에 살지는 못했더라도,

그분들을 어찌 <은사>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

 

 그러자 소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던 자기 자신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며,

 (이 사람이야말로 대원수가 되고도 남을 기재(奇才)로구나 ! )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날부터 한신을 자기 집 귀객(貴客)으로 모셔 놓고,

그의 경륜을 좀더 상세하게 들어 보기로 하였다.

 

       계속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