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머

불효자와 효자

오토산 2020. 12. 12. 11:04

불효자와 효자(안동의 해학)

 

서파(西坡) 유필영(柳必永)은 예안 출신의 구한말 성리학자였다.

처음에는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에 가담하는 등 서구문명을 앞장서서 배척하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1919년 3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만국평화회의에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는

이른바 파리장서(巴里長書)에 서명한 137명의 유림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도 서구의 존재를 인정하였던 셈이다.

 

서파가 완고한 위정척사파였던 것에 비해 그의 아들인 동산(東山) 유인식(柳寅植)은 개화파였다.

동산은 서양식 교육기관인 협동(協東)학교 교장을 지내며

상투를 자르고 하이칼라 머리를 하는 등 아버지와는 노선을 달리하였다.

서파는 아들의 이런 행동에 격노하여 부자간 의절(義切)을 선언하고 상면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자가 역시 양복을 입고 협동학교에 다니는 것은 미워하지 않고 무척 귀여워 하였다.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여 왜 똑 같이 하이칼라 머리를 하고 양복을 입었는데

아들은 미워하면서 손자는 그렇게 귀여워 하는 지 이유를 물었다.

서파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한다.

 

"저 놈 애비는 내 말을 안 들었으니 불효막심한 놈이지만

저 놈은 지 애비 말을 잘 들었으니 이 또한 효자가 아닌가."

 

위정척사파였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손자 사랑만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억지 논리가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sns에서 옮겨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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