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槌撞之 (여퇴당지)
<방망이로 치는 것 같다>
어느 주막에서 청년과 장정 그리고 노인이 하루 밤을 묵게 되었다.
여주인의 미모가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장정은 깊은 밤 어두움을 틈타서 여주인을 강간을 해 버렸다.
이튼날에 남자주인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울화통이 치밀고 마음 같아서 세 사람을 때려죽이고 싶었으나
누가 범인인지 알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 고심을 하였다.
워낙 깊은 밤이라 여주인이 미처 자신을 범한 사내의 얼굴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남자주인은 고심하다가 마침내 셋 모두를 관가에다 고소해서 범인을 찾아 달라고 하였다.
이를 접수한 고을의 원님 입장에서도 이는 참으로 난감했다.
오늘날처럼 국립과학수사 연구소가 있는 세상도 아닌 다음에야
피해자가 얼굴을 기억 못한다 하니 이를 어찌 밝혀 낼 것인가 말이다.
원님은 그날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퇴청 후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상의를 하였다.
말을 다 듣고 난 원님의 부인은 웃으면서 말하기를 ~
"어찌 분별에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有何難辯 = 유하난변)"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일 그 주막 여주인에게 묻기를,
그 일을 당할 때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는지 (行事之時 如錐刺乎= 행사지시 여추자호),
몽둥이로 치는 것 같았는지(如槌撞乎 = 여추당호),
삶은 가지를 들여 미는 것 같았는지를(如納烹茄子乎= 여납팽가자호)
꼭 물어 보세요"
이에 원님이 되묻기를 ?
"그것을 물은들 어찌 여인을 범한 자가
청년인지, 장정인지, 늙은이인지를 구분할 수 있단 말이오?"하였으나
부인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뿐이었다.
원님이 재차 아내에게 물었다.
"그래 어찌 청년과 장정과 노인을 구분할 수 있단 말이요"
그러자 아내가 다음과 같이 답하는 것이었다.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으면 그것은 젊은이요(若錐刺則少者),
방망이이로 치는 것 같았으면 장정일 것이며(爲槌撞則壯者),
삶은 가지를 넣는 듯 하엿으면 늙은이일 것입니다(爲若納烹茄子則老者也)"
이튼날 원님이
전 일에 겁탈 당한 여인에게 자신의 아내가 일러준 대로 물었더니
그녀는
"방망이로 치는 것 같았다(如槌撞之)"고 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원님이 그 장정을 추궁하였더니 비로소 소행을 자백하였다.
하지만 원님은 자신의 아내가 어찌 그 세 가지를 분간할 수 있었는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그날 저녁 아내에게 어찌 그러한 묘방(?)을 낼 수 있었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부인이 웃으며 말하길 ~
"우리가 처음 혼인시에는 당신 나이가 젊은 까닭에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고(婚姻時年少故 如錐刺),
당신이 중년이 되자 이번에는 방망이로 치는 것 같았으며(至中年時 如槌撞之),
나이가 든 지금에는 마치 삶은 가지 같습니다(至今老境 行事則如 納烹茄子也)"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비로서 원님은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