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191) 제22장 일장춘몽06회~10회
일장춘몽 6회
"음- 춤도 제법인데···”
“소질이 있어”
두 관원이 중얼거리자 한 관원은
“허허허···”
웃음을 터뜨린다.
살랑살랑 조그마한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열심히 춤을 추어대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좀 우습기도 했던 것이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마치 인형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 됐어”
국주는 춤을 멈춘다.
그리고 춤을 추느라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세 관원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 눈빛에 부디 낙방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그런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런데 세 관원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가부의 결정을 내리질 못한다. 키 때문인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능히 합격인데, 키가 너무 작다.
관기라면 무엇보다 우선 보기에 화사하고 늘씬한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난쟁이에 가까운 저런 계집애를 예심에서 뽑아 본심 심사관인
서문 전옥 앞으로 보냈다가 어쩌면 나중에 핀잔을 맞을지도 모른다.
눈들이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그따위를 다 통과시켰느냐고 말이다.
그렇다고 선뜻 떨어뜨려 버리기도 아까웠다.
키 외의 다른 점은 다 괜찮고 유난히 귀염성이 있을 뿐 아니라
관기 지원의 동기가 갸륵하기도 하지 않은가.
“어떻게 할까?”
“글쎄 말이야”
두 관원이 망설이자 한 관원은
“키가 너무 작아서 아무래도 않되겠어” 하고
부(否)쪽으로 입을 뗀다.
그 말을 듣자 국주는 속으로 이거 야단났구나 싶다.
서문경이의 근처에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미역국을 먹고 물러나야 하다니,
될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서슴없이 입을 연다.
“나릿님들, 한 번만 제 소원을 들어 주십쇼.
저도 효도를 한번 하게요.
관기가 되면 비록 키는 작지만 남들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정말입니다. 두고 보시라구요”
곧 울먹일 듯한 표정에다가
간절히 애원하는 그런 미소를 살짝 띠며 호소하는 바람에
한 관원의 입에서,
“채용하고 안하는 마지막 판단은 전옥 대감께 맡기고,
일차에는 합격시키는 게 어떨까?” 하는 말이 나온다.
그러자 다른 두 관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한다.
그렇게 하여 결국 일차 면접에서 가(可)의 판정을 받은 화국주는
차례를 기다려 서문경이 혼자 앉아있는 이차면접실로 들어갔다.
일장춘몽 7회
국주가 입실을 하여 앞으로 다가오자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서문경은 그만,
“허허허···”
약간 소리까지 내어 웃는다. 마치 인형이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키가 다른 계집애들 보다 월등히 작을 뿐 아니라 잔뜩 겁을 집어먹은 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귀엽게 걸어오질 않는가.
국주는 일차 면접 때와는 달리, 방으로 들어서 꽤나 으리으리한 탁자를 앞에 놓고
의자에 의젓하게 혼자 앉아있는, 고관의 관복을 입은 서문경을 보자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려 했던 생각과는 달리 자기도 모르게 그만 긴장이 되고,
약간 두려운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서문경의 앞에 가서 선 국주는 모아 쥔 두 손을 이마 높이까지 쳐들고
나붓이 큰절을 하는데, 절로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나이가 몇이지?”
서문경은 여전히 웃음을 띤 그런 얼굴로 나이부터 묻는다.
“열여섯 살입니다.”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국주는 공손히 대답한다.
“옷을 벗어봐”
“예?”
“위아래 옷을 벗어보란 말이야”
“어머”
“왜, 부끄러워?”
“예”
“허허허···
부끄러워도 벗어 보라구.
그래야 쓸만한지 어떤지 알지”
“···”
“어서”
“예”
나이 한 가지만 물어보고, 대뜸 위아래 옷을 다 벗어보라니 어이가 없었으나,
국주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이를 자그시 문다.
그리고 몹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윗옷부터 가만가만 벗기 시작한다.
옷을 벗는 그녀를 서문경은 짓궂은 호기심 같은 것이 번들거리는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방 한쪽에 십 여명의 처녀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앉아있는데,
그들도 국주의 옷 벗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서문경의 눈에 든 처녀들이었다.
서문경은 계집애들의 이름이나 주소 따위는 아랑곳없었다.
오직 용모와 몸매만이 관심거리였다.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고는 옷을 벗겨서 이리저리 돌려 세우고 걸어보게도 하며
몸매를 살펴보는 것으로 면접을 끝냈다.
마음에 안들면 내보내 버리고,
괜찮다 싶으면 일단 남겨서 방 한쪽에 나란히 앉혀 놓았다.
그러니까 혼자서 다시 예심을 하는 셈이다.
일장춘몽 8회
위아래 겉옷을 다 벗은 국주는 쪼그리고 앉아서 그것을 잘 개어 옆에 놓는다.
그리고 일어서며 몹시 쑥스러운 듯 힐끗 서문경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살짝 떨군다.
“내의도 벗어야지”
“어머, 그럼 맨몸인데요”
국주는 몹시 당황한다.
“그래, 맨몸을 보려고 옷을 벗으라는 거지,
어떤 내의를 입었는지 그걸 보려고 그러는 줄 아니? 허허허···”
서문경은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는다.
“아이 어쩌나···”
“어쩌긴··· 벗으면 되는 거지.
저애들도 다 벗었단 말이야”
한쪽에 나란히 앉아있는 처녀들을 국주는 힐끗 돌아 머뭇거린다.
“뭘 하는 거야?
벗기 싫으면 나가고”
그 말에 국주는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예, 벗을게요.
그런데 대감 나릿님, 아랫도리는 속에 아무것도···”
“속곳을 안 입었나?”
“예”
“허허허··· 속곳을 안 입었으면 안되지.
부끄러운 데 까지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니까.
그럼 아랫내의는 놔두고, 윗내의만 벗어봐”
구경을 하고 있던 처녀들 가운데 몇몇은 키득키득 큭큭···
입을 한손으로 가리기도 하며 웃는다.
국주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살짝 감으며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윗내의를 훌랑 벗어 버린다.
“호호-”
서문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드러난 상체가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이다.
키가 너무 작아서 몸뚱이도 볼품이 없으리라 싶었는데,
의외로 앞가슴이 잘 발육되어 있었다.
살결도 희고, 알맞게 포동포동해서 부드럽고 미끈하면서고 탐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두 봉우리도 제법 봉긋하게 솟아있고,
그 꼭대기의 젖무리도 바야흐로 물이 올라 발그레 곱게 익어가고 있는 듯 선명해 보였다.
“열여섯 살이라 그랬지?”
“예”
국주는 수줍은 듯 두 팔로 살그머니 앞가슴을 가리며 시선을 내리깐다.
열여섯 살이란 거짓말이었다.
실은 열여덟 살이었다.
방문에 십육세 이하라야 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이를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
“열여섯 살이면 숙성한 편인데···
가슴을 보니까. 어디 이리 가까이 와라”
“예”
국주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서문경의 바짝 앞으로 다가간다.
일장춘몽 9회
“너 숫처녀 아니지?”
탁자 앞에 바짝 다가와 선 국주의 앞가슴을 눈여겨 바라보던 서문경이 불쑥 묻는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숫처녀가 뭔지 몰라?”
“예”
“아니, 그 말을 모른단 말이야?
열여섯 살이나 됐다면서···
남자하고 자본일이 있으면 숫처녀가 아니고,
자본일이 없으면 숫처녀란 말이야. 알겠어?”
“그럼 숫처녀예요. 아직 남자하고 자본 일이 없거든요”
“그래? 허허허···”
그러자 처녀들도 와 하고 소리를 내어 웃어제낀다.
웃음이 가라앉자 서문경은 능글능글한 그런 어조로 말한다.
“숫처년지 아닌지는 나중에 내가 데리고 자보면 안다구.
거짓말은 나한테 안 통해. 알겠어?”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정말 숫처녀예요”
“숫처년데 열여섯 살에 벌써 앞가슴이 그렇게 탐스러울까···”
신기하다는 듯이 서문경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다.
그리고 의자에서 점잖게 일어나 국주곁으로 다가간다.
서문경이 다가오자,
국주는 새삼스럽게 쑥스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군다.
“날 보라구”
“예”
국주는 고개를 쳐들고 서문경을 똑바로 바라본다.
서문경은 허리를 약간 굽히며 한손으로 대뜸 그녀의 젖봉우리 한 개를 덥석 덮친다.
“어머나”
국주는 호들갑스럽게 놀란다.
“가만 있어봐”
손바닥안에 뿌듯하게 들어온 젖봉우리를 몇 번 주물럭거려본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어딘지모르게 아직 설익은 느낌이 역력하다.
서문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돌아서봐”
국주는 얌전히 돌아선다.
이번에는 그녀의 엉덩이로 시선이 가져간다.
내의를 입었지만, 키에 알맞게 방방해 보인다.
서문경은 냅다 한손으로 그 엉덩이 살을 덥석 거머쥐어 본다.
마치 내의 속에 든 고깃덩어리의 탄력이라도 감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고”
국주는 가벼운 비명을 지른다.
“됐어” 하고는
그 손으로 엉덩이를 툭 친다.
“저리가 앉아있어”
말하자면 품평(品評)을 마치고, 우선 가(可)로 분류를 한 것이다.
일장춘몽 10회
일차 면접에서 통과되어 넘어온 처녀들 가운데서 서문경이
자기 나름대로 일단 다시 골라낸 처녀는 모두 열여섯명이었다.
그 열여섯을 그는 자기를 향해 옆으로 나란히 서도록 했다.
“흐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서 그 미녀들을 바라보는 서문경은
기분이 매우 흡족한 듯 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눈앞에 아름답고 싱싱한 꽃들이 짝 피어 늘어서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데리고 놀아 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자, 그럼 일곱 사람을 골라내 볼까” 하면서
서문경은 의자에서 점잖게 몸을 일으킨다.
전옥 대감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들 앞으로 다가오자,
처녀들은 모두 슬그머니 긴장이 된다.
마지막 판정의 순간이 다가오는 터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 줄로 나란히 옆으로 늘어선 그녀들 앞을 서문경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지나가면서
“너 앞으로 나와”
또,
“너도” 하면서 골라낸다.
뽑힌 처녀는 활짝 기쁜 표정을 지으며 얼른 한걸음 앞으로 나선다.
모두가 팔등신(八等身)의 늘씬한 미녀들이라,
일곱 사람만을 골라내기가 힘이 드는 듯
서문경은 세 사람을 고르고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그리고 남은 계집애들은 죽 한번 훑어본다.
그 속에 국주도 끼어서있다.
국주는 바짝 긴장이 되어 초조한 그런 눈길로 서문경을 힐끗힐끗 바라 본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떼놓으며 서문경은,
“너” 하고
한 계집애를 지적한다.
“야-”
그 계집애는 좋아서 그만 가볍게 환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선다.
그 다음이 국주다.
서문경은 국주 앞에서 좀 머뭇거리더니 그냥 지나쳐 버린다.
국주는 온몸에서 맥이 탁 풀린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다.
일이 다 틀려버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서문경은 일곱 처녀를 다 골라낸 다음
“자, 나머지는 모두 볼일이 끝났으니 나가라구” 하고
말한다.
그러자 뽑히지 못한 처녀들은 아무소리 없이 그저 아쉬운 표정들을 지으며
순순히 돌아서서 출입문 쪽으로 몰려간다.
그러나 국주는 돌아서질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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