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밥 푸는 순서

오토산 2021. 4. 4. 07:29

☆ [밥 푸는 순서 ]☆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들어 오게 하셨고
오 남매의 맞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퍼주셨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가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왠일이유?
늘 내밥을 먼저 퍼주시더니..."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다.
그리고 그 이듬 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둘 중에
 누구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 년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 이다.
 

더구나  달랑 딸 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끝까지 보살펴 주고

뒤따라 가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 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따듯한 생각 중에서>
( sns에서 받은글 )

'시링빙야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리(梧里)같은 정승은 없는가 ?  (0) 2021.04.04
저는 살만한데 나라가 걱정  (0) 2021.04.04
비둘기 부처  (0) 2021.04.04
蓄 德 (축 덕)  (0) 2021.04.03
산과 땅이 되거라 속깊은 친구야  (0)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