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비둘기 부처

오토산 2021. 4. 4. 07:25

비둘기 부처
(성철 큰스님의 일화 중)

어느 날, 어떤 여인이 성전암으로 기도하러 왔다.
여인의 남편은 대구에서도 꽤
유명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몸에서는 무슨 향수를 잔뜩 뿌렸는지 이상야릇한 향기가 진동했다.
게다가 목과 팔에는 보석과 금붙이가 매달려 있었고,

걸친 옷은 한눈에 봐도 꽤 비싸게 보였다.

암자에는 가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날도 성철은 오전 예불을 마친 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비둘기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성철스님의 손바닥 위에서 연신 날개짓을 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인은 비둘기의 행동이 신기한지 한동안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성철과 눈이 마주치자 두 손 모아 합장했다.
여인이 중얼거리듯이 성철에게 말했다.

 

“이 비둘기도 큰스님을 알아보는 것 같군요.

아이구 예뻐라.”

“남편 사업이 잘되나 보네?”

“예. 큰스님 덕분입니다.

삼천 배가 효과가 정말 좋은 모양입니다
큰스님의 말씀대로 회사가 하루가
다르게 굴러가니….”

“허허허 다행이로세.”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가 유난히도 빛났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편의 사업이 잘돼서 보석을 몸에 칭칭 감고
기도하러 왔느냐고 나무라고 싶었지만,

그날따라 성철은 이 말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다.
성철이 말했다.

 

“그 진주목걸이 참말로 이쁘네.”

여인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아, 이거요.”

“엄청 비싸겠네?”

“돈푼깨나 나가죠.

남편이 삼천배를 한 기념으로 사준 거예요.”

“거 보살은 삼천 배 덕을 정말 톡톡히 보고 있네.”
그때 비둘기가 성철의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그 목걸이 이리 한번 줘봐라!
우리 비둘기도 목걸이 한 번 해보게.
방금 요것이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이네.”

“아,

비둘기가요?”

“야 눈을 봐라.

그렇다고 말하고 있잖아.”

여인이 보니 비둘기가 정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별 의심없이 여인은 목걸이를 벗어서 주었다.
진주목걸이를 받아 쥔 성철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비둘기의 목에다가 걸어주었다.

“하하 이쁘네.

어디 한번 훨훨 날아 봐라.

고놈 참 번쩍번쩍 빛이 나네.”

 

비둘기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주목걸이를 목에 건 채

한 바퀴 주위를 돌고는 하늘 높이 날아갔다.

“악, 내 목걸이!”

여인이 놀라서 손을
허우적거렸으나 이미 소용없었다.
성철이 비둘기가 날아간 하늘을 보며 허허하고 웃었다.

“큰스님,

어쩜 좋아요.”
여인이 발을 동동거렸다.

“걱정마라.

금방 돌아올기다

.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돌아오것지.”

“그럴까요?”

“하믄.”

비둘기가 돌아온 것은 한참 후였다.
방 안으로 돌아와 성철 곁에 앉는
비둘기의 목을 살피던 여인이 자지러졌다.

“내 목걸이. 없네!”
성철의 눈이 커졌다.

“니 일마 목걸이 우쨌노?”
비둘기가 성철의 무릎에 올라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 내 목걸이 어쨌어?”

여인이 손가락질하며 비둘기에게 물었다.
그래도 비둘기는 여전히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검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큰스님!

야가 지금 뭐라 합니까?”

“친구한테 빌려주고 왔닥하네.”

“친구 누구요?”

“허허 그기야 나도 모르지.”

“우짭니꺼,

내 목걸이?”

“기다리면 친구가 안 오것나.
일마가 가서 데려오던지.”

“니 빨리 가서 내 목걸이 가져온나.”

“아이고 다그치지 말거라.

금방 가져오겠지.”

비둘기가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푸르륵 서편 하늘로 이내 사라졌다.
밤이 되자 여인을 향해 성철이 한마디 했다.

“걱정말고 오늘은 푹 자거라.

아마 내일 그 비둘기가 다시 오겠지.”

“어디 흘린 기 분명한데….”

“비둘기도 다니는 길이 있으끼네
못 찾을 리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비둘기가 오기는 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성철은 무사태평이었다.
그렇다고 여인은 화를 낼수도 없어서 방안에서 옹송그리고 앉아서

비둘기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한낮이 지나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주지 스님과 대중들을 불러서 진주목걸이를 찾아보라고 했다.

“글마가 올 때가 되었는데 참말로 안오네.

내일까지 자랑하고 오려나.”

성철이 여인이 들으라는 듯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혼자서 궁시렁거렸다.
그때 제자 하나가 도반에게 말했다.

“우리 큰스님 유독 있는 체 하는
사람 무척 싫어하잖나베.”

“목걸이 찾아서 가져가면 아마 치도곤 얻어맞고 말기다.”

“맞아.”

여인은 목걸이를 찾지 못하고 결국
산을 내려 간 후 절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여인이 절에 오지 않자 성철이 시자에게 말했다.

“목걸이 잃어부리고 집에 가서 남편한테 식겁했는 갑다.”
시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몸서리난다고…. 같

이 오던 보살님이 그랍디다.”

“그래서 몸가짐이 중요한 기다.
절에 오는 사람이 몸에 향수 바르고
보석 달고 오면 절하기 힘들지.”

그러던 어느 날
절에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모두가 놀랐다.

보아하니 얼굴 화장을 싹 지우고
몸에 보석도 전혀 걸치지도 않았다.

“우째 된 기고?”
성철이 기특해서 여인에게 물었다.

“큰스님 죄송합니다.
스님의 큰마음을 미처 모르고….
제가 그땐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성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믄 됐다.
그래 남편사업 잘 되나?”

“예.”

“치장하고 보석 살 돈 있으믄 가난한 사람들 좀 도와라.
하루 한 끼도 못 먹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알겠습니다.

큰스님.”

그 후 여인은 식당차를 마련해
행려자들에게 밥을 퍼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을 안 성철은 비둘기에게 합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둘기 부처님,

한 건 하셨네요.”

- snsdptj 옮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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