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계에서(羽溪, 李堣)
nicole ・ 2021. 2. 11. 22:42
눈 빛이 빈 창에 스며 촛불은 깜빡이는데
달이 솔 그림자에 어려 서쪽 처마에 일렁이네.
밤 깊어 산바람 부는 줄 알겠으니
담 밖에 우수수 대나무 소리가 나기에.
雪逼窓虛燭滅明 (料峭語)
月篩松影動西榮 (巧)
夜深知得山風過
墻外蕭騷竹有聲 (蕭索有趣)
*측기식. 평성. 庚韻(明, 榮, 聲)
*《송재집》의 「關東行錄」 가운데
〈羽溪縣軒韻〉 세 수 중 둘째 수로, 滅明이 減明으로 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강릉대도호부」 임계역 조에 실려 있으며
滅明이 減明으로 되어 있다. 송계집의 나머지 두 수는 검색하면 금방 나오므로 생략.
*우계: 강릉의 우계현. 강릉 남쪽에 있다.
*雪逼: 눈빛이 스며든다는 뜻. 옹권(翁卷)의 중추보월(中秋步月) 중 “光逼流螢斷, 寒侵宿鳥驚”의 용례 참조.
(책에는 옹권중의 추보월이라 했는데 이는 잘못. 옹권은 생몰년 미상의 남송대 시인.)
*滅明: 明滅. 밝았다 어두웠다. 깜박이다. 왕유 시와 백거이 시에 용례가 있음.
*料峭語(요초어): 料峭는 가벼운 추위, 또는 바람이 한랭하고 날카로움을 형용한 말이다.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전해지는 표현이라는 뜻이다.
*月篩(월사): 篩는 체를 친다는 뜻으로, 달빛이 사물에 어른대는 모습을 말한다.
주숙정(朱淑貞, 일명 朱淑真, 1135~1180)의 시에 “月篩窓幌好風生”이라 한 것이 있음.
*西榮: 榮은 옥첨(屋簷) 양 끝에 걸린 부분. 곧 飛簷. 처마.
《의례》의 「사관례」에 동영 서영 운운한 것이 있음.
*山風: 산에서 부는 바람.
*蕭騷(소소): 바람이 대를 움직이는 소리. (자세한 용례는 책 참조) 비소리 또는 물이 흔들리는 모습의 뜻으로도 쓰인다.
*蕭索(소색): 쓸쓸하고 처량함. 도잠의 〈自祭文〉에 나오는 표현. “風氣蕭索”이라 했음.
*이우(1469~1517): 본관은 진보(眞寶). 자는 명중(明仲), 호는 송재(松齋). 이운후(李云侯)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선산부사 이정(李禎)이다.
아버지는 진사 이계양(李繼陽)이며, 어머니는 부사직(副司直) 김유용(金有庸)의 딸이다.
이황(李滉)의 숙부이다.
1492년(성종 23) 생원이 되고, 1498년(연산군 4)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해 승문원권지부정자가 되었다.
1506년 동부승지에 임명되어 지제교와 춘추관수찬관을 겸했다가
마침 입직하던 날 중종반정이 일어나자 이에 가담, 협력하였다. (뒤에 공신책봉 된 얘기 나옴)
1508년(중종 3) 부모 봉양을 위해 외직을 희망, 진주목사로 부임했다.(공신도 재물이 부족했나 봄)
문장이 맑고 전아(典雅)하다는 평을 받았다. (즉, 별 재미 없을 거란 얘기)
특히 시에 뛰어나 산천의 명승을 읊은 것이 『관동록(關東錄)』·『귀전록(歸田錄)』에 전한다.
최숙생(崔淑生) 등과 친하였다.
예안의 청계서원(淸溪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송재집(松齋集)』 1권이 있다.
*평설
강릉 우계현 임계역에 머물며 쓴 시로,
겨울밤의 풍경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起句는 눈의 찬 기운이 창문에 스며들어 촛불이 깜박이는 모습을 그렸는데,
逼의 쓰임이 매우 적절하다.
시에서도 그 한기가 전해지는 듯하여 허균은 날카로운 시어라 했다.
承句는 소나무 그림자를 만들며 처마에 비치는 달빛을 묘사했다.
역시 제2자인 篩의 쓰임이 공교하다.
달빛이 소나무를 비추어 소나무 그림자를 얼기설기 만드는 모습을 두고 ‘체를 친다’고 한 것이다.
轉句와 結句는 잠들지
못하고 댓잎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듣는 정경이다.
“蕭騷竹有聲”의 표현 속에 그 밤의 스산한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허균은 “시원한 의취가 있다”고 했다.
(강석중 외, 허균이 가려뽑은 조선시대의 한시2, 264~266쪽) (간만에 보는 괜찮은 시)
출처] 우계에서(羽溪, 李堣)|작성자 nic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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