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7)
철문협(鐵門峽) 전투 (상편)
일행은 며칠 만에 황하를 건넜다.
유비는 오륙년 전에 차를 구하러 왔을 때에 처음으로 구경한 황하였다.
황하의 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이렇듯 천만 년의 대자연은 조금도 변함이 없건만,
백 년도 채 못사는 사람의 인생에는 너무도 많은 파란만장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아 !
세상만사를 모두 접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늙으신 어머니나 봉양하면서 살아갈꺼나 ?)
필부야인(匹夫野人)으로 구국제세(救國濟世)를 꿈꾸며
오백여 명의 의용군을 이끌고 고향을 떠나온 것이 이제는 어리석게만 여겨졌다.
한편,
지난번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이 한 번 다녀온 바 있는 주전 장군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영천에서는 황건적의 지공장군 장보(地公將軍 張寶)의 10만 대군과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라, 주전은 군막 밖에서 넓은 황야를 바라보며 큰 걱정을 하였다.
(또 패했구나 !
싸울 때마다 지기만하니..
이러다가는 좌천(左遷)될 지도 모르겠다... ! )
그때,
멀리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연락병이 있었다.
그는 말을 내리기가 무섭게 주전 앞에 무릅을 꿇어 세우며 보고를 한다.
지레 짐작을 한 주전이 침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
또 나쁜 소식이냐 ?"
"아니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듯 급히 달려왔느냐 ?"
주전은 눈살을 찌프려가면서 물었다.
"의용군 대장 유비 장군의 병력이
우리 진지 외각을 지나고 있어 보고드리옵니다."
"무엇이 ?
의용군 천 오백 명으로 황건적을 몰아냈던 그 유비 말이냐 ?"
"그렇습니다.
여기저기서 황건적들과 싸우다가
이곳을 지나 유주 탁현으로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 ? 그렇다면 ....
부장, 소평(蘇平)은 어디 있느냐 !
소평 말이다 ! "
주전은 자신의 부장(副將) 소평을 급히 찾았다."
"불러 계시오니까 ?"
"그래 !
자네는 부하 몇을 데리고 유비군이 행군하고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가서
유비 장군을 이곳으로 정중히 모셔오도록 하라 ! "
주전의 명령을 받은 부장 소평은 부하 너댓을 거느리고 ,
연락병을 앞세우고 급히 말을 몰아갔다.
(휘유, 다행이다. 때마침 잘 왔다...
이런 싸움에는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고 덤비는 놈들이 필요하지...)
"어이구 유비 장군
마침 잘 와 주었소 ! "
주전이 유비를 대하는 태도가 지난번과는 여간 딴 판이어서 모두가 놀랄지경이었다.
"지나는 길에 들렀습니다."
그러나 유비의 태도는 언제나 공손했다.
"장군은 물론이고
두 아우님 장군들도 모두 여기저기서 황건적들과 싸우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소.
군사들에게도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라고 일렀는데,
소홀치나 않은지 모르겠소..."
"융숭한 대접에
제가 거느린 군사들이 매우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유비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거느린 군사에게 푸짐한 술과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관우,장비와 함께 크게 놀란바 있었으나,
자신은 관우, 장비 두 동생들과 함께 인사차 주전의 군막으로 먼저 찾아왔던 것이었다.
"하하하,
고생을 많이한 휘하 군사들이 즐거워한다니 기분이 매우 좋소이다 ! "
주전은 통쾌하게 웃고 나서,
"자, 장군과 두 아우 장군을 위한 음식은
이쪽에 따로 준비가 되어 있소이다."하고
말하면서 자신의 군막 옆에있는 다른 군막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따로 차린 술과 고기가 가득 올려진 푸짐한 상이 있었다.
"자 자리에 앉으십시다."
한쪽 중앙에는 주전의 자리가 있었고
각각 마주 보며 상이 모두 네 개가 차려져 있었는데,
유비,관우,장비, 소평의 자리였다.
"내일은 서쪽에서 해가 뜨려는 모양이오 ? "
지난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주전의 태도를
의아스럽게 여기던 장비가 관우에게 말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차려놓은 상이니 오랜만에 실컷 먹고나 보자."
관우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반가운 손님들을 위해서 건배합시다 ! "
주전이 일동을 돌아보며 술잔을 치켜들었다.
"건배 ! "
장비는 오랜만에 푸짐한 상을 보고,
"그럼 사양하지 않고 먹겠습니다."하면서
상에 있는 기름진 음식을
<쩝쩝> 소리가 나도록 먹어치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비가 그토록 좋아하는 술도 그득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영웅 호주불사(英雄豪酒不捨) 라,
술도 자기 앞에 있는 동이를 단박에 비워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를 본 주전이 크게 웃으며,
"하하하,
과연 음식도 호걸답게 드시는구려 !
여봐라 술을 더 내오거라 ! "하며 명령하였다.
이렇게 주전이 준비한 한바탕 융숭한 음식잔치는 한참이 지나서야 끝났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각자 숙소로 안내되어
오랜만에 발을 뻣고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이튼날,
주전은 숙소로 부하를 보내어
세 사람을 자기 군막으로 불렀다.
주전이 세 사람을 향해 말한다.
"세 장군이 찾아와 주셔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
우리가 지금 적들과 악전고투를 하고 있으니,
세 분들은 나를 크게 도와주어야 되겠소."
주전의 말을 듣고, 장비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어쩐지 너무 친철하다 싶더라니...)
유비가 대답한다.
"우리도 힘 자라는 데까지 주전 장군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오,
그렇게 선선하게 대답해 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구려.
우리 진지 앞에는 철문산(鐵門山)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황건적 괴수인 장각의 동생인 장보가 진을 치고 있소.
그 산을 공격하여 놈들을 궤멸시켜야 할 텐데
우리가 여러번 공격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소.
이제 세 장군에게 내 부하 3천 명을 지원해 줄 테니
이들을 데리고 가서 그놈들을 박살내 주었으면 하오."
"알겠습니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유비는 두말없이 승낙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주전이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부장 소평(副將 蘇平)에게 명령한다.
"세 장군에게 각각 군사 천 명씩을 딸려보내라 ! "
유비,관우,장비는 자신의 군사에 물경 삼천의 군사를 합하여,
오천에 이르는 군사를 거느리고 철문산으로 향했다.
철물산은 양쪽 협곡이 무척이나 가파르게 깎아지른 좁은 협곡을 통과하여야 했다.
협곡으로 접근할 수록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협곡위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일고, 협곡 반대편에서는 세찬 바람이 몰려왔다.
그러자 이미 이곳에서 여러번 전투를 치뤄 본 주전의 군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응 ?
왜들 그러지 ?"
선두에서 병력을 이끌던 장비가 ,
"병사들의 태도가 이상한데 가보고오겠습니다."하며
뒤따라 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웅성거리는 주전의 군사들에게 다가갔다.
"웬 소란들이냐 ?"
장비가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한 병사가 말하는데,
"장군님 !
이건 황건적 대방인 장보가 요술을 부리기 시작한겁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뭐라고 ?
도적놈 두목이 요술을 부린다고 ?"
장비는 듣도보도 못한 소리를 듣고 놀라 물었다.
그러자 주전의 군사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예,
지금까지 우리 군사들이 공격할 때마다
장보가 요술을 부리는 바람에 저 산에 접근했다가 전멸을 당하곤 했습니다."
"으음 !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자 그렇게 통나무처럼 서있지 말고 전진하라 ! "
"하지만 요술때문에
죽을 걸 뻔히 알면서 어떻게...."
주전의 군사들은 겁을 집어먹고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러자 장비가 호통을 내질렀다.
"잘 들어라 !
요술 때문에 죽는다는 소리를 들은적 없다.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이자리에서 내가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호통을 지른 장비는
장팔사모를 머리위로 힘차게 한바퀴 휘둘러 보았다.
"이크 ! "
주전의 군사들 사이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자, 요술따위에 겁내지 말고 전진하라 !
아직까지 요술로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애기는 듣지 못했다 ! "
장비는 주전의 군사를 앞장 세워 철문산 협곡으로 전진하였다.
그러나 계곡으로 접근해 갈수록 눈을 뜨고 걷기도,
몸을 가누고 걷기도 어려울 정도의 맞바람이 음산한 소리를 내며 세차게 불어왔다.
"휘..잉~"...
"휘~잉~"...
그러자 주전의 부하를 이끄는 한 장수가 유비에게 나서며 말한다.
"장군님 !
저기가 철문협(鐵門峽)이란 곳인데,
관군은 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매번당하기만했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되돌아가는 것이..."하고 말끝을 흐린다.
장비가 이 말을 듣고 발끈하며 말한다.
"그건 공격하는 쪽이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라 ! "
그러자 유비는,
"좋다 !
그렇다면 우리 의용군부터 돌격하기로 하겠다."
유비는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선두는 유비군이, 후미는 주전의 군사들이 따르게 하고 돌격을 명하였다.
눈을 뜨기 어려운 바람은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지만,
유비군은 앞장서서 협곡을 통과하는 선두에 섰다.
이렇게 선두가 협곡 중앙에 이르렀을 때,
불현듯 협곡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괴성(怪聲)을 질러댔다.
"우하하하하 ...!
저승 사자가 붙어 다니는 놈들이 지옥이 그리워서 다시 몰려왔구나...!
자아, 그럼 지옥의 문을 열어 주마...! "
그소리는 협곡의 바위에 반사되어 메아리처럼 음산하게 울려퍼졌다.
"장보다 !" ...
"어이쿠 ...!
드디어 요술을 부리려는가봐 ! ...."
주전의 군사들은 공격할 자세를 멈추고 뒤로 도망칠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를 본 장비가 호통을 내질렀다.
"이 겁쟁이들아 !
달아나지 말고 전진하라 !
전진하지 않으면 내가 베어버리겠다 ! "
그러나 역시 그들은 그자리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유비는 자기 군사들 만이라도 돌격을 명했다.
그리고 잠시후, 협곡 위에서는 아래쪽으로 낙엽과 함께,
돌과 화살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으악~"...
"우르쾅" ...
수많은 유비군이 협곡위에서 쏟아져 내린 화살과 돌에 맞고 부딪쳐 나딩굴었다.
그러자 관우가 유비에게 급히 말한다.
"형님 !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일단 군사를 뒤로 물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
군사를 속히 퇴각합시다."
"퇴각하라 ! "
장비는 전군에 퇴각명령을 내리고 군사는 협곡입구까지 후퇴하였다
18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비의 개선 (0) | 2021.09.17 |
---|---|
철문협(鐵門峽) 전투 (하편) (0) | 2021.09.17 |
철새 (0) | 2021.09.17 |
허망한 발길을 돌리며 (0) | 2021.09.17 |
화공지계(火攻之計) (0) | 202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