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방랑의 길

오토산 2021. 9. 17. 17:38

삼국지(三國志) (24)
방랑의 길

한편...
장비의 손에 죽을뻔 하다가,

급거 달려온 유비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독우는

한동안 온 몸이 아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부하들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장비는 물론이고 관우와 유비에게 당한 봉변이 분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장비에게 당할 때만 하여도 살려만 주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유비에게 높은 벼슬을 주겠다고 맹세햇던 독우였지만,
이제는 원수를 갚을 생각만이 맹렬해졌다.

"여봐라 !

현위 유비란 놈이 어찌 되었느냐 ?"

"현위는 벼슬을 버리고

두 아우와 함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부하들이 대답했다.

"뭐라고 ?

그놈들이 나를 이렇게나 해놓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
그놈들을 도망치게 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 !

지금 당장 그놈들의 수배령을 내리고, 아직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것이니,

가까운 정주(定州) 태수에게 속히 사람을 보내
군사를 풀어 그놈들을 붙잡으라고 하란 말이다 ! "

본시부터 행실이 삐뚤어진 놈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어서,

독우는 목숨이 간신히 살아나자 또 다시 작패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넓디 넓은 중원 천지에서 유비의 일행을 체포한다는 것은 결코 용의한 일이 아니었다.
                       
한편, 

유비,관우,장비는 20여 명에 이르는 측근 부하들과 함께

각기 말을 타고 안희연을 떠나기는  하였으나,

정작 갈 곳을 정한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천하가 넓다 하여도 불의에 굽히지 않고

대의에 살려는 그들 일행에게는 몸 둘 곳이 없었으니,

천하는 이처럼 어지러웠던 것이다.

"자,

안희현을 벗어나긴 했지만 이제 어디로 가지 ?"

 

관우가 막막한 생각을 가지고 말했다.
그러자 언제나 곤란한 일을 만날 때 마다 선수를 치고 나오는 장비가,

"형님, 그건 나한테 맡기시오."하고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유비도 궁금해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엷은 미소를 지어가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엇다.

 

"후후후,

이 장비가 발이 보통 넓은게 아니거든요.

이 넓은 천지에 우리가 몸을 의지할 데가 없다면 말이 되겠소이까 ?

하하하..! "
그러자 매사에 사리를 밝히는 관우가,

 

"하하하,

장비 자네가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아무튼 좋아 !

그러면 자네를 믿고 따라감세 !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나 알려주게 ! 

이거야  참, 궁금해서 못견디겠는걸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장비가,
"형님들 ! 

우리 대주(代州) 땅에 있는  오대산(五臺山) 밑으로 가보십시다."

"대주에 가면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가 ?"

"네 있지요.

대주 땅에는 유 대인(柳 大人)이 있어서

우리가 가면 반갑게 맞아 줄 것이오."

 

"아무 데로 가도 마음 편한 곳이 없으니

그럼 자네 말대로 하세그려 ! "

유비 일행이 급히 안희연을 떠나며

준비한 마른 식량이 거의 떨어질 무렵인 사흘째 되는 날,

오대산 밑에 도달하였다.

 

"자,

이제 오대산 밑에 도착했는데,

유 대인 댁은 여기 어디쯤 있는가 ?"
좀처럼 말이 없던 관우가 장비에게 물었다.

"형님들은 여기서 잠깐 쉬고 계시오.

여기서 유 대인 댁은 멀지 않으니,

내가 잠시 먼저 다녀오리다."
장비는 나는 듯이 어디로 달려갔다가 얼마 후에 돌아오더니,

 

"됐습니다.

유 대인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신답니다.

그댁으로 함께 가십시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게 장비 !

도대체 유 대인이라는 분은 어떤 사람인가 ?"
유비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 대인은 이 지방의 대지주이십니다.

그 댁 사랑에는 항상 일이백 명의 식객(食客)들이 언제든지 묵고나고 있으니까,

우리들 이십 명쯤 신세를 지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유 대인은 워낙 덕망이 높은 분이라서,

우리가 몸을 숨기며 지내는 데도 안성맟춤일 것이오."

"고마운 애기지만,

자네는 어떤 연유로 유 대인을 알게 되었나 ?"
관우가 사리를 따져 물었다.

"그분은 옛날에는 나의 구주(舊主)였던 홍가(鴻家)와

친분이 두터워서 군량(軍糧)과 병마(兵馬)를 대 주시던 분이죠.

그때부터 나하고는 친분이 두텁게 지내던 분입니다."

"음...

자네가 많은 신세를 져온 데다가
이제 우리 이십여 명까지 몰려가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까 ?"

"천만의 말씀이오.

내가 그런 눈치를 모르고 가자고 했겠어요 ?

내가 조금 전에 먼저 달려가서 우리 삼형제의 사정을 말했더니,

그분께서는 매우 감격해 하시면서, 몇 해라도 당신 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시던걸요."

"그렇다면 염치불구하고 우리도 신세를 지기로 할까 ?"
유비가 그렇게 대답하고 일행은 유 대인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2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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