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79)
주유의 창(槍)과 공명의 방패(防牌) 대결
공명이 주유의 군막에서 나오는 순간,
주유를 찾아오는 노숙과 마주쳤다.
그러나 공명은 노숙을 본체 만체로 지나쳤다.
이를 이상히 여긴 노숙이 주유를 보자,
방금 지나친 공명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물었다.
"도독,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방금 공명이 왜 황급히 나가는 것이오 ?"
그러나 주유는 그 대답에 앞서,
노숙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노숙도 자리에 앉아야만 주유의 대답을 들을 것 같아
두말 않고 자리에 앉아 주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주유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솔직히 털어놓겠소.
오늘, 내일 사이에 공명이 죽을 것이오."
"죽다뇨 ?"
노숙은 화들짝 놀라며 반문하였다.
그러자 주유는,
"공명에게 조조군 군량고가 있는 취철산을 기습하라고 하였소.
이것은 조조 손을 빌려 공명을 죽이겠다는 것인데,
아무런 의심도 없이 명에 따르겠다고 하니, 하하하하 !
공명은 이제, 죽은 것과 다름없소."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노숙이 어안 벙벙하고 있는데 주유의 말이 이어진다.
"아, 자경 !
잠시후, 공명이 언제 출발하는지 알아 오시오."
"알겠습니다."
노숙은 대도독의 군령을 받고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후, 노숙은 공명을 찾아가 보았다.
공명은 주유의 흉계를 아는지 모른지,
노숙이 들어오면서 보니 군사를 출동시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노숙은 공명을 만나자,
"뭐가 이리 바쁘신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명은 노숙을 자리로 안내하면서,
"조조의 군량고를 기습하려면 군마(軍馬)를 비롯해,
병사들을 점검해 놔야 할 게아니오 ?"하고,
곧 전선으로 달려갈 것 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주유가 무리한 군령을 내렸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공명에게 묻는다.
"선생은 이번 조조의 군량고 기습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시오 ?"
"저는 공명이고 호(呼)는 와룡(臥龍)이니,
주공근(周公瑾: 주유의 字)과는 다르지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노숙은,
"선생이 공근과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말씀하시는거요 ?"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지체없이 대답한다.
"나는 수전(水戰), 보전(步戰), 마전(馬戰), 차전(車戰),
야전(野戰)에 능할 뿐만 아니라,
깊이 또한 심오하오.
그러니 자경(노숙의 字) 선생이나 주유 장군
처럼 한 가지에만 능통한 분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오."
"어찌하여 우리 두 사람을 한가지에만 능하다고 하십니까 ?"
노숙은 공명의 일방적인 평가에 다소간의 섭섭함을 감추고 물었다.
"이곳 강동 사람들이 자랑삼아 말하기를,
육전(陸戰)에는 노숙, 수전(水戰)에는 주유라고 말하더군요.
실례의 말씀이지만, 적어도 명장이 되려면
수륙(水陸) 어느 싸움에나 능통해야 할 것이오."
"선생답지 않게 무슨 그런 호언장담을 하십니까 ?"
"생각해 보시오.
주유 장군이 만약 육전에 정통하다면,
철기군 이천을 가지고 취철산의 적의 군량고를 기습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오.
그러니 만약 내가 이번 싸움에 나가 죽는다면,
주유 장군은 육전을 모르는 우장(愚將)이라는 소리가 천하에 널리 퍼질 것이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급히 돌아가, 주유에게 그대로 전하였다.
주유는 그 보고를 받고 발끈 노한다.
"뭐요 ?
나를 육전을 모르는 우장이라고 ?
건방진 놈 ! ...
전하시오 !
이번 조조군 군량고 야습은 손 떼라고 !
내가 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친히 공격할 것이오 !
어디, 못 해 내나 보시오 !"
"알겠습니다."
노숙은 주유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아니하고 선듯 대답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유는 불세출의 재능을 가진 당대의 영웅이나, 자
만심이 극도로 높아 천하를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고,
자신보다 강한 자를 두고 보지 못 하는 성격을 가진데다가,
결정의 단안이 몹시 급하여 수하(手下)사람들을
몹시 곤혹스럽게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노숙이 다시 공명에게 달려가 주유의 말을 전하니,
공명이 웃으며 말한다.
"주공근(주유의 字)이 나더러 조조의 군량고를 기습하라고 한 것은
조조의 손을 빌려 나를 죽이려 한 것이기에 내가 한번 큰소리를 쳐본 것이오.
조조가 얼마나 지혜가 많은 사람인데
자기 군량고를 호락호락하게 놔뒀을 리가 있겠소 ?
더구나 보급로를 끊는 것이 조조의 핵심 전략이오.
그러니 자신의 군량고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았겠소 ?
그런 까닭에 주공근이 일만의 병사를 데리고 가더라도
쉽게 공격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의 함정에 빠져,
그곳에서 패하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오국(吳國)을 위해서나
유 예주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 될 것이오.
그러니 적의 군량고를 기습할 생각은 포기하고,
우선 수전으로 먼저 적의 예기(銳氣)를 꺾어 놓아야 할 것이오.
선생은 지금 돌아가셔서 주유 장군에게 그뜻을 전해 주시오."
"공근에게 꼭 전하도록 하겠소,
선생, 질문이 있으니 아무 숨김 없이 대답해 주시오."
노숙은 공명의 예지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해 보시오."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강동 사람들의 전하는 말로 공근을 격노시키지 않았다면,
공근은 틀림없이 선생을 조조의 군량고로 보냈을 것인데,
선생은 과연 명에 따라 가실 생각이셨소 ?"
"명을 받았으니, 갔겠지요.
대도독의 명을 제가 어찌 거역하겠소 ?
항명 한다면 골치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겠소 ?
동오의 칠금령 오십 참법(七禁令 五十 斬法 : 일곱 가지 금 법과
오십개에 이르는 참살 법)이 버티고 있으니,
명에 따를 수 밖에요.
허나,
공근이 내게 이천의 철기를 내 준다고 했으니,
제가 취철산에 도착하면 먼 발치의 산위에 올라가,
동오의 철기군을 선봉에 내세우면 , 아마 반 이상은 전사를 할 테고,
결국에는 패잔병 수 십명을 이끌고 처참한 몰골로 돌아와서,
대도독께 죄를 청하겠지요. "
공명은 노숙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느닷없는 질문을 던진 노숙도, 공명으로 부터 가상의 결과를 듣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호탕하게 웃어졌혔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한바탕 웃고난 노숙이 공명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약았어 , 정말 약았어 !..."하고, 말하며
부럼반 시샘반으로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대도독이 나를 궁지에 몰아 넣다 보니 그런거요...
자경, 한 마디만 묻겠소.
내가 주공근이 육전에는 약하다고 조롱할 때,
어떤 의도로 그러는 지 눈치 채지 못 하셨소 ?"
공명이 노숙에게 이렇게 묻자,
노숙은 겸연쩍은 웃음을 웃어 보이며 찻잔을 공명에게 들어 보인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다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 공명의 계략에 감탄하였다.
노숙이 주유에게 돌아와 공명을 만나고 온 내용을 보고하자
주유는,
"자경, 놈의 식견은 나의 열 배요.
강동의 후환으로 남겨두느니,
차라리 이번에 없애버려야 하겠소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이,
"대도독, 결전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니,
공명을 죽이더라도 조조를 함께 깨쳐 부수고 나서 죽이시지요.
그래도 늦지는 않습니다."하고,
주유의 결단을 말렸다.
그러자 주유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논의하고 있을 때,
장군 여몽이 들어와,
"아뢰옵니다.
조조군의 전함이 삼강구에 도착해 포진을 펼쳤습니다."하고,
아뢰는 것이다.
그러자 주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전함의 규모는 ?"
"강을 덮을 듯이 끝이 안 보입니다."
노숙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주유는 여몽에게 명한다.
"쾌속선 열 척에 궁수들을 배치해라.
내가 간다 !"
그러자 노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유의 앞으로 달려간다.
"대도독 ! 그건 위험하오.
강 위에서는 육지와 달라, 십 리밖도 훤히 볼 수가 있소.
대도독의 전함이 나타나는 순간, 조조군이 삼십 리밖에서 바라볼 것이오.
삼군 통솔자가 경솔히 움직여서는 안 되오."하고,
진언을 하였다.
그러나 주유는,
"조조의 전함들은 새로 건조한 데다가, 아군과는 첫 교전이오.
그러니 내 눈으로 그들을 보지 않고 어찌 상대하겠소 ? "
주유는 노숙에게 이렇게 말해 두고 여몽을 바라보며 묻는다.
"말해 보게, 조
조군이 나를 발견한다면 어찌 나오겠나 ?"
"전함을 보내어 추격을 하겠지요."
여몽이 이렇게 대답하자, 주유는,
"맞아 ! 추격을 당해 보지 않고, 적
함의 속도가 어느 만큼 빠른지, 어찌 알 것이며,
적군의 수상 전술과 적군의 궁노를 비롯한 화기 전술이 어떤지,
어찌 알아 낼 수가 있겠는가 ?
그러니 추격을 해 온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주유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미에는 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노숙이 감탄하며 말한다.
"공근은 정말 지용을 겸비하셨소 !...."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몽이 명을 접수한다.
"대도독의 말씀 대로,
소장이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
곧이어 주유가 인솔하는 쾌속선 열 척이 주유의 군기(軍旗)를 휘날리며
조조의 전함이 뒤덮고 있는 삼강구로 진입하였다.
주유가 수하 장수 여몽과 육손을 데리고 뱃전에서 조조군의 수군 전함을 바라보니,
과연 수 많은 전함이 장강을 뒤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유가 여몽에게 묻는다.
"여몽,
조조의 수군 대도독이 누군가 ?"
"채모,
부도독은 장윤입니다."
주유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꿈적이며,
"채모는 유표의 수군 상장군이었고,
장윤 역시 과거에 수군 통령(統領)이었다.
둘 다 수군 전략을 수행하는데 명장이자
노련한 자들이다.
놈들이 있는 한 쉽게 이길 수는 없다."하고,
말하는 순간 주유의 쾌속선을 발견한 조조군에서
대항 전함 삼십 척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발견한 여몽이 손을 들어 주유에게 말한다.
"도독, 보십시오.
조조군의 전함들이 몰려 나옵니다."
그 말을 들은 주유가 명한다.
"당황하지 말고 수심이 얕은 곳으로 유인하라.
물길에 밝은 지 봐야겠다."
"알겠습니다 !"
여몽이 명을 접수하고 뒤따르는 쾌속선에 군령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하여 여몽은 손수 청,홍기(靑紅旗)를 흔들어 수신호를 보낸다.
주유의 다음 명이 떨어진다.
"궁노수는 자리에 위치하라 !"
명을 받은 궁사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로 들어가 화살을 한 대 씩을 멕였다.
주유의 다음 명령이 즉각 떨어진다.
"추격해 오는 가운데 전함을 조준하라 ! ...
쏴라 !"
주유의 명령을 받은 여몽의 사격명령 수신호가
각 전함에 전달되고 이를 본 전함에서는 각기,
"쏴라 !"하는,
명이 떨어졌다.
"피융 ! ~ ...."
"피융 ! ~ ...."
주유의 쾌속선 선단 10 척 에서 동시 다발적
으로, 지휘관이 타고 있을 가운데 적함으로 수백 발 의 화살이 날아갔다.
"아 !..."
"으악 ! .."
주유를 추격하던 조조군 지휘선에서는
빗발치는 화살로 방패가 뚫리고 병사들이 쓰러져갔다.
이렇게 소기의 성과를 올린 주유는 적의 전함들이
모두 출동할 기세를 보이자 급히 배를 몰아 진지로 돌아와 버렸다.
이로서 주유는 이번 출동으로 애초에
목표한 대로 조조의 수군에 대응력을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18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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