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80)
주유의 계략
주유가 삼강구에 포진한 조조의 수군을 정찰하고 간 뒤에
수군 대도독 채모와 장윤이 조조를 찾아갔다.
채모가 조조에게 보고한다.
"아뢰옵니다.
주유가 전함을 끌고 정탐을 나와 소장이 쾌속선 삼십 척으로 추격해,
다 잡았다가 뜻밖에도 ..."하고, 말끝을 흐리자,
조조가 즉각 물었다.
"뜻 밖에 놓쳐버렸다는 건가,
맞나 ?"
조조의 힐난에 두 장수는 당황하였다.
장윤이 말을 이어받아 아뢴다.
"예, 승상 !
새로 투입된 수군은 삼강구 물길에 생소한데다가,
장강 사정에도 어둡다 보니,
은 수심으로 유도하는 적군 작전에 말려들어 기습을 당하고 만 것입니다."
"동정호에서 몇 달째 훈련을 했음에도 이런 어이없는 결과를 만들다니,.."
조조는 결과에 실망한 소리를 내뱉었다
. 그러자 채모가,
"아뢰옵니다.
이곳 장강은 동정호와는 매우 다릅니다.
동정호는 물결이 잔잔하나, 장강은 물살이 빠르고,
강의 상, 하류와 상,하 품이 존재하는 데다가,
우리 수군 병사들은 물길과 바람을 활용에 아직 서툽니다.
승상 ! 전함은 건조하기 쉬우나,
수전의 경험은 세월이 지나야 숙련되는 것입니다."하고,
수군 대도독다운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조조도 채모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방법을 찾아야 하겠기에,
"그럼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채모는 자신감이 어린 어조로,
"소장, 청컨데. 장강에 스물 네개 수문을 설치하고,
형주 수군은 바깥 쪽에, 북방 수군은 안 쪽에 배치하여 전함으로 성곽을 구성하고
주간에는 깃발로 신호하고 밤중에는 횃불을 밝힌다면
오군이 다시 침범하여도 문제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채모의 전략을 인정하는 어조로,
"음, 좋아.
자네는 수군 도독이니 어찌해야 적을 제압할 수 있는지 잘 알겠지,
자넬 믿겠네."하고, 말하였다.
채모가 자신의 계획을 인정해 주는 조조를 향하여 장윤과 함께,
"감사합니다 !"하고,
복명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간다.
두 장수를 보내고 난 뒤에 조조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83만 수륙 대군을 이끌고 강동으로 진출하였으나,
불과 10척 밖에 안 되는 동오군의 기습을 격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그리하여 혼잣말로 그의 심경을 표현하였다.
"동오는 수군이 강하고, 유비는 육지전에 능하고...
이 둘이 연합하니 여간 골치가 아프구만 !..."
그때,
그의 막빈(幕賓)으로 있는 장간(蔣幹)이 아뢴다.
"승상 !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싸움없이 이길 방법이 있습니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장간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거, 장간 아닌가 ?
좋은 계책이라도 있는 건가 ?
그렇다면 어서 말 해 보게."하고,
반가운 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장간이,
"아뢰옵니다.
소인은 주유와 죽마고우인지라,
교분이 두터운 소인의 세치 혀로,
주유를 설득하여 우리 편으로 귀순하도록 하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그 말을 듣고, 조조의 얼굴이 밝아졌다.
"장간 ! 주유를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자네는 동오 토벌의 일등 공신이 되는 거네,
허유가 오소의 기습을 간언했 듯이 말이네..."
"좋은 소식만 기다리십시오."
장간이 배례하면서 말한다.
그러자 조조는 장간을 손짓을 하며 가까이 불러 묻는다.
"갈 때, 필요한 것은 없는가 ?
무엇이든지 말 해 보게."
"일엽편주에 사공 둘이면 됩니다."
"오 ? .. 어째서인가 ?"
조조는 의외의 요청에 놀라며 묻는다.
그러자 장간이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한다.
"승상 ! ...."
그리고, 장간의 귓속말을 들은 조조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장간은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주유를 찾아 왔다.
주유는 장간이 뵙기를 청한다는 보고를 받고,
(장간이 조조의 빈객으로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로 찾아왔지 ?) 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어릴적 부터의 친구인 데다가 전쟁을 앞둔 싯점에 찾아온 것도 이상하고,
또 그를 물리칠 명분도 딱히 없어 만나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만약 그가 조조의 세객(說客)이라면 그를 이용한 계략을 펼치는 것도 용이하리라 생각하였다.
이른바, 장계취계(將計就計:상대방의 계교를 미리 알아채고 그것을 역이용함)의 계략이었다.
주유는 몸소 장간을 마중나갔다.
그리하여 수인사를 나눈 뒤,
"자익,(장간의 字) 조조의 빈객으로 있다더니 거친 물살을 마다않고
이렇게 찾아온 것은 조조를 위한 세객으로 온 건가 ?"하고,
의심을 거두지 않은 말로 물었다.
그러자 장간은,
"공근,(주유의 字) 의심이 많아졌구만,
못 본지가 오랜지라 자네를 보려고 일부러 찾아왔다네.
아이 참 섭섭하네,
오랜 친구를 보자마자 세객으로 치부하다니,..
이 장간이 자네에게 그 정도 밖에 되지않았던가 ?
자네가 옛 정을 잊고 괜한 의심만 하려하니,
이거 섭섭해서 나는 그만 가봐야겠네."
장간은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섰다.
그러자 주유가,
"이봐, 자익 ! 그만 멈추게 !"하고,
장간의 발길을 잡아 두고,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한다.
"미안허이 ! 내가 괜한 의심을 했구만,
요즘 조조와의 전쟁 준비로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예민해졌어,
그러니 자네가 이해해 줌세 !
자, 들어가지. 조조와 무관하면 상관없지 !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오늘은 술을 마시며 구회(舊懷)나 마음껏 풀어 보세 !"
주유는 이렇게 사과하면서 장간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유는 수하 장성들을 모조리 불러다가 장간에게 인사를 시킨 뒤에,
막료들에게 이렇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나의 죽마고우로서 하북에서 오시긴 했으나,
조조의 세객은 아니니 제장들은 안심하고 융숭히 대접해 주시오."
그리고 나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끌러 옆에 있는
태사자(太史慈)에게 맡기며 특명을 내린다.
"오늘 밤은 장수들과 함께 옛 친구와 어울려 술을 마음껏 마시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러니 오늘 밤 술자리에서 조조와 우리나라의 전쟁에 대해 말하는 자가 있거든
용서없이 그 칼로 베어 버려라 !"
명을 받은 태사자가 검을 부등켜안고 옆에 서니,
장간은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불안감을 느꼈다.
주유가 장간에게 술을 권하며 말한다.
"내가, 이곳으로 군사를 몰고 온 뒤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오늘은 오랜 벗을 만났으니 마음껏 취해 보고싶네. 자, 술을 드세 !"
술이 반쯤 취했을 때, 주유는 바람을 쏘인다는 핑계로 장간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영내의 무기고와 군사들의 준비상태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내 군사가 자네 보기에 어떤가 ?"
"매우 웅장하네."
"병사들의 군기도 양양하고 무기도 넉넉할 뿐만 아니라,
군량도 십 년분을 저장하고 있다네..
자, 이제 다시 들어가서 수하 장수들과 함께 술을 드세."
주유는 장간을 다시 데리고 들어와 술을 권하며 말한다.
"여기 모여 있는 나의 장수들은 모두가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영웅호걸들이네.
우리들은 이 모임을 군영회(軍英會)라 하는데,
이 모임이 있을 때에는 내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으니,
자네도 한 번 구경하게나."
주유는 이렇게 말을 하고 난 뒤에,
몸소 좌중으로 나가 노래를 부르며 검무를 추기 시작 하였다.
丈夫處世兮立名(장부처세혜입명) 장부가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우리니,
立功名兮慰平生(입공명혜위평생) 공명을 세움이어 평생을 위로하리라.
慰平生兮吾將醉(위평생혜오장취) 평생을 위로함은 내 장차 취하리로다.
吾將醉兮發狂昑(오장취혜발광금) 내 장차 취함이어 즐겁게 노래하리라.
주유는 노래를 부르며 현란한 검무를 추면서,
어느 순간, 칼 끝을 장간에게 <불쑥> 내밀었다.
순간,
장간은 주유에게 속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섬뜻>했지만, 주유의 칼 끝은 이내 다른 곳을 향했다.
이렇게 주유의 검무가 노래와 함께 마치니,
좌중에 박수 갈채가 우레처럼 들렸다.
이렇게 주유가 벌인 술자리는 밤이 깊어서야 끝나게 되었다.
주유가 술자리를 파하면서 말한다.
"나도 술이 취했으니 그만 자야겠네..
여보게,자익 ! 오늘밤은 우리가 어렸을 때로 돌아가 한방에서 자기로 하지..."
주유는 거짓 취한 체 하고, 장간을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주유는 자리에 눕기가 무섭게 코를 요란하게 곯으며 골아떨어졌다.
장간은 자리에 누웠으나,
주유를 설득하는 말은 한 마디도 못해 본 처지인지라,
마음이 조급하여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불은 켜져 있는데, 주유는 집이 무너질 듯이 코를 골고 있었다.
장간이 문득 주유의 책상을 살펴 보니,
책상위에는 군사 기밀에 속하는 서류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장간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주유가 잠이 들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 한 뒤에,
그의 책생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서류를 하나씩 풀어서 읽어 보았다.
몇 개의 서류중에 특이한 편지가 눈에 띠었다.
그 편지는 겉봉에 <채모 장윤 근봉 >이라고 씌어 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우리 두 사람이
조조에게 항복한 것은 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때를 기다리는 방편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조조의 군사를 속여
전함을 분산시켜 수채에 가두어 놓았으니,
기회를 보아 공격하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은 조조의 머리를 베어,
대도독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일간 다시 소식을 전하도록 할 것이니 도독께서는 저희를 의심치 말아 주십시오.>
장간은 이 놀라운 편지를 읽고 생각해 보니,
채모와 장윤은 본래 유표의 사람이었던지라,
조조를 배반할 이유가 충분하였다.
장간은 막상,
조조에게 큰소리를 치고 주유를 설득하러 왔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주유를 설득할 기회가 없겠다는 판단을 하는 가운데,
주유가 문득 몸을 뒤채는 것이 아닌가.
장간은 순간,
주유를 설득하는 대신,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얼른 자신의 품에 감추고 자던 곳으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잠을 자는 척 하였다.
얼마후,
주유 수하의 장군 하나가 들어와 주유를 흔들어 깨운다.
주유는 잠에서 깨어나며,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장간을 보고 놀란다.
"응 ?
나와 함께 자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군가 ?"
"도독 각하의 죽마고우인 자익 선생 아니십니까 ?"
"아, 그래 ?
이 친구를 내방으로 데려온 것을 보면 내가 어젯밤에 몹시 취했던 모양이지 ? ...
그래, 무슨 일로 나를 깨웠나 ?"
"강북에서 밀사가 또 왔습니다."
"쉿 !..."
주유는 손을 들어 장수의 입막음을 하면서,
장간이 잠자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장간이 짐짓,
얕은 코골음 소리를 내자, 주유는 그때서야,
"강북에서 사람이 또 왔어 ?
그래, 일은 잘 진행된다고 하던가 ?"하고,
목소리를 낮춰서 묻는 것이었다.
"경계가 심해서 단시일 내에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 알았네,
조반 후에 내가 그사람을 직접 만나 볼 테니 기다리게 하게."
"예, 알겠습니다."
주유는 부하를 내보내고,
장간을 살며시 불렀다.
"여보게, 아직 자는가 ?"
"....."
장간은 짜장,
자는 듯이 이번에는 아까보다 크게 코를 골았다.
"드르릉... 드르릉..."
주유는 잠시 장간을 쳐다 보더니,
옷을 벗고 자리에 누워, 이번에는 정말로
자기 시작하였다.
주유가 잠들자,
장간은 암만해도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큰 전쟁을 앞둔 마당에,
주유가 깨어나 채모의 편지가 없어진 것을 알게라도 된다면,
자기를 죽이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주유가 잠든 틈을 이용해
도망을 치려고 새벽같이 밖으로 빠져나와,
배가 닿아 있는 강가로 달려갔다.
"누구냐 ?"
강변 보초병이 길을 막으며 물었다.
"나는 주 도독의 친구인 장간이란 사람이오 !"
"앗 ! 그러십니까 ?
선생은 새벽같이 어디로 가십니까 ?"
"강변으로 아침 산책을 가는 중이오."
이렇게 장간은 주유의 진지를 가까스로 빠져 나와,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에 올라 황급히 귀로에 올랐다.
18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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