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85)
혼전(混戰) 하는 위계(僞計)
황개는 그로부터 사오 일 동안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주 도독도 너무하시지,
노 장군께 이럴 수가 있습니까 ?"
병문안을 온 장수들은 제각기 주유를 나무랐다.
그러나 황개는 한숨만 내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심복 장군인 감택이 황개에게 병문안을 왔다.
황개는 좌우를 물리치고 감택과 단둘이 만났다.
감택이 얼굴에 수심을 지으며 물었다.
"노 장군께서는 평소에
주 도독과 어떤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신 게 아닙니까 ?"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있겠나 ?"
"그러면 주 도독이 어찌하여
장군님께 그렇게나 가혹하게 한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러잖아도 그 일로 장군을 기다리고 있었네,
실은 그것은 주 도독과 짜고 한 연극이었네."
"넷 ? 그러면..
고육계(苦肉計)였다는 말씀입니까 ?"
"장군에게 내가 무엇을 숨기겠나, 사실,
늙은 몸에 가혹한 매를 맞자니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이것도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였다네
. 채모의 동생 채중과 채화가 우리에게 귀순해 오면서도
가족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이는 필시 거짓 투항이 분명할 진데,
우리는 그것을 역이용하기 위해 내가 몸소 자청한 것일세."
"아 !...
그랬군요 !"
감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몸을 고육계의 헌신한 노장 황개를 향하여 절을 해 보였다.
황개는 감녕에게 다시 말한다.
"내가 이 일로 장군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데,
장군이 들어줘야 하겠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노 장군님의 말씀을 어찌 거역하오리까 ?"
감녕은 머리를 재차 수그리며 황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황개가 요 밑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편지를 꺼내 보였다.
그것을 보자,
대뜸 감녕은,
"알겠습니다.
저더러 조조에게 거짓 항서(降書)를 갖다 바치라는 말씀입니까 ?"
"과연 장군다운 선경지명일세.
비밀리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
"이르다 뿐이겠습니까 ? 걱
정 마십시오."
감녕이 이렇게 흔쾌히 대답하자 황개는
그를 가까이 불러 귓속말을 해 주었다.
그리하여 감택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감과 동시에
깊은 밤에 어부(漁夫)로 가장하여 한 척의 배에 올라
조조의 진영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한편,
귀순을 가장하여 강동에 머물고 있는 채중과 채화는
조조에게 적정(敵情)을 알리는 밀서를 보내왔다.
그리하여 수군 대도독 우금에게
전해 받은 밀서를 정욱이 명을 받고 읽는다.
<채중,채화가 승상께 인사 올립니다.
어제 작전회의 도중에 노 장군 황개가 주유에게 반기를 들다가 파직 당하고,
죽을 죄를 지었으나,
정보와 감녕, 감택 등
장수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간신히 죽음을 면하고,
곤장 백 대를 맞아 반신불구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로 인해 동오군의 사기는 떨어졌고,
소장이 탐문한 결과, 한무와 정보 등 노장들을 물론이고,
신예 장수들 까지 주유의 만행에 두려움 보다는 치를 떨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 불만을 가진 장수들을 상대로 회유의 나서려고 하였으나,
감히 승상의 윤허를 받지 못 하고 있으니,
명을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채중, 채화 배상.>
"으, 흐흐흐 ....주유 !...
아직 어린 놈이 오만하기 이를 데 없으니,
손권 부하들이 반기를 드는 것이 당연하지 ! 좋아 !..좋아 ! ..."
조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크게 기뻐한다.
"승상 ! 답신을 어떻게 쓸 까요 ?"
정욱이 묻자 조조는,
"전해라 !
황개, 감녕, 감태 등을 포섭하여
전쟁이 터지면 동오군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며,
같이 투항하라고."하고,
호기롭게 명하였다.
이 일이 있은지 나흘이 지난 뒤,
이번에는 황개의 밀서를 가지고 감택이 찾아왔다.
조조는 감택을 불러들여 묻는다.
"그대가 노장 황개의 친위 장군(親衛 將軍)이라면서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는가 ?"
감택은 어이없는 질문이란 듯이
조조의 얼굴을 멀거니 올려다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세상에 떠도는 말로는,
조 승상은 인재와 어진 사람을 구하기를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듯 한다더니,
정작 만나 보니 듣던 바와는 딴 판이구나 !
황개 노인은 망녕이 드셨나 ?
어쩌자고 이런 사람을 흠모하고 있었는고 ?..."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묻는다.
"적국의 장수가 어부를 가장하고 왔으니,
내가 진의를 캐 묻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
그대는 속히 진심을 토로하라 !"하고,
윽박질렀다.
그러자 감택이 말한다.
"동오의 황개 장군으로 말하면 삼대에 걸쳐 충성을 다해 온 노장이오.
그런데 수군 대도독 주유는 황개 장군의 공로도 모르고,
사사로운 원한으로 많은 장수들 앞에서
아버지뻘 되는 노 장군을 무참한 형벌로 욕을 보였소.
그래서 황개 장군은 분한 생각을 참지 못하고
승상께 항복하여 원수를 갚고자 나에게 항서를 보낸 것이오.
그러니 승상은 이 항서를 받아 보소서."
감택이 품속에서 황개의 항서를 내어 바치니,
정욱이 이를 받아 읽어 내린다.
< 삼가 조 승상께 항서를 바치옵니다.
소장 황개는 손씨 삼대에 걸쳐 후은을 받아 오는 사람으로서,
본디 동오를 배반할 형편이 안되오나,
근자에 주유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소장의 간언을
노인의 망령된 말로 돌릴 뿐만 아니라,
적은 군사로써
조 승상의 백만 대군에 대항하려는
어리석은 우(憂)를 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일 전에는 이를 간하는 이 늙은 몸
에게 참기 어려운 욕을 보였습니다.
이에 노신은 수하의 무리를 이끌고
승상에게 항복하여 공을 세움으로써
주유에게 받은 원한을 풀고자 하오니,
승상께서는 저의 뜻을 저버리지 마시고
응낙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황개 배상 >
조조는 눈을 지그시 감고,
황개가 보내온 밀서의 내용을 들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것은 분명히 며칠 전에 보내온 채화, 채중의 밀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조조는 속마음을 감추고,
별안간 탁자를 주먹으로 치며 감택을 꾸짖는다.
"네 이놈 !
황개가 고육책으로 나를 속이려고 이런 항서를 네가 가지고 왔구나 !
내가 이런 술책에 넘어갈 줄 아느냐 ?
여봐라 !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참하라 !"
명령 일하,
조조의 측근 병사들이 달려들어
감택을 끌어내 가려고 양 팔을 붙잡았다.
그러나 감택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아니하고,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는 것이 아닌가 ?
"아, 하하하하!..."
"내가 네 간교함을 알고 참하려는데,
네가 웃는 것은 웬일이냐 ?"
감택이 말한다.
"황개 노인이 조조를 너무도 과대 평가한 것이
우스워서 혼자 탄식한 것이다."
"무엇이,
나를 과대평가하였단 말이냐 ?"
"죽이려면 속히 죽일 일이지,
무슨 쓸데없는 군소리가 이리도 많으냐 ?"
"병법에 능통한 내가 네놈의 거짓에 속을 줄 아느냐 !"
조조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러자 감택이 태연히 대꾸한다.
"무엇이 거짓이란 말이냐 ?"
"너희들이 진심으로 투항해 올 마음이 있다면
어찌하여 투항해 올 시일(時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느냐 ?"
"하하하하 !
그대가 병법에 능통하단 말은 무슨 헛소리인고 ?
지금 황개 장군은 자유를 철저히 구속당하고 있는 영어(囹圄)의 몸인데,
어찌하여 항복해 올 시일을 미리 정할 수가 있단 말인가 ?
그만한 실정도 감안하지 못하는 자가 무슨 빌어먹을 천하의 명장이더냐 ?
이런 빌어 먹을 18,老無* *夜 ! 地@下高子&@內 !..."
이렇게 대답하는 감택의 말은 지독하게 기름졌다.
(욕설을 다 못 쓴 것을 용서하길 바란다.)
"음 ... 듣고 보니,
그대의 말에는 과연 일리가 있소.
내가 지나치게 의심을 했으니 노여워 마시오."
조조는 즉시 태도를 고쳐서 솔직하게 사과하였다.
그러자 감택도,
"제가 진심을 몰라주는 승상께
너무 <찐>하게 욕한 것을 용서하소서."하고, 사과하였다.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핫 ! 덕분에 귀공에게 욕을 한 수 배웠소 ! 하하하하 !..."
(음 ! 담에 반드시 써 먹어야지 !....)
조조는 술상을 차리라 명하고 감택과 더불어 술을 나눴다.
그러면서,
"장군은 다시 동오로 돌아가,
내 말을 황개 장군에게 전하여, 언제든지
오실 시일만 알려 주면 내가 마중을 나간다고 일러 주시오."하고,
말한다.
그러나 감택은 머리를 내젓는다.
"한번 동오를 떠난 몸이니,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택해 보내시지요."
"다른 사람을 보내면 황개장군이 의심을 사기도 쉬우려니와,
자칫 비밀이 누설 될 우려도 있으니,
수고스런 대로 장군이 가도록 하오."
감택은 재삼 사양하다가,
마침내 돌아가기로 응낙하였다.
조조는 감택에게 금백(金帛)을 후히 내주었다.
그러나 감택은 그것을 깨끗이 사양하고,
"조만간 황개 장군과 의논하여
동오의 군량과 병기를 가득 실은 배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니,
그 때에는 사전에 도착 일시를 비밀리에 통보하오리다."하고,
말을 한 뒤에 길을 떠나 동오로 돌아왔다.
감택은 돌아오는 길로 곧 황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보고하였다.
"조조는 채중, 채화가 보낸 밀서를 보고서도 좀처럼 믿지 않다가
제가 임기 웅변으로써 믿게 만들었습니다."하고,
말하며 조조의 군영에서 겪은 일을 그대로 말하였다.
"음..
장군의 웅변과 수단이 아니었으면 우리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갈 뻔했구나.
참으로 수고가 많았네."
황개가 감택의 노고를 치하하자,
"내, 이번 기회에 감녕을 찾아가,
채중, 채화의 동정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하고, 말하며
그 길로 감녕의 부대를 찾아갔다.
그리하여 뜻이 통하는 감녕과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공교롭게도 채중과 채화가 나타났다.
감택은 감녕에게 눈짓을 해보이며 일부러 불평을 늘어 놓았다.
"요새는 주 도독이 자기의 권세만 믿고
모든 장수들을 너무도 업신여기는 바람에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구려."
"어쩌면 장군의 생각이 나와 그렇게도 같으오 ?"
두 사람의 이같은 말을 곁에서 듣던 채중이 조심스런 어조로 묻는다.
"두 장군께서는 무슨 불평이 그리도 많으십니까 ?"
그러자 감택이 말한다.
"우리의 괴로움을 이제 막 동오에 합류한 장군들이 어찌 알겠소 ?"
그러자 이번에는 채화가 한마디 참견하고 나선다.
"두 분 장군께서는 혹시 동오를 배반하고
조 승상께 항복할 생각이 있으신 것은 아닙니까 ?"
그 말에 감택은 얼굴빛이 변하고,
감녕은 칼을 뽑아 들며 나선다.
"너희놈들이 우리 속을 알았다면 불가불 죽일 수밖에 없다 !"
채화와 채중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한다.
"두 분 장군들께서는 염려 마십시오.
실은 저희들은 조 승상의 명을 받고 동오에 거짓 항복해 온 것입니다.
장군들께서 조 승상께 투항하실 마음이 계시다면,
저희들이 그 뜻을 백번, 조 승상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아아,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제야 안심이 되오 !
장군들이 조 승상과 그런 내밀한 약속이 있었음은 꿈에도 몰랐네그려."
감녕과 감택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감택이 말한다.
"나는 이미 조 승상을 만나 뵙고 황개 장군과 함께 항복할 뜻을 전했지만,
감녕 장군은 아직 그런 뜻을 전하지 못했으니,
두 분께서는 조 승상의 오해가 없도록 잘 전달해 주시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저희들이 오늘중으로 곧 밀서를 보내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기뻐하였다.
그런 뒤에,
채중과 채화는 그 자리에서 조조에게 보내는 밀서를 썼고,
감택과 감녕도 조조에게 보내는 밀서를 써서,
채중 형제에게 함께 보내 줄 것을 부탁 하였다.
18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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