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87)
불러내는 동남풍(東南風)
공명의 처방전을 받아 본 주유가 입을 열어 말한다.
"선생, 솔직히 말해,
내 속병은 그 때문이오.
지금 장강 위에는 동남풍은 없고, 서북풍 만 있소.
아군이 화공으로 공격한다면,
불길이 오히려 아군 전함을 덮칠 것이오.
모든 예측은 다 했지만, 풍향을 간과하고 말았소..."
주유는 이렇게 말한 뒤에 잠시 공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
"선생이 내 병을 알았으니,
치료할 방법도 아실 게 아니오 ?"하고,
공명에게 약을 내어 놓으라는 (되놈 특유의 억지) 주문을 한다.
(훗날, 습근평이 북한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설치를 반대하는 것 처럼...)
공명이 대답한다.
"제가 일찍이 이인(異人)을 만나,
기문둔갑천서(奇門遁甲天書)를 배운 덕택에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허니, 법술(法術)을 사용한다면, 능히 비바람을 부를 수가 있겠습니다."
"어 ? 사실이오 ?"
주유는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공명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실입니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놀라며 따라 일어나는 노숙을 향해,
"자경, 사람을 시켜 남병산(南屛山) 아래에 칠성단(七星壇)을 쌓도록 하시오.
높이는 구 척(尺), 길이는 삼 장(丈),
병사 백이십 명에게 오색 깃발을 들게 하고,
주변을 경계하게 하면,
내가 법술을 이용하여 대도독께
사흘간 동남풍을 빌려드리도록 하겠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주유가 공명을 향하여 달려나온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으며,
"사흘까지도 필요없고,
동풍을 단 하루만 빌려올 수 있다면 이길 수 있소 !
그러나 시간이 없소. 조조가 쳐들어 오기 전에 그를 제압하려면 말이오."하고,
다급하게 말하였다.
공명이 그 말을 듣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이 십일월 보름이니,
십일월 스무날, 갑자(甲子)시에 일으켜, 스무 이튼날,
병인(丙寅)시에 그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
주유가 그 말을 듣고, 공명의 손을 놓고,
뒤로 한 발자욱 물러서더니, 손을 맞잡고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선생 ! 선생은 정말,
내 생명의 은인이시오 !"
노숙은 공명의 요구대로 그날부터 정병 오백 명으로 남병산 아래에 제단을 쌓게 하였다.
칠성단은 높이가 구 척(尺)이나 되는 삼층단 인데다가 방위(方位)가
이십사 장(丈)이나 되는 호화로운 제단이었다.
주위에는 청,홍,적, 백,흑의 오색 기를 방위에 따라 줄줄이 늘어 꼿고,
장창 보검을 군데군데 세워놓았다.
제사를 지낼 준비가 끝나자,
공명은 목욕재계 하고 도의(道衣)를 입고, 노숙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제사를 지낼 터인데 잡인이 근접하면 안 되니,
자경을 비롯해 공근 등은 절대 제사를 지내는 곳에 접근하지 마시오.
그리고 만약 제사를 지내도 효험이 없더라도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오."
공명은 노숙을 돌려보내고 제단을 지키고 있는 군사더러 엄숙히 말한다.
"너희들은 제사를 지내는 동안 다음의몇 가지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는 자는 참형에 처할 것이니 그리알아라."하고,
엄명을 내렸다.
첫째, 함부로 방위를 떠나지 말 것.
둘째, 입을 봉하고 말하지 말 것.
셋째, 어떤 괴이한 일이 있어도 소리치며 놀라지 말 것.
말이 끝나자,
공명은 도의를 입은 채 제단을 맨발로 올라,
향로에 향을 피우고, 제문을 암송한다.
이렇게 하기를 그 날만 세번,
그 때마다 공명이 하늘을 우러러 축원을 올렸고,
쉬는 사이에는 군사들에게 밥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밤이 깊도록 아무런 영험이 나타나지 않았고,
산 위에서는 계속하여 서북풍이 깃발과 향로의 연기를 반대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제를 사흘째 지내는 날 아침,
십일월 이십일 갑자시를 몇 시각 남겨놓은
주유는 공명이 빌려준다는 동남풍을 믿고,
장수들을 한데 모아 군령을 내린다.
"정보 장군 !"
"예 !"
" 장군은 조조군으로 위장해,
강북 오림(烏林)으로 가서 조조군의 군량고(軍糧庫)에 불을 지르시오."
"예 !"
"감녕 장군 !"
"네 !"
"삼천 군사를 이끌고 황주(黃州)로 달려가
합비에서 달려올 조조의 지원군을 공격하여 불을 질러라."
"예 !"
"태사자는 들어라 !"
"옛 !"
"역시 오림으로 가되,
정보 장군을 지원하여 동쪽으로 나오는 조조의 지원군을 차단하라."
"예 !"
"능통은 들으라 !"
"예 !"
"너는 삼천 군사를 거느리고 이릉(彛陵)의 경계를 지키고 있다가,
오림에서 불이 일어나거든 함성을 울리며 퇴각하는 적의 뒤를 공격하라.
"옛 !"
"동습 장군 !"
"넷 !"
"장군은 삼천 군사로 한양(漢陽)을 취한 뒤에 조조를 공격하라.
"옛 !"
"반장 !"
"네 !"
"너는 한천(漢川)을 점령하고 적의 백기 부대를 공격하라."
"옛 !"
"이상은 육로군의 작전이다.
육로군은 조조의 서북 퇴로를 차단하라, 수로군은 제 육(六) 전단으로 나누어,
제 일 전단은 한당(韓當),
제 이 전단은 주태(周泰),
제 삼 전단은 장흠(葬欽),
제 사 전단은 진무(陳武),
제 오 전단은 정봉(丁奉),
제 육 전단은 감택,
이상은 각각 전함 삼백 척을 가지고 출발하되,
선두에는 각각 화선(火船)을 이십 척씩을 앞세우라.
이상, 모두 천팔 백척의 전함으로 출발하되,
십일월 스무날이 되어 동남풍이 불기 시작하면,
반 시진내에 돛을 올리고 황개 장군의 뒤를 따라 조조군을 총 공격한다.
나는 남병산 서봉 정상에 지휘소를 차리고,
총 공격을 명할 것이고, 신호탄을 쏠 것이니, 각 전단에서는 이를 보고,
작전에 임하기 바란다."
"옛 !"
주유의 명령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명령을 하달받은 장수들은 주유의 호명에 따라,
주유의 명을 접수하였으며,
명이 끝나면 각기 복명 소리를 우렁차게 외쳤다.
그로 인해 장중은 필승의 의지로 기세가 등등하였다.
명을 하달한 주유가 말한다.
"각 장군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조조군을 일거에 물리치고
강동을 굳게 지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각자, 맡은 임무로 출발하라 !"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일제히 주유에게 읍하며 복명하고 흩어져 임지로 떠나갔다.
한편,
남성단 제단에서는 공명이 사흘째 동남풍을 부르는 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명이 한 손에는 화로선 부채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본다. 그리고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손짓을 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시각,
남성산 지휘대의 주유는 장군 여몽을 불러 올렸다.
여몽이 주유에게 입을 연다.
"도독, 벌써 사흘이 다 되 가는데,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이 스무 날 입니다.
두 시진만 지나면 예정된 공격시간입니다. "
"들어라,
갑자시가 되었는데도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면,
군사를 이끌고 칠성단으로 가서 군법에 따라 공명을 참하라."
주유가 냉철한 어조로 여몽에게 명한다.
그러자 여몽이,
"알겠습니다.
헌데, 칠성단으로 달려갔을 때,
동남풍이 불면 그 때는 어찌합니까 ?"
"그래도 죽여라,
동남풍이 불면 제갈양은 쓸모가 없다.
그런 가공할 능력이 있는 자를 살려두면 장차,
우리 강동에 큰 화가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
여몽은 대답을 하고 칠성단으로 출발한다.
한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 때,
칠성단에서는 공명의 막바지 노력이 거행되고 있었다.
공명이 양 팔을 벌려 휘저으며, 화로선을 좌우로 내저으니,
별안간 세워놓은 깃발과 향로의 불이 방향을 서서히 반대로 틀기시작 하였다.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북풍이 완연히 동남풍으로 바뀌는 풍향을 스스로 느끼면서
그 자리에서 한 바퀴 사방을 돌아 보았다.
그런 뒤에, 칠성단을 내려오며 병사들에게 말한다.
"이대로 잘 지키고 있거라."
공명이 빠른 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산 아래에는 휘장을 친 마차가 한 대가 서 있었다.
공명이 그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마차에 휘장이 조금 걷히면서,
주유의 처(妻) 소교가 공명을 알아 보고,
"선생, 어서 타세요 !"하고,
다급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공명은 소교의 마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여몽이 이끄는 철기군이 달리는 마차를 추격하여 세웠다.
"안에 누구냐 !"
여몽의 호령이 등등하였다.
순간, 공명은 긴장하였다.
그러나 소교는 휘장을 조금 걷으며 밖에다 대고 말한다.
"저예요 ."
"어, 엇 ! 실례했습니다 !"
여몽은 대도독 주유의 아내인 소교를 보자,
당황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제갈양을 쫒던 입장이기에,
"부인께서는 혹시 제갈양을 못 보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소교의 대답은 간단했다.
"못 봤어요."
"실례했습니다,
그럼..."
여몽은 군사들에게 손짓을 하며
쫒아오던 방향으로 다시 군사를 몰고 달려갔다.
이들이 떠나고 다시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공명이 물었다.
"부인께서는 어째서 저를 구해 주시는 겁니까 ?"
소교의 대답은 역시 간단하였다.
"서방님을 구해 주셨으니까요."
어느덧 달리던 마차가 멈추었다.
그러자 소교가 말한다.
"선생, 연적입니다.
이제 가십시요."
"제가 여기 올 것을 어찌 아셨습니까 ?"
"이틀 전부터 여기 쾌선이 정박해 있는 걸 봤는데,
사공의 모습을 보아하니,
어부같지가 않더군요."
공명은 그 말을 듣고,
소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말한다.
"부인, 조자룡 장군입니다."
"네."
소교도 한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차가 떠나자,
공명은 소교가 떠난 마차의 뒤에 대고 고마운 답례의 예를 표한 뒤에
나무 숲이 우거진 강변으로 가서 쾌선에 올랐다.
쾌선은 공명이 타자 마자,
미끄러지 듯이 강의 한가운데로 달려나갔다.
잠시 후,
공명을 찾아 헤매던 여몽과 그의 군사들이 공명이 떠난 강가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미 공명이 탄배는 강가를 벗어나 강심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
여몽이 소리친다.
"선생 !
어디로 가시옵니까 ?
도독께서 모시고 오시라고 하더이다 !"
그러자 강상의 쾌선 위에서 공명이 대답한다.
"장군은 어서 돌아가 도독에게 용병이나 잘 하라고 이르시오 !
나는 지금 강하로 돌아가는 길이오 !"
188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조의 큰 웃음 뒤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 (0) | 2021.09.26 |
---|---|
적벽대전(赤壁大戰) (0) | 2021.09.26 |
쓸 수없는 화공법(火攻法)과 주유의 혼절(昏絶) (0) | 2021.09.26 |
혼전(混戰) 하는 위계(僞計) (0) | 2021.09.26 |
주유의 고육계(苦肉計) (0) | 2021.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