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관우의 보은(報恩)

오토산 2021. 9. 26. 11:56

삼국지(三國志) (190)
관우의 보은(報恩)

그때 관우는 청룡도를 비껴들고

조조의 앞으로 적토마를 달려 나온다.

그의 뒤에는 관평, 주창과 함께, 
창검을 든 오백 명의 군사까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제 조조는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관우는 조조와 대화할 수 있는 곳까지 달려와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수염을 한번 쓸어내리면서 조조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해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승상, 오랫만에 인사올립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태연한 얼굴로,

 

"운장 ! 그간 별고 없으셨소 ?"하고,

답례의 인삿말을 건네었다.
그러자 관우는

 

"그렇습니다.

저는 책사의 명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소이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욱이 다시 놀란다.


"어, 엇 !"
(공명의 명을 받고 ? 그렇다면 ?....)

"운장 ! 
나는 멀리서부터 청룡 은월도의 서늘한 기운을 느꼈소.

허창에서 헤어진 후,
나는 운장의 꿈을 자주 꾸워왔다오.
언제 다시 만나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소이다."

 

조조가 이렇게 말하자,
관우는,

 

"승상, 말에서 내리십시오.

저와 함께 가주시기 바랍니다."하고,

점잖은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큰 소리로 외치며 말한다.

"운장 ! 우리가 나누었던 정을 다 잊은거요 ?"

 

"베풀어 주신 은혜는 영원히 잊지않을 겁니다.

허나, 안량과 문추를 죽여, 은혜에 보답하였으니,

오늘 만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겠습니다."

 

"운장 ! 당신이 나의 다섯 관문을 지나며

여섯 명에 이르는 장수들을 죽인 것은 까맣게 잊었소 ? 

 

(오관참장 : 五關斬將 -> 관우가 허창을 떠나 하북의 유비를 찾아가면서

다섯 관문을 지나며 조조의 장수 여섯을 죽인 사건) ,
엉 ? 내 부하들을 많이 죽였지만,
난 그대가 형제들과 재회할 수 있도록 그냥 보내주라고 명을 내렸소 !"

"....."

조조가 목에 핏발을 세우며 이렇게 외치자, 관우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 !... 그랬었구나 !....)

"하하하핫 ! ...."

조조가 갈등하는 관우의 표정을 보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고 관우를 타이르는 어조로,

 

"운장 !...
우린 정말이지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오.
허나, 이렇게 적이 되어 만나게 되다니,..

이보다 가슴 아픈 일이 어디있겠소 , 
나는 이번 전쟁에서 패하여 부하도 많이 잃었어,

이젠 정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소.하여,

내 부탁 하나 하겠소."하고,

말하면서 말 안장에 꼿힌 자신의 칼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
그러자 조조를 따르던 장수와 병사들 모두가 함께 말에서 내렸다. 
조조는 칼을 든 채로 관우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 조조는 호걸이라 자부하며 떳떳히 살아 왔기에,

굴욕을 당하는 것도 용납 할 수 없소.

운장 그대가 아직 옛 정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 검으로 나를 베어주시오 !...."
조조는 이렇게 말하며 관우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승상, 고정하십시오 !..."
조조의 장수와 병사들이 조조의 말을 듣고,

애절한 소리를 질러대었다. 

그나저나, 정작 조조의 이런 소리를 듣게 된 관우는

얼굴이 창백해 질 정도로 굳어졌다. 

 

"그대 같은 대영웅의 손에 죽을 수 있다면,

나는 여한이 없소 !"
조조가 관우를 향해 거침없이 말하였다.

"승상 !"

 

"승상 !"
장요와 정욱의 만류의 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승상의 뜻이 그러시다면,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

 

조조를 따르던 장수는 물론,

병사들까지 울부짖으며 그 자리에 모두가 꿇어 앉았다.  
그러자 조조는 오히려 큰소리로, 

"울 것 없다 !

이렇게 울어대면 대영웅 관우 장군의 입장이 난처해 질 것 아닌가 말야 ! "

 "......"

"운장 !...날 죽이고 싶지는 않을거요.
허나, 군령을 어길 수는 없는 법, 죽이시오.

 

원망하지 않겠소.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거요.

나중에 저승에서 만납시다 !"
조조는 관우의 앞에 꿇어 앉으며 자신의 칼을 양 손으로 받들어 올려보였다.

 

"어서 날, 죽이시오...."

관우는 조조의 언행을 보고, 놀라면서 눈이 커지며 어안이 벙벙한 상태가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관우가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 이어서 병사들에게 말한다.

"길을 내거라, 보내주어라."

 

"아버지 ! 군령장은 어쩌고요 !"

 

양아들 관평이 관우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관우는,

 

"어서 !"하고,

군령으로 명한다.

관평이 명을 받아,

 

"흩어져라 ! 길을 내라 !"하고,

수하의 병사들에게 명한다.

그러자 군사들이 양쪽으로 흩어지며 길을 내었다. 
꿇어앉은 조조가 자신의 부하에게 명한다.

 

"가라 !"
조조의 명을 받자,

 

"어서 말에 오르자."

 

"어서 빨리."

조조의 수하들이 관우군이 터준 길을 따라 황급히 뛰어 지나간다.
그들 모두가 지나가도록 조조는 그대로 꿇어앉아 있었다.

관우가 말에서 내려 조조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운다.

그런 뒤에,

 

"승상도 가십시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관우를 걱정하는 소리를 한다.

"운장 !.. 지금, 교전중인데 나를 보내주면 곤란해 질 거요.
유비와 공명은 같은 편이니 용서해 줄진 몰라도,
강동의 주유와 손권은 절대 아닐거요. "

그러자 관우는 조조가 갈 수 있도록 옆으로

한 발 비키며 말한다.

 

"괘념치 말고 가십시오."

 

"갈 수 없소 !"
조조는 고집을 피웠다.

"쫒아내라 !"
관우가 병사들에게 고성을 질러대었다. 

 

"엣 !"
관우의 병사들이 조조의 양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난, 갈 수 없어 !  갈 수 없다고 !...
이보시오, 운장 !..."

 

조조는 어린애 처럼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관우의 군사에 손에 이끌려 협곡밖으로 쫒겨났다.

관우는 조조를 보내놓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지난날을 회상하였다.
이게 무슨 기가막힌 인연이란 말인가 ?

 

불과 수년 전,

하비성에서부터 허창에 이르기까지 조조와의 질긴 인연은

그가 하북의 원소에게 의탁한 유비를 찾아가면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질긴 인연의 시작이었다니 ? ...

관우는 워낙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라,

지난날 조조의 은총과 오늘의 몰락을 눈앞에 바라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매우 난처하였다.
더구나 아무 죄도 없는 조조의 부하들이 조조와 같이 죽겠다고

땅에 꿇어앉아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선 차마 칼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관평과 주창이 관우의 앞으로 달려왔다.

관평이 말한다.

 

"아버지, 돌아가서 뭐라 하실겁니까 ? "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관우가 천천히 눈을 뜨며,

 

"내가 알아서하마."하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갑자기 허리에 찬 요도(腰刀)를 뽑아들었다.

"장군 !"

 

"아버지 !"
주창과 관평은 달려들어 관우의 팔을 붙잡았다.

 

"안 됩니다, 안돼요 !"

 

"고정하십시요 !"

관우가 자결을 할 심산으로 뽑아 든 칼을 두 사람이 만류하며 붙잡았다.
그러나 관우는,

 

"책사를 볼 면목이 없다."하고, 말하면서,

칼을 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주창과 관평은 관우의 한 손을 각각  붙잡고 꿇어앉으며,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안 됩니다 !"

 

"장군 ! 안 됩니다 !"하고, 외치며 매달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 관우가 칼을 바닥에 내던진다.

그리고 망연한 얼굴로,

 

"자결은 못난 짓이지, 군법을 어겼으니 돌아가서,

책사를 뵙고 마땅히 군법에 따라, 형을 집행하게 해야할 것이야.
그것이 장수된 자의 도리겠지."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관평과 주창은 그 말을 듣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 하였다.

"돌아가자 !"

 

관우는 앞으로 닥칠 신상의 고충을 마땅히 받아 들일 각오를 하면서, 
조조에게 받은 은혜에 대한 보은(報恩)을 홀가분하게 처리했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 어조로 외치듯이 말했다.
         
19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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