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범의 미인계(美人計)

오토산 2021. 9. 27. 02:42

삼국지(三國志) (206)
조범의 미인계(美人計)

조자룡으로 부터 목숨이 살아서 돌아온

진응이 태수 조범에게 아뢴다.

 

"주공, 조운은 과연 절세의 명장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의 포위망을 능히 뚫었다는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소장이 처음엔 창, 두번 째는 반월도와 쌍추까지 가지고

번갈아 겨뤘지만, 순식간에 패했습니다.
제 목을 칠 수 있었음에도 저를 풀어주면서

태수께 투항하라는 말을 전하라 하였습니다.

의로운 자였습니다.

조운이 그 정도이니,

그의 주공인 유비는 현군임이 틀림없습니다."

진응의 말을 내내 불편한 심경으로 듣던

조범이 한 소리 내뱉는다.

 

"그럼, 투항하란 애기냐 ?"

"네, 투항하십시오.

조운은 당양현에서도 무예를 떨친 바 있으며,

그는 유비 휘하의 수많은 장수들 중에 하나이며,

관우와 장비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계양이 유비의 대군과 대적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입니다.

투항하십시오."

"닥쳐라 ! 투항 ?

감히 그런 말이 나오느냐 !"

 

조범은 본색을 드러내며 진응을 향해 대노하였다.

그러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계양군은 나, 조범이 목숨을 걸고 얻은 곳인데,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 하고 유비한테 바치란 말이냐 !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투항은 못한다 ! "
조범은 이렇게 말하며 좌중을 돌아보며,

 

"누구든 말해봐라.

조운을 어찌하면 막을 수 있겠나 ! "
그러자 그 말을 듣고서도 입시한 장수들 중에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왜, 말들이 없는냐 ! "
조범이 진중을 휘돌아 보며 대답을 재촉하였다.
그러자 장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태수 대인 !

진 장군도 당해내지 못하는 조운을 저희가 어찌 막습니까 ?

소장 생각도 투항이 최선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런, 이런.. 약해 빠진 놈들 !
평소에 내가 어찌 대해 줬는데, 이런 소릴 한단 말이냐 ?"

 

조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장수들을 호되게 나무랐다.
그러자 진응이,

 

"주공, 영릉 태수 유도도 유비에 투항한 후,

여전히 태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나머지 장수들도 동조하며 각기 한 마디씩 한다.

 

"그렇습니다."

 

"태수 자리를 보전하고 있답니다."

 

"보아하니,

모두 투항하기로 결심했다 ? 
내가, 못 하겠다면 ? ..."

 

조범은 이렇게 말하면서 투항할 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내보였다.

그러자 꿇어 앉았던 진응이 벌떡 일어나며,

 

"그렇다면,

저희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하자,

입시했던 장수 모두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무엇하는 짓이냐 ?"

 

조범이 깜짝 놀랐다.

휘하 장수들의 태도로 보아,

그들이 모두 칼을 뽑아 들고

자신에게 향 할 것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수들은 모두 한결같이, 

"유황숙에게 투항하십시오 !" 하고,
외치면서 예를 표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

 

순간, 조범은 일편으로 안심했고,

계속 지켜만 보고 있던 조범의 책사 포룡이 단상에서 달려 내려온다.

"아이고, 장군들 ! 진정하시오. 진정 해 !...
우린 한 가족이고 우리 문제니까,
뭐든 상의하면 되지않소 ?"
포룡은 이렇게 장수들을 달래 놓고, 

"태수 대인 !

제가 볼 때에는 장군들이 주장하는 것도 알고 보면 계양을 위하는 것이고,

태수님과 백성들을 위하는 것이니 그냥, 장군들 뜻에 따라 주시지요. "하고,

태수 조범에게 말한다.

조범이 그 말을 듣고,

어쩔 수가 없음을 깨닫고 한탄해 마지 않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알았네,
여러분 뜻대로 투항하기로 하겠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곧 성문을 열고,
조운 장군을 맞아 들이겠습니다."

 

장군들은 이렇게 말을 한 뒤에 모두 물러나갔다.
장수들이 물러가자 조범이,

 

"이보게 포룡,

내가 평소에 자네를 그렇게나 신임했건만,

어째서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저자들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인가 ?"하고,

섭섭함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포룡이,

"아이고, 대인 ! 
장수들이 적군이 너무도 강해 당해 낼 수가 없다 하며 발을 빼니,

대인 혼자서 저들을 감당하실 수가 있겠습니까 ?
그러니 패전한 뒤 투항할 바에는 먼저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면 영릉 태수 유도처럼 자리를 보전할 수는 있을 것 아닙니까 ?"하고,

실리를 따져 말하였다.
그러나 조범은 그 말 조차 마음에 안 드는 듯이,

 

"에잇 !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단 말인가 !
정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하고,

한탄을 한다.
그러자 포룡이,

 

"방법이야 찾아 만들면 있지요.
다만, 그렇게 하다보면 위험이 따를 겁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조범의 눈이 커졌다.

"으잉 ?...."

얼마 후,

조자룡은 군사 오십여 기를 거느리고 성안으로 들어왔다.
백성들이 손에 향을 잡고 길가에 도열하여 정중히 맞아 준다.

이렇게 계양성에 무혈 입성한 조운은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후 조

범의 안내로 태수의 장중으로 안내 되었다.

"장군,

위로 올라가 앉으시지요."

 

조범은 상석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러자 조운은,

 

"조 대인의 자리이니,

위에 앉으시지요."하고,

 

사양하며 조범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조범은,

 

"아닙니다. 

저는 투항한 몸이니 당연히 하석에 앉는 것이 맞지요.

앉으십시오."하고,

재차 사양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운은 조범의 손을 잡아 이끌며,
그가 상석에 앉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같은 주군을 섬길 텐데,

예는 거두십시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조범은 더이상 자리를 권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조운에게 그가 앉을 자리를 가르키며,

"앉으십시오."하고,

공손히 권하였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포룡은 조운을 마주보는 자리에 뒤늦게 앉았고,

조범이 조운에게 입을 열어 말한다.

 

"과연 명불허전이구려,

장군의 겸손한 모습에 소관 조범이 탄복하는 바입니다." 하고,

 

술잔을 들어 보인다.

그러자 조운도 술잔을 들어 조범과 포룡에게 번갈아 보이며 말한다.

"드시죠."

 

"드시지요."
이렇게 술을 마시면서 조범이 자룡에게 묻는다.

 

"장군의 성도 조씨요, 나도 조씨니,
우리 형제의 의를 맺으면 어떻겠습니까 ?"

 

조자룡이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나이를 따져 보니,

조범이 자룡보다 네 살이 많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술을 나누다 보니 서로가 크게 취하였다.

그리하여 조자룡이 조범의 안내로

숙소로 돌어가서 한잠을 자고 있었는데,
불현듯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

자룡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다가오는 사람은 젊은 여자였다.

 

"누구시오 ?"

 

자룡이 묻자,

물 젖은 수건을 가지고 다가오던 여자는,

 

"얼굴 좀 닦으세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는 ? ..."

 

"장군께서 오늘밤 쓰실,

좀 전에 태수 형수의 침상입니다."

 

"잘못 왔는가 보군요."

 

자룡이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그때 조범이 불현듯 들어온다.

"어 ? 아우 ! 이보시게,

잘못 온 것이 아닐쎄. "

 

"형님 ?

어떻게 된 겁니까 ?"

 

"그리 당황할 게 없네.

이 분께서는 내 형수님일쎄."

조범은 좀 전에 자룡에게 다가오던 여인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형님께서는 삼년 전에  별세하셨지,

형수님께서 아우를 흠모해 온 지라,
내가 특별히 형수님께 아우를 잘 모시도록 청한 것이네."

"이건, 아닙니다. 안됩니다."

 

자룡의 입장은 단호하였다.

그러자 조범은 눈짓으로 여인을 나가게 한 뒤,

 

"이보게 아우, 아우가 오해한 것이네,
이건 파륜(破倫)이 아닐세,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네.
해명을 할 테니 들어 보시게."
조범은 자룡을 자리로 안내하였다.

 

"자, 앉게, 어서."
자룡은 자리에 앉자 마자,

 

"조대인, 말씀하시죠."하고,

대답을 재촉하였다.

조범이 입을 연다.

"형님이 별세하신 지가, 삼년이 넘었는데,
젊은 형수님을 독수공방에 저리 둘 수는 없지 않은가 ?
몇 번이나 재가를 권했더니, 형수는 조건을 내세웠는데,

천하에 명망을 갖춘 위풍당당하고 용모가 수려한 사람을 찾지않나 ?
게다가 돌아가신 형님과 성이 같아야 한다고 하지 않나 ?
그런데 아우가  그런 조건에 <딱> 맞지 않나 ? "

 

"그렇다면 호의에 감사드려야 하나요 ?"

 

조범이 그 말을 듣고,

손을 흔들어 보이며 웃는다.
자룡이 즉석에서 되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이 혼사를 받아들이면

대인께서는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

 

"어 ?...
나 한테 허창에 제법 큰 저택이 하나 있네. "

 

"허창 ?

조조의 속지(束地) 아닙니까 ?"

 

"어, 어...그렇지,

맞어 ! "

조범은 이렇게 말한 뒤에 자룡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넌즈시 말한다.

 

"승상께서 장군을 ...

줄곧 흠모해 왔네.. "

 

조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룡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지금, 나에게 조조에게 투항하라는 겁니까 ?"

 

"아, 아.. 아니지 아우 !"

 

"누가 당신 아우요 ?"

 

"어, 어 ?

우리 결의형제를 맺지 않았나 ?
들어 보게, 유비는 큰 일을 할 인물이 못 되네.

천하는 어차피 조조의 것이네."

"뻥 !" (아구창 !)

 

"으악 !" (우수수... 옥수수 튀어나오는 소리)

 

조자룡은 대뜸 조범의 아구창에 돌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과연...
문 밖에는 포룡을 선두로 오십여 명의 창검을 손에 든 

병사들이 방안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날 잡겠다는 것이냐 ?"

 

조자룡이 정색을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포룡은 두 말없이 명한다.

 

"저 놈을 잡아라 ! "

포룡의 명에 따라 병사들이

창검을 앞으로 내밀며 번개같이 덤벼들었다. 

"야~아 !..."

자룡은 덤벼드는 계양의 병사들을 무차별로 가격하였다.

발로 차서 넘어 뜨리고, 주먹으로 쳐서 고꾸러뜨렸다.

그런가 하면 빼앗은 창대로 사정없이 후려 갈겼고,

도망치는 자는 쫒지 않았다.

상대방은 조자룡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지만,

자룡은 그들을 죽이지 아니하고 힘을 못 쓰도록 가격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어쩌다 보니 재수 없이 죽은 자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싸움치고는 사상자는 현저하게 적었다.

자룡은 덤벼드는 병사들을 어느정도 제압한 뒤에, 그곳을 빠져 나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범이 밖으로 달려나와,

 

"어서, 조운을 쫒아 죽여라 !"하고,

소리를 치니, 포룡이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말한다.

 

"아이고, 대인 !
과연 조자룡은 천하의 용장입니다.
그를 쫒는 것은 무리입니다."

 

"무슨 소리냐 !
고작해야 오십명 밖엔 안 되지 않느냐 !
어서 쫒아라, 어서 !"

조운이 몸을 피하고 있다는 소식이 성안에 퍼지자

곳곳에 매복해 두었던 병사들이 튀어나와 공격해 온다.
이때는 어쩔 수가 없이 닥치는대로

나타나는 적병을 무찔러 가면서 성문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렇게 성문 앞에 도착해 보니,

그곳에는 상장군 진응이 나와 있었는데,

그의 뒤에는 어림잡아 천여 명이 넘는 병사가 포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순간 조자룡은 긴장하였다.
자신은 조조의 백만 대군의 포위망도 거뜬히 뚫어낸 전력이 있으나,

자신을 호위하기 위해 성안으로 함께 들어왔던 군사는

고작해야 오십명 뿐이 아니던가 ?
                     
20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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