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07)
계양에 이어 무릉성 함락
잠시 후,
조자룡을 추격하던 병사가 돌아와 조범앞에 부복하였다.
조범이 급히 물었다.
"말해보라,
조운을 잡았느냐 ?"
"아,
못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죽였느냐 ?"
"그것도 아닙니다."
"답답하다,
그러면 어떻게 되었다는 거냐 ?"
"도망치던 조운은 성문앞에 이르렀을 때
진응이 성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성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뭐라고 ?
조운이 성을 나갔다고 ? ...
아이구 이런, 큰일났구나 !"
조범은 허둥거리며 안절부절 하였다.
그러자 포룡이 간한다.
"주공 !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조운이 군사들을 몰고 이곳으로 들이닥칠 겁니다."
"그래, 가자 !"
조범은 급히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갑자기 발길을 돌린다.
"어찌그러십니까 ?"
포룡이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그러자 조범은,
"인장 !..
태수 인장을 가져가야 할 게 아닌가 ?"하고,
작은 책상위의 서류더미를 헤치며,
계양 태수의 인장을 찾았다.
"아이고, 죽냐 사냐 하는 판 인데
인장은 뭐 하시게요 ?"
실리에 밝은 포룡이 이렇게 외치며 빨리 피신할 것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조범은,
"이게,
얼마나 어렵게 얻은 인장인데 !"하고,
포룡을 나무라면서 인장을 찾아 들었다.
그러면서,
"찾았다, 찾았어 !"하고,
크게 기뻐하는 것이었다.
"가자 !"
인장함을 손에 든 조범이 포룡을 앞서서 밖으로 뛰어 나가는 데,
얼마나 빠른지 ?
훗날 나타나게 될 서양의 단거리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 보다 빨랐다.
조범의 호위 병사가 중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어,엇 !..."
조범과 포룡은 문밖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 밖에는 말을 탄 조자룡이 군사를 이끌고,
이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자룡은 즉시 조범을 사로잡고 계양성을 취했노라고 본진에 보고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 유비와 공명을 비롯하여 장비가 즉시 달려왔다.
유비가 조운의 공을 높이 치하하자,
공명이 자룡에게 웃으며 묻는다.
"미인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법인데,
장군은 어찌하여 미인을 거절하였소 ?"
"제가 조범과 이미 의형제를 맺었는데,
어찌 그의 형수를 취할 수가 있겠습니까 ?
게다가 조범이 항복한 뒤에 곧바로 그런 말을 꺼냈으니,
그의 진심을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공께서 아직 천하를 평정하신 것도 아닌데,
제가 여색에 반해서 돌아가다가는
무슨 실수를 범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유비가 기특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함께 이 소리를 들은 장비가 웃으며 말한다.
"에 이 ! ~ 형님 ! 걱정마슈 !
조범이 미인계를 썼다구 해서 내가 한번 가 봤다오.
그런데 그런 쓰다 만 걸래같은 여자를 자룡이 취할 리가 있겠나 싶었소 !
에잉 !..."
장비가 이렇게 말하는 통에,
유비는 물론, 공명과 자룡까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
"허허허허 !..."
"우, 하하하 !..."
"과연 자룡은 천하의 대장부로고 !"
유비는 크게 감탄해 마지않으며 조운에게 상을 내리고,
동시에 조범을 불러 크게 꾸짖으며,
향후 형주의 주군인 자신에게 충성을 다할 것에 단단히 약조를 받고 난 뒤에,
태수 자리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은전을 베풀었다.
이렇게 계양성 문제가 해결되자,
장비가 자원하며 말한다.
"형님 !
어찌하여 자룡만 공을 세우게 하고 나는 썩혀만 두오 ?
나에게 삼천 군사를 주면
이번에는 무릉을 취하고 태수 김선(金旋)을 사로잡아 오겠소."
공명이 그 말을 듣고,
"만약 실패하면 어떡할 것이오 ?"하고,
장비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렸다.
"실패하면 군법에 의해 처벌 받아도 무방하오.
군령장이라도 쓰라면 쓰고 가겠소."하고,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니,
유비는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령장은 그만두고 몸성히 잘 다녀오기나 하게."
장비는 군마 삼천을 거느리고 곧 무릉을 향해 떠났다.
무릉 태수 김선은 유비의 상장군 장비가 삼천 군사를 거느리고
무릉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소 신료를 모아 놓고
대책을 논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종사 공지(從事 鞏志)가 아뢴다.
"유현덕의 덕망은 이미 천하에 자자하고,
장익덕의 용맹은 천하에 둘도 없는 형편이니,
그들과 맞서 싸워서는 도저히 가망이 없겠습니다.
하오니 곱게 항복함만 같지 못하오리다."
그러나 김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낸다.
"내, 본디 무장(武將)이거늘,
어찌 한 번 싸워 보지도 않고 순순히 항복한단 말이냐 !"
"태수 대인께서도 능히 감당하지 못하시리라,
하오니 공연히 봉변당하지 마시고 순순히 항복하여
계양 태수와 영릉 태수 모양으로 계속하여 무릉성을 지킬 수 있도록
선처를 요구하소서."
"이놈 !
네가 진작부터 적과 내통하여
나를 굴복시키게 할 계획이었나 보구나 ?"
김선은 공지를 즉시 참하라는 명을 내렸으나,
좌우의 신료들이 적극적으로 간하여 가까스로 참살을 면하게 되었다.
김선은 마지못해 군사를 이끌고 성밖에 진을 치고 장비에게 대항하였으나,
애시당초 그는 장비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몇 번을 장비와 싸웠으나
무릉군은 장비의 군사에게 여지없이 참패를 당하였다.
게다가 김선 조차 장비의 장팔사모에 목이 달아나 버리니
이때부터 무릉군은 전의(戰意)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장비는 승전의 여세를 몰아 성문앞에 이르렀다.
그러자 성루에는 곳곳에 백기가 드높이 매여 있었고,
종사 공지가 나머지 신료들을 이끌고 성밖으로 장비를 영접하러 나왔다.
장비는 보무도 당당히 무릉성으로 들어가 입성식(入城式)을 거행하고,
무릉성을 취했다는 소식을 유비에게 알렸다.
유비는 승리의 보고를 받고 곧 무릉성으로 달려와 장비의 공을 크게 치하하고,
공지를 공석이 된 무릉 태수로 임명하니, 공지는 명을 받들며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였다.
이로써 유비는 애초에 목표한 형주 주변의 네 개의 성 중에
세 개를 비교적 손쉽게 점령하게 되었고,
이런 소식은 형주를 지키고 있는 관우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관우는 편지를 보내어,
<형님, 자룡과 익덕이 큰 공을 세워
각각 영릉과 계양, 무릉을 취했다고 하는데,
장사(長沙)는 아직 그대로 남았으니,
장사에서는 제가 공울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하고,
자신이 이번 사 군(四郡) 점령에 참여하지 못한 섭섭함을 알려왔다.
유비는 관우의 충성을 기쁘게 생각하여, 장비를 보내어 형주를 지키게 하고,
운장을 불러오게 하였다.
장사군 전진 기지에 도착한 관우가
후당에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던 유비와 공명 앞에 이르렀다.
"형님 ! 군사 ! 저 왔습니다."
관우는 오랜만에 만나는 두 사람을 향하여
기쁜 어조로 씩씩하게 고했다.
"어 , 운장 ? 왜 이리도 빨리왔는가 ?
며칠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말야..."
유비가 반가운 얼굴로 관우를 맞이하였다.
그러자 관우도 반가운 어조로,
"형주에서는 군사 훈련을 비롯해 무기 제조 뿐이라 따분해서요.
연전 연승을 거둔 아우들이 부럽더군요.
이제 장사 한 곳만 남았는데,
그곳은 이제 내 차례요 ! "하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자 공명이 반가운 얼굴로,
"관 장군은 먼 길을 오셨으니,
며칠 쉬십시오. 장사 문제는 후일 논하시지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는,
"쉬기는요 ?
적벽대전후 계속 군사훈련만을 시키셨고,
내가 조련한 군사만도 일만을 넘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칼이 다 녹슬게 생겼습니다. "하고, 말한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대견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듣자하니,
운장을 안 보내면 안 되겠구먼..."하고,
자기 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 공명이 유비에게 권한다.
"관장군의 의견이 그러시다면 주공께서 하명하십시오."
유비가 앉은 자리에서 자세를 고치며 명한다.
"관우는 들으라. "
"네 !"
"앞으로 스무 날 안에 장사와 그에 속한 속지(俗地)를 취하고 필히 상벌을 병행하되,
성곽을 회손하거나 무차별 살상이 없도록 유의하고,
특히 노약자와 부녀자를 비롯해 어린이의 살상을 피하라 !"
"알겠습니다 ! "
관우가 자신감을 드러내며 명을 접수하자,
공명이 뒤이어 말한다.
"운장 !
자룡은 계양, 익덕은 무릉을 취하는데 삼천 군마만 끌고 갔지만,
장사는 다릅니다.
태수 한현(韓玄)은 보잘 것없는 인물이지만,
그의 휘하에는 만부부당(萬夫不當)의 노장 황충(黃忠)이라는 장수가 있습니다.
그는 이미 육순을 넘은 백전 노장이지만
장군으로서도 결코 가볍게 대할 장수가 아닙니다.
이번엔 육천 군마와 함께 가십시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관우가 정색으로 대답한다.
"군사, 어찌 그런 자를 들어 우리 자신을 비하 하시오,
육순을 넘은 늙어빠진 장수가 뭐 대단하다고..
육천, 아니라, 삼천도 아닌,
제게 교도수(校刀手: 큰 칼을 잘 쓰는 병사) 오백 명만 붙여주시면
틀림없이 황충과 한현의 수급을 베어 오겠소."
그러자 유비도 정색을 하며 말한다.
"운장, 적을 얕보면 안되네,
군사 말 대로 육천을 데려 가게."
그러나 관우는 고집은 황소고집이었다.
"아뇨, 저는 교도수 오백이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공명이 난처한 얼굴을 한다.
"아, 그게 ..."
"형님, 걱정마십시오.
아니면 군령장이라도 쓰지요. 황충을 잡아오지 못하면
군법대로 처리하십시오."
관우는 공명의 염려를 뒤로 하고 유비에게 직접 말하였다.
그러나 대답은 공명에게 나왔다.
"장군,
화용도 사건 때도 장군은 군령장을 쓴 때가 있었습니다. "
관우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침울해졌다.
그때 군령장을 쓰고 조조를 잡으로 갔다가 그를 놓아 준 적이 있지않은가 ?
하필이면 공명이 그 일을 들고 나오니, 관우로써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하여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침울한 어조로 대답한다.
"그렇소, 그러나 이번에는 군사가 나를 믿어주시오.
나가면 반드시 화용도의 치욕을 설욕하겠소. "
"좋아 ! 술을 내와라 !"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종에게 명한다.
그리고 이어서,
"운장을 배웅하겠다."하고,
말하니, 관우가 즉각,
"됐습니다.
형님 ! 군사 ! 장사를 취하고 오면 그때 마시도록 하겠습니다."하고,
장비 같았으면 <넙죽 !> 받아 마시고 떠났을 술을 마다하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답 하였다,.
그러면서 뒤로 돌아서며 한 마디 덧붙인다.
"군령장도 그때 올리지요."
20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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