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72)
형주 반환을 둘러싼 계략
손권은 제갈근의 식솔을 그날로 감금해 놓고,
그를 서천으로 보내어 형주 반환을 요구하게 하였다.
제갈근이 여러날 만에 성도에 도착하자,
유비에게 사람을 보내어 만나기를 청하였다.
유비가 공명을 불러 물었다.
"군사의 형님이 강동에서 나를 만나러 오셨다니
무슨 일로 오셨을 것 같소 ?"
"형주땅을 찾아가려고 왔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
"....."
공명이 유비의 귀에 입을 가까이 하고 무엇인가 한동안 속삭였다.
유비는 말을 들으며 연실 고개를 끄덕였다.
공명은 부중을 나오자 그 길로 객사에 있는 형을 찾아갔다.
"아, 형님 !
순시를 하던 중에 형님이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돌아왔습니다."
공명이 제갈근에게 허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를 하였다.
"아, 동생 !
와줘서 고맙네, 고마워 !"
제갈근은 공명을 보자 대뜸 반가운 소리를 연거푸 쏟아내더니,
"이 사람에게 큰 화가 닥쳤네,
서른 여덟 명이나 되는 식솔들이 참수를 당할 위기가 닥쳤네 !"하고,
오만상을 찡그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명이 약간은 당황한 어조로 되물었다.
"진정하시고 소상히 말씀해 보십시오."
"아 ! 오후께서 갑자기 내 식솔들을 감옥에 가두시곤,
형주를 되찾아 오라고 명하셨네.
그리고 일을 성사시키지 못할 때에는 적과 내통한 죄를 물어,
식솔들을 모두 참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네 !..."
제갈근은 곧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공명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사정을 토로하였다.
그러자 공명이 사뭇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알겠습니다.
모두 저 때문이군요."하고,
돌아서자,
제갈근이 공명의 앞으로 달려나와 손을 잡으며 사정한다.
"이보게 아우 !
어서 날 좀 도와주게 ! "
"아, 네 !
우린 서로 피를 나눈 형제이니 어려움은 함께 나눠야지요.
형님의 일은 곧, 저의 일 입니다. 염려마십시오.
형주를 돌려받게 해 드릴 테니...
함께 유황숙을 뵈러 가시지요."
"그래 ! 고맙네, 고마워 !"
공명이 객사를 먼저 앞장서 나가자,
제갈근은 황급히 공명의 뒤를 따라 나섰다.
유비가 제갈근이 가져온 손권의 친서를 읽고 있었다.
그때, 장비가 대청으로 들어오며 격노한 소리를 지른다.
"감히 형주를 달라구 왔다구 ?
누구요, 어떤 자야 ?"
장비는 털부숭이 모습에 도끼눈을 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다.
"이보시오,
손권이 무슨 염치로 형주를 달라고 하는 것인가 ?
누이 동생을 형님과 혼인시켰으면서
형님이 안 계신 사이에 데리고 가버렸고,
내 조카까지 납치하려고 했소, 절대 묵고할 수없소 !"
장비는 제갈근의 앞에서 크게 역정을 내었다.
"익덕 !
그만, 말을 삼가하게 !"
유비가 장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장비는 제갈근을 향해 손가락질 까지 하면서,
"잘 들으시오 !
우리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아시오 ?
조만간 거병하여 강동을 빼앗아 버릴 것이오 !"
장비가 이렇듯 고성을 지르며
당장이라도 강동으로 쳐들어 갈 기색을 보이자 짐짓,
공명이 단상의 유비에게 무릅을 꿇으며 사정한다.
"주공,
거병하시려면 저를 먼저 죽여 주십시오 !"
그러자 제갈근도 공명의 행동거지를 보고,
자신도 유비앞에 무릎을 꿇어 보였다.
유비가 단하로 달려 내려오며,
공명을 잡아 일으키려 하였다.
공명이 꿇어 앉은 채 유비를 올려다보며 자세한 사정을 아뢴다.
"주공 !
오후가 형님 가족을 인질로 삼아서 형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시했다가는 형님의 식솔들이 모두 참수를 당할 겁니다.
그리 된다면 저도 살고싶지 않습니다. "
"하 !...
무고한 사람이 화를 입게 둘 수는 없소,
선생, 일어나시오.
내 선생이 원하는대로 다 하리다."
"주공 ! 감히 청하옵니다.
일전에 약조하신 대로 형주를 오후에게 돌려주십시오."
"안돼 ! 그럴 순 없어 !
이봐, 제갈근 !
손권이 그대의 식솔들을 죽인다면 내가,
강동으로 쳐들어가 손권의 식솔들을 몰살시켜 주겠소 ! "
그 자리에 있던 장비는 양 손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노발대발 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장비를 크게 나무란다.
"익덕 ! 그만 해 !
나가게 어서 !"
유비가 불호령을 내리자,
"어쨌든, 절대 안 됩니다 !
절대 !"
장비는 양 팔을 들어 보이며 고성을 지르고 장중을 나가버린다.
그러자 유비가 제갈근에게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좋소 !
이렇게 합시다.
우리는 이제 막, 서천을 취했기에 기반을 잡지 못하여,
형주의 군마와 군량으로 지탱해야 하오.
그러니 오후에게 우선, 장사, 계양, 영릉을 돌려드리고,
한중을 취하게 되면, 그때 가서 형주까지 돌려드리겠다고 전하시오.
어떻소 ?"
유비가 이렇게 말한 뒤에, 제갈근의 대답을 기다렸다.
제갈근은 애초에 형주 전체를 돌려받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나
유비는 먼저, 세 개의 군(郡)만을 돌려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
그리하여 제갈근이 썩 마땅치가 않아, 공명의 눈치를 보며,
대답을 주저하고 있는데,
공명이 선듯 두 손을 맞잡이 올려 보이며 대답한다.
"하, 주공 !
은혜에 감사드립니다."하고,
말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제갈근도 어떨결에
자신도 명을 받아들이겠다는 표시로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였다.
그리고,
"감사하옵니다.
황숙께서 보살펴 주시는 덕분에
제 식솔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황숙께서 강동에 그 세 개의 군을 넘겨주라고
관우 장군에게 직접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좋소 !
서찰을 작성해 줄 테니 형주로 가져 가시오.
그리고 내 아우를 만나, 잘 말 해 보시오.
내 아우가 성미가 불 같아,
더러는 내 말조차 듣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오."하고,
친절히 타이르는 것이었다.
"황숙의 은총이
황감 무비하옵니다."
제갈근은 고마움을 담아,
유비를 향해, 허리를 깊숙히 숙였다.
제갈근은 그날로 성도를 떠나, 형주로 관운장을 찾았다.
그리하여 유비의 서찰을 내주자,
이를 읽어 본 관우가 서찰을 탁자위에
<탕 !>하고 내려 놓으며 제갈근을 무섭게 쏘아본다.
그 바람에 제갈근이 움찔 하는데,
이어서 관우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형주의 모든 땅은 우리가 조조와 싸우며 얻은 땅인데,
절대 넘겨줄 수가 없소이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이에 당황한 제갈근이 말한다.
"유황숙께서 직접 명령하셨는데
따르지 않으실 작정이십니까 ?"
제갈근은 관우에게 직설적으로 따지지 못하고
애둘러 유비의 핑계를 대며 말하였다.
"외부에서 들어온 군령은
현장의 책임자의 판단으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예(例)도 모르시오 ?
지금 형주의 책임자는 바로 나요 !"
"하, 관장군 !
지금 오후께선 내 식솔들을 인질로 잡고 있소.
장군께서 세 개 군을 내주지 않는다면
내 식솔 여른여덟 명은 모조리 참수를 당할 것이오."
"손권의 그런 얄팎한 수에
넘어갈 내가 아니오."
"어찌 이리도 매정할 수가 있소 ?"
"매정하지 아니하고서 어찌 검을 다룰 수 있겠소.
공명 선생을 생각해서 그대를 곱게 보내주는 것이오.
여봐라 !"
관우는 손을 들어 좌대의 검을 가르키며
말한 뒤에 호위병을 부른다.
"선생, 가시죠 !"
관우의 호위병은 즉각 달려와,
제갈근을 채근하였다.
"아, 아 !..."
관우의 완강함에 부딪친 제갈근은
할 말을 못찾고 연이어 한숨을 쉬다가
할 수없이 관우의 앞을 물러나고 말았다.
제갈근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성도로 돌아왔다.
그러나 유비를 만나려고 하니, 병으로 와석(臥席) 중이라 하고,
공명은 지방 순시를 떠나버리고 없는 것이 아닌가 ?
제갈근은 천리 먼 길을 헛걸음 치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주군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어서 ,
강동으로 돌아와선 전,후의 과정은 생략한 채로
유비의 약속을 그대로 아뢰었다.
"주공,
유황숙이 먼저 장사,계양, 영릉, 등의 세 개 군을 먼저 돌려주겠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한중을 취한 뒤에 돌려준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라고....
그러나 손권은 제갈근이 서촉의 성도로 유비를 찾아 떠나는 그 날,
그가 떠나자 그의 식솔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고생시킨 것을 설명하고
약간의 위로금조차 주어서 돌려보냈던 것이었다.
손권이 막료들을 불러 명한다.
"유비가 형주의 세 고을을 돌려준다고 분명히 말했으니.
이제 곧 관원을 보내, 우리가 다스리도록 하오.
장사, 영릉, 계양에 태수를 임명하여
관원을 붙여 속히 보내도록 하시오."
즉시,
형주 세 고을에 동오의 관원들이 파견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흘이 못 가 쫒겨 돌아오고 말았다.
관운장의 부하들이 죽일 듯이 덤벼들며 인수인계를 거부하는 바람에
도저히 관아로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손권은 크게 노하여 노숙(魯肅)을 불러 말한다.
"유비가 지난날 자경에게 그처럼 굳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천을 얻은 지금에 와서도 형주를 돌려주지 않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노숙이 대답한다.
"제게 계책이 있사옵니다."
"무슨 계책이오 ?"
"신이 불편한 관계로 형주까지 가기는 어렵지만,
사람을 보내어 육강구(陸江口)에 있는 와강정(臥江亭)에
관운장을 초대하여 주연을 베풀며 교섭을 해 보면 성과가 있으리라 보옵니다."
"우리가 부른다고 그가 와 주겠소 ?"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비겁자로 인정될 것이니,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보시오.
형주를 지금 돌려받지 않으면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오."
노숙은 그 길로 부도독 여몽을 보내,
육강구에 주연을 비롯한 준비를 명하고,
한편으로는 관우에게 사람을 보내어 초대의 글월을 보내었다.
관우는 초대의 서찰을 보더니, 즉석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한 날에 반드시 와강정으로 갈 터이니,
돌아가 그리 전하라 !"
관평이 그 말을 듣고 놀란다.
"아버님 !
노숙이 어떤 흉계를 품고 초대하는 것이 분명할 것인데,
어찌하여 그런 험지에 가시려고 합니까 ?"
"걱정 말거라 !
제가 재주를 부리면 얼마나 부리겠느냐 ?"
관우는 어디까지나 태연자약 하였다.
"나는 주창(周倉) 한 사람만 데리고 가겠다.
그대신 너는 정병 오맥 명과 쾌속선(快速船) 이십 척을
강 건너편 숲속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가,
만약 내가 육강구 포구에서 홍기(紅旗)를 들거든
그때, 포구로 급히 달려오너라 !"
"모든 일은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관평은 부친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관우가 응락한 초대의 날이 왔다.
관우는 갑옷도 입지 아니하고 평상복에 수행 병사 없이
주창만을 대동하고 쾌속선으로 육강구로 향했다.
노숙은 관우를 초대한 날에 앞서,
동오의 수군을 육강구에서 이십 리를 물러나게 하였다.
적국의 장수를 초대하는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수군 부도독 여몽은 노숙의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여몽은 관우가 강동의 영역인 여강구에 온 것을 기회로
그를 없애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그런 속셈을 감추고 관우를 경계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관우가 탄 배가 포구에 다가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동오의 장수들이 동요하였다.
"관우가 혼자 오고있어 !"
"우리를 얕잡아 보고 있어 !"
여몽이 이들을 돌아보며, 미간을 찡그려 보였다.
그러자 장수들은 더이상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여몽이 먼저 관우가 탄 배가 도착하는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적국의 장수를 맞이하는 만큼,
조금 떨어져서, 배에서 내린 관우가 오기를 기다렸다.
관우가 그의 앞에 이르자,
여몽은 관우를 향해 군례(軍禮)를 해보이며 말한다.
"장군 ! 여몽입니다.
대도독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장군이 안내해 주시구려."
관우의 대답은 간결하고 담담하였다.
"가시죠."
"음 !"
관우는 한 손으로 수염을 쓸어 보이며
<저벅저벅> 발걸음을 진영 안으로 움직였다.
와강정 안에는 병색이 완연한 노숙이 관우를 맞았다.
그리하여 수인사를 끝내자 마자,
노숙이 기침을 하며 괴로워한다.
관우가 그런 노숙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자니,
잠시후 진정을 찾은 노숙이 민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관 장군, 안타깝게도 몸이 안 좋아 제대로 대접을 못함을 용서하시오.
관장군이라도 많이 드십시오."
이렇게 말한 노숙이 관우를 향하여 술잔을 들어 보였다.
"허허허,
사양하지 않겠소."
관우는 짐짓 한번 웃어보이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거침없이 입으로 가져가 들이켰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 놓으며,
"여봐라, 더 큰 잔을 가져오너라 !"하고,
호기로운 소리를 내뱉었다.
노숙이 그 모습을 보며 여몽을 부른다.
"여장군,
서천 정벌 후에,
관 장군께서 한수정후(漢壽亭侯)가 되셨으니,
축하를 드려야 하지 않겠나 ?
허니, 자네가 내 대신 축하의 술을 한잔 올리도록 하게."
"경하드리옵니다."
여몽이 자신의 술잔을 들어 보이며 말하자,
와강정 주석(酒席)에 함께 자리한 강동의 장수들이 일제히,
"경하드립니다."하고,
말하였다.
"고맙소."
관우는 이렇게 대답하며,
방금 전 바뀐 큰 술잔의 술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호탕한 관우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숙이 본론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관장군,
제갈근이 성도에서 유황숙의 명을 형주로 가져와 장군께 드렸잖소 ?
세개 군을 돌려주라 명했는데,
어찌 장군은 이행하지 않으시는거요 ?"
그러자 관우는 노숙에게 논리적으로 따졌다간
도저히 당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오늘은 술이나 마시고
정사는 논하지 맙시다."하고,
똑부러지게 노숙의 말을 막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그대로 물러날 노숙이 아니었다.
"아,아...
술도 마시고, 정사도 논해야지요.
우리 두 사람이 어디, 이렇게 만나기가 쉽겠소 ?"
노숙은 이렇게 말한 뒤에, 관우의 대답이 없자 이어서 말한다.
"관장군,
수년 전 오후께서는 세력을 더 확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유황숙께서 발붙일 곳이 없어,
떠도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여 기꺼이 형주를 빌려주신거요.
허나, 지금 유황숙께선 익주의 52개 주, 100여개 현을 얻으셨소.
그곳은 강동보다 훨씬 기름진 옥토요.
그러니 이치대로라면 형주를 우리에게 돌려줬어야 맞는 것이오.
허나, 유황숙께서 서천의 기반을 다져야하니,
우선 세 개 군 만을 돌려주겠다고 하셨소.
이 일에 대해서 오후께서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는데
어찌하여 장군께선 동오의 신임 관리들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계신 것이오 ? "
"이해가 안 되오.
어째서 강동에선 형주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 거요 ?
형주는 우리 손으로 조조로 부터 되 찾아온 한나라 땅이오."
관우는 전혀 주눅 들지 아니하고,
형주는 <내땅>이 아니라,
<한나라 땅>이라고 주장 하였다.
그러자 논리 정연하기로 제갈양에 버금가는 노숙이 잠자코 있을 턱이 없었다.
그는,
"관장군, 형주를 차지하기 전의 일을 잊으셨소 ?
유황숙은 장판 전투에서 대패하여 겨우 목숨을 건지지 않으셨소 ?
우리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적벽에서 조조를 격퇴하지 않았다면,
유황숙과 관장군은 진작에 조조에게 붙잡혀, 치욕스러운 순간을 맞았을 것이오.
그랬다면 어찌 형주를 차지할 수가 있었단 말이오 ?
콜록! 콜록 !..."
노숙은 말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지다 보니,
기침을 해댔다.
"천하의 땅은
능력있는 자가 차지하고,
지키는 것이 순리요 !
따라서 정해 진 주인은 없소 !"
청룡언월도를 들고,
관우의 뒤에 입시해 있던 주창이 한 마디 하면서,
언월도를 <탕 !>하고, 한번 들었다 놓았다.
그러자 여몽을 비롯한 감택, 반장 등,
자리에 함께한 동오의 장수들이 일제히 칼에 손을 댔다.
그것을 본 관우가,
"주창,
함부로 나서지 말게 !"하고,
말하면서 자신 스스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창으로 부터 언월도를 받아들고 주창이 했던 것 처럼
손잡이 자루를 바닥에 <탕 ! 탕 !>하고 연거푸 두드리며,
여차하면 휘두를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주창은 물러가라 !"하고,
명하였다.
그러자 주창은 수많은 동오의 장수들 틈에
자신이 섬기는 장군을 두고 먼저 나기기를 주저하였다.
"어서 !"
주창은 관우의 재촉을 받고 나서야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관우로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한판 벌이게 되더라도 주창이 없는 편이 좋았으리라...
대화를 하던 중에 발생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노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술잔을 들고 관우의 앞으로 왔다.
그런 뒤에 관우 앞에 술잔을 들어 건네며,
"관장군. 자, 받으시오.
그리고 그만 기분을 푸시오. 같이 한잔 하십시다."
이렇게 다가온 노숙은 관우의 곁에서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부하들이 내 명을 어기고
복병을 배치했으니,
나를 인질로 삼아 나가도록 하시오."
그렇게 말한 노숙이 술 한잔을 들이키는 것이었다.
관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술잔을 들이키고,
노숙의 팔장을 껴고, 단하로 내려섰다.
"쉬리링 ~..."
그 순간,
와강정 주연에 참석한 여몽을 비롯해 감택, 반장, 감녕 등,
동오의 쟁쟁한 장수들이 칼을 빼어 들고 관우를 향했다.
관우는 이들과 노숙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제가 좀 취했으니,
형주에 관한 일은 다음에 다시 합시다."
관우는 한 손으론 청룡 언월도를 비껴들고,
다른 손으로는 노숙의 팔장을 껴고, 육강구 포구로 향하였다.
관우가 이렇게 발자욱을 옮기자,
동오의 장수들은 칼을 빼어든 채로, 관우를 경계하며 뒷걸음쳤다.
이렇게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오의 수많은 병사들이
제각기 무기를 빼어들고 관우 앞으로 달려들었다.
관우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동오의 군사들이 겹겹히 쌓인 틈을 한발짝 내딛자,
칼을 빼어 든 장군 여몽이 소리친다.
"관우 !
대도독을 해치지 마라 ! "
"비켜라 !"
관우는 금방이라도 노숙을 해칠 듯이 대꾸했다.
"길을 내라 !"
여몽의 명이 떨어졌다.
그러자 관우를 향해 달려들던 동오의 병사들이 일제히 길을 열었다.
관우는 노숙을 붙잡은 채로 포구로 향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구해 준 노숙에게 작은 소리로 묻는다.
"나를 지켜 주는 이유가 뭐요 ?"
"장군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돕는 거요."
"고맙긴 하나,
세 개 군을 내주진 않을거요."
"영토와 관계없이 장군을 지켜준 것이오.
만약 여기서 장군의 목을 친다면 당장 형주를 되찾을 수는 있겠지만,
서로 전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양 측의 피해가 크게 될 것이니,
조조만 어부지리를 얻게 되겠지요.
콜록 ! 콜록 !..."
"대도독 !
그대는 정말 의롭구려.
내가 다 부끄럽소이다. "
관우는 노숙을 향하여 목례를 해보였다.
이러는 동안 관우는 타고 갈 배 앞에 이르렀다.
관우가 주창에게 언월도를 넘겨주며 말한다.
"나는 강동에 영웅이 없는 줄로 알았는데,
오늘 와서 보니, 내가 틀렸소 !
대도독 ! 장사,영릉,계양을 내주겠소이다."
노숙이 그 말을 듣고,
관우를 향해 두 손을 올려 보이며,
"하 !
고맙소 !"하고,
예를 표해 보였다.
관우도 답례로 두 손을 모아 노숙을 향해 보였다.
이윽고 관우가 탄 배는 여강구 포구를 미끄러져 나갔다.
배위의 관우는 내륙의 노숙과 동오의 군사들을 향하여,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한번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가 탄 배는
서서히 멀어져 가는 것이었다
273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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