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와 손권의 대결

오토산 2021. 12. 9. 08:01

삼국지(三國志) (274)
조조와 손권의 대결

조조는 한중(漢中)의 장로의 항복을 받아내자,

한중을 장합(張郃)과 하후연(夏候淵)에게 지키게 하고,

다른 장수들을 모두 불러모아, 가까운 서천의 유비는 제쳐두고, 

멀리 남방에 있는 손권을 치기로 결정하였다.

 

손권에 대해선,

적벽대전(赤壁大戰)이후로 원한이 골수에 맺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한중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병선(兵船)이 강을 가득히 메웠고,
육로(陸路)를 따라 강동(江東)으로 진군하는

사십여 만에 이르는 군사는 대지를 덮었다.

 

양자강을 따라 강남으로 내려가

손권을 일거에 멸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한중을 떠난 지 십여 일 만에 조조의 군사는 강동의 요지인

유수성에 접근하였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손권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장수들을 모아놓고,

 

"천 리 먼길을 행군해 오는 군사들이 무슨 힘을 쓰겠소.
더구나 수군에 있어서의 전력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이니 별 것 없을 것이오.
누가 나가 이들을 막으리오 ?"하고,

묻자, 감녕(甘寧)과 능통(凌統)이 자원을 하였다.
두 장수는 언제나 경쟁적으로 전공을 다투는 처지였다.

 

"그러면 두 장수가 모두 나가 싸우되,
능통 장군이 선봉이 되고,

감녕 장군이 그 뒤를 받쳐주오 !"

 

손권은 이렇게 명하고

자신은 다른 장수들과 함께 후군이 되었다.
드디어 유수성을 중심으로 양군 사이에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조조군의 선봉장은 천하의 용장인 장요(張遙)였다.

 

강동의 선봉장으로 나선 능통은

적의 기세를 만만하게 여기고, 마구 덤벼 나갔다.
그리하여 장요와 오십여 합을 겨뤘으나,

승부는 좀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동안,

능통의 군사들은 장요의 군사에게 질질 밀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손권이 본진에서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여몽(呂夢)에게 명한다.

 

"능통 장군이 암만해도 불리해 보이니,

대도독이 다른 장수를 보내 돕도록 하시오."
그때 감녕이 여몽에게 자원한다.

 

"적의 총병력이 사십여 만에 이르고,

게다가 사기가 왕성하여 정면으로 공격하여

이기기는 용이하지 않겠습니다.

 

마침 날도 저물어 가니,

오늘 싸움은 이것으로 물리고, 제게 정병 백 명만 붙여 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제가 오늘밤 조조의 본진(本陳)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여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겠습니다."

여몽은 감녕의 말을 옳게 여겨,

징을 쳐서 선봉에 나선 능통과 군사들을 불러들였다.
장요도 초전 싸움에 적들의 기세를 꺾은 것에 만족하고,

마침 날도 저물어 가기에 더이상 싸우지 아니하고

군사들을 뒤로 물려 본진으로 돌아갔다.

여몽은 감녕의 요청대로

직속 부하 중에서 날쌔고 용감한 젊은 군사 백 명을 뽑아 감녕에게 주었다.
감녕은 이날 밤 백 명의 군사를 진중으로 불러 앉혀,

커다란 술잔에 술을 넘치게 따라주며 말했다.

 

"이 술은 주공께서 친히 하사 하신 명주(名酒)다.
너희들은 이 술을 마음껏 마시고 오늘밤 나와 함께

조조의 본진을 크게 어지럽히는 작전을 감행하자 !"

백 명의 병사들은 술을 마시다 말고 제각기 주저하는 얼굴이 된다. 
그러자 감녕이 칼을 뽑아 들고 병사들을 큰소리로 꾸짖었다.

 

"상장(上將)인 내가 목숨을 걸고 선두에 나서서

적의 본진을 기습하려는 판에 너희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길 어찌 주저하는가 ?"
병사들은 그 말에 크게 깨닫고,

 

"저희들도 장군을 따라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겠습니다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밤이 이경이 지날 무렵에

백 명의 병사들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조조의 본진으로 향했다.
조조군은 전날 싸움에서 승리한 것에 도취하여

경비를 허술히 한 채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조조군 본진에 접근한 백 명의 용사들은

진중의 보초병을 죽이고 군영 안으로 들어가

닥치는대로 자고 있던 조조군을 찌르고 베었다.
잠을 자다가 놀라 깬 조조의 병사들은 크게 당황하였다.

 

그러나 잠을 자다가 놀라 일어난 상태로

기습한 적에게 대항하는데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리하여 조조의 병사들이 대항할 태세가 갖춰지기 시작하자,

기습을 감행한 강동의 용사들은 일호(一號)의 군호(軍號)로서

일시에 퇴각하여 본진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
본진으로 돌아온 백 명의 용사들은 하나도 죽지 않고 고스란히 무사하였다.

 

"장군의 용기는 조조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하오 !
실로 통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오."

 

손권은 감녕의 쾌거에 크게 기뻐하며,
명도(名刀) 백 자루와 비단 천 필을 특별히 하사하였다.
감녕은 손권이 내린 상품을 백 명의 용사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해 주어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였다.

날이 밝자,

장요는 새벽에 당한 기습을

복수하기 위해 아침부터 싸움을 걸어왔다. 
능통이 먼저 달려나가 싸움을 맡았다.

 

지난 밤에 감녕이 큰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뒤에

주공에게 상을 받았으니 그것을 본 능통으로선

감녕에게 지지않으려는 마음이 앞섰던 것이었다. 

능통이 이런 마음이 앞서 성급히 칼을 휘두르며 달려나가니,

장요는 뒤로 물러서며 악진(樂進)으로 하여금 나가 싸우도록 명하였다.
양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장수가 싸우기를 오십여 합에,

도무지 승부가 나지 않는다. 

 

조조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옆에있는 조휴(曺休)에게 말한다.

 

"네가 저놈을 활로 쏘아 죽여라 !"

조휴가 즉시 말을 달려 앞으로 나가더니 능통을 활로 쏘아갈겼다.

그러나 조휴의 화살은 능통을 맞추지 못하고 그가 타고 있는 말을 맞추었다.

말은 화살을 맞고 공중으로 앞발을 쳐들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 바람에 능통은 그대로 땅에 곤드라 떨어지고 말았다.

 

악진이 그 틈을 타서 창을 들어 능통을 찔러 죽이려는 순간,

어디선가,

 

"쌔액 ! ~..."하고,

날카로운 화살소리가 나더니,

악진이 마상에서 곤드라 떨어진다.

양쪽의 군마가 일제히 달려나와

제각기 자기편 장수를 구해 가지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간다.
양군은 징을 요란히 치며 잠시 싸움을 중지한 것이다. 
능통은 손권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오늘 싸움에는 면목이 없습니다."

 

"병가의 일진일퇴는 늘 있는 일이니, 너무 면목없다 하지 마오.
그런데 악진에게 활을 쏘아 장군을 구한 사람이 누군지 아오 ?"

 

"누가 저를 구해 주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장군을 구한 사람은

바로 감녕 장군이었소."

 

"옛 ?

감녕이 저를 구했다구요 ?"

능통은 평소에 감녕에게 경쟁심은 물론이고

경계심 조차 가지고 있었던 만큼 크게 감동하였다.
그리하여 그 길로 감녕을 찾아갔다.

 

"장군이 나의 생명을 구해 줄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오 !
이 고마움을 어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

 

이 일 이후로 두 사람은 생사지교(生死之交)를 맺고

다시는 서로 미워하지 않았다.

한편,

조조는 화살을 맞은 악진을 치료케 하고,

다음날 군사를 수륙 양면으로 동원하여 손권을 다시 공격하도록 명하였다.
장요, 이전(李典), 서황(徐晃), 방덕(龐德)등 맹장들이 지휘하는 대군이었다. 
이에 대항하여 강동에서는 동습(童襲), 서성(徐盛), 등이 대군을 이끌고

강을 건너 적을 맞았다. 

동습, 서성은 이전과 맞아 싸워서 크게 승리하였다. 
그리하여 조조군 본진에 접근해 갔는데,

갑자기 폭풍우가 일어나며 천지가 어둡고 밝기를 반복하며

천둥과 벼락이 사정없이 내리꼿는 것이 아닌가 ?

 

강동군은 어쩔 수 없이 싸움을 멈추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군은 그 기회를 이용하여 역습을 감행하였다.
동습은 병선이 강상에서 파선하는 바람에 전사를 하였고,

서성도 분전하다가 적에게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손권은 그 소식을 듣고

진무(陳武)에게 지원병을 주어 그들을 구출하게 하였다.
그러나 진무도 조조군의 젊은 장수 방덕에 크게 패하여,

어쩔 수없이 유수까지 퇴각 하고 말았다.

 

조조의 대군과 이에 맞서는 손권의 병사들이

유수의 좌우 강변에서 다시 대적하였다.
백전 노장의 지략을 겸비한 조조와

혈기 왕성한 불굴의 정신에 불타는 손권의 싸움이었다.

이렇게 연일 격전을 계속하는 동안에 손권은

마침내 장요, 서황 두 장수에게 포위를 당하고 말았다.
조조는 산상에서 그 광경을 보고 기뻐하며 크게 외쳤다.

 

"애송이 손권을 사로잡아라 !"

 

조조를 호위하고 있던 허저(許楮)가

그 소리를 듣고 말을 달려 나갔다.
손권은 허저를 맞아서 크게 싸웠다.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오래 싸우는 것이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방팔방에 모두가 적병뿐인지라 달리 별 수가 없었다. 

손권 휘하의 장군 주태(周泰)가 그 광경을 보고

적의 포위망 배후를 뚫고 달려오며 소리친다.

 

"주공 !

어서 빨리 제가 뚫고온 길로 후퇴하소서 !
주태가 여기 있나이다 !"

 

"오,오 ! 장군 !

잘 와주었소 !"

 

손권은 이렇게 외치며 호위군사와 함께 주태가 뚫고 온 길로 말을 달렸다.
그리하여 황급히 몸을 피하는데, 때마침 여몽이

강가에 배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가 그들을 배에 올렸다.
배는 이들이 타자 곧바로 강 건너로 향했다.

손권이 배에 올라,

적진을 노려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서성은 어찌 되었나 ? 서성은 ?...
서성이 나를 구하려고 포위를 뚫고

나를 세 번이나 찾아왔었는데, 서성은 ?"
주태가 그 소리를 듣더니,

 

"제가 다시 가서 알아보고 오겠습니다."하고,

손권이 강 건너에 내리자

그 길로 배를 돌려 다시 적진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 얼마가 지났을까,

주태는 피투성이가 된 서성을 데리고 본진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손권은 서성을 부등켜안고 눈물을 지으며 기뻐하였다.
여몽은 그 사이에 군진(軍陳)을 새로 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이번 싸움에서 비장하게 죽은 사람은 강동의 장수 진무였다.
그는 적장 방덕과 맹렬히 싸우다가 나뭇가지에 갑옷 소매가 걸려

말에서 떨어지는 순간 방덕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손권 휘하의 장수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전상(戰傷)을 입어서,

이제는 싸울 용기조차 잃어버릴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강동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을 때에

장군 육손(將軍 陸遜)이 십만 대군을 몰고 지원을 왔다.
손권은 지옥에서 구세주를 만난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계속된 패전으로 전의(戰意)를 잃고,

 

"지원을 와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대세가 불리하니. 일단 본진으로 돌아가자."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육손은 고개를 흔든다

 

"주공께선 호위병사와 함께 본진으로 돌아가소서.
저는 우리의 막강한 저항력을 적들에게 펼쳐 보임으로서

우리의 사기를 드높이고 조조군의 의지를 꺾어보인 뒤에 

물러나도 물러나겠습니다."

육손의 말에는 인리가 있으므로 손권은 나가 싸우도록 허락하였다.
육손은 대군을 이끌고 조조군을 엄습하였다.
조조의 군영에서는 느닺없이 나타난 지원군으로 인해 크게 당황하였다.

 

"저게 웬 군사들이냐 ?"

 

"강동의 용장 육손이

십만 대군을 몰고 왔다고 합니다."

 

조조가 미처 대책을 수립할 사이도 없이

육손의 군사들이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조조의 군사들은 연일 계속되는 싸움으로 지칠대로 치친데다가

금방 도착한 육손의 군사는 원기가 왕성했으니

싸움의 결과는 보마마나한 결과가 아니겠나 ?

 

조조는 마침내 많은 군사를 잃고

연전연패 하면서 쫒겨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하여 육손은 적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놓고

승전고를 울리며 유수성으로 돌아왔다.

 

이날 밤 손권은

육손을 비롯한 승리한 병사에게 잔치를 크게 베풀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태를 특별히 불러내어 술을 권하면서 치하 하였다.

 

"장군이 나의 생명을 두 번씩이나 구해줬으니 무엇으로 보답하리오.
약소하나마 청라산(靑羅傘:우산)을 내릴 터이니 가지고 다니도록 하오."

이런 싸움이 있고난 뒤에

양군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진한 채 달포가 지나도록 싸우지 않았다.
서로가 피해가 막심하였기에 군량과 병기를 보충하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루한 나날이 계속되자 장소(張昭)가 손권에게 아뢴다.

 

"주공, 조조는 결코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오니,

이쯤에서 화의(和議)를 제의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들도 화의를 바라고 있을지 모릅니다."

손권이 그 말을 옳게 여겨,

조조군에 신하 보즐을 보내 화평을 제의하였다.
조조도 생각처럼 강동을 쉽게 정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던 차인지라,

 

"강동에서 해마다 조정에 공물을 바친다면
이 이상 공격하지 아니하고 철군하리라."하고,

못이기는 척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다음날 양측 관료들이 만나,

세부적인 공물의 품목을 정한 뒤에 조조군은 철군하기 시작하였고,

손권도 오랜만에 마음 놓고 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양국의 접경지인 합비와 유수의 진지는

이전보다 훨씬 견고한 진지가 구축되었다.
                       
275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