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동오의 수군 대도독 노숙의 절명

오토산 2021. 12. 8. 07:56

삼국지(三國志) (273)
동오의 수군 대도독 노숙의 절명

관우가 떠나고 나자,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던 노숙이 힘을 잃고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대도독 !"

 

여몽을 비롯한 감녕, 감택, 반장 등

장수들이 달려들어 노숙을 일으켰다.

 

"괜찮네, 괜찮아 !..."

 

노숙은 여몽의 부축을 받아 장중으로 들어왔다.
그러고서도 노숙은 연실 기침을 해대는 것이었다.

 

"대도독 !"

 

"대도독 !"

 

장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 걱정을 하였다. 
노숙이 손을 들어 장수들을 제지한다.

 

"그냥 앉아들 있게."
장수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노숙이 말한다.

 

"관우와의 협상으로

세 개 군을 돌려 받게 된 것은 모든 장군들의 공이오.
수고들 많았소.

그럼 나는 내실로 들어가 쉴 것이니,

장군들은 각자 자기 군영으로 돌아가도록 하오."

 

내실로 들어온 노숙은 아픈 몸을 이끌고,

손권에게 보낼 서찰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심신이 쇠약한 데다가 기력이 쇠진하여

자꾸만 붓 긑이 흔들려 기침을 하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이때,

노숙이 눈을 들어 밖을 보니,
장군 여몽이 문 앞에서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는 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 ?

 

"여 장군 !

밤이 깊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서 쉬게."

 

노숙이 여몽을 발견하고,

이같이 말하자 그때서야 여몽이 안을 들여다 보며, 

 

"제 걱정은 마십시오.

도독께서 잠자리에 드시면 그때 물러가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때,

당번 병사가 대야에 세숫물을 떠가지고 들어온다.
여몽은 병사를 제지시키고 자신이 세숫대야를 손수 들고,

노숙앞으로 간다.

 

그리고 노숙의 발 앞에 대야를 내려놓고,

노숙의 버선에 손을 댔다.
노숙이 여몽의 손을 잡으며 놀란다. 

 

"여 장군,

뭐하는건가 ?"

 

"종일 쉬지도 못하시고,

큰 일을 처리하시지 않았습니까 ?
다리도, 허리도 제대로 굽히지 못 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여몽은 자신이 손수,

노숙의 발을 세족(洗足)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그러자 노숙은,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일을 시킬 수는 없네,

지금 자네는 강동의 도독이야,

이러지 말게."하고,

한사코 말렸다.
그러나 여몽은,

 

"대도독 앞에서 저는 한 낱 제자 일 뿐입니다.

대도독의 크나 큰 은혜를 입은 제가, 이런 거 하나 못 해드리겠습니까 ?"

 

"내가 자네에게 뭘 해줬다고

은혜를 입었다고 하는가 ? "

 

노숙은 이렇게 말을 하며 여몽을 말렸지만,

여몽은 기어코 노숙의 버선을 손수 벗겼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대야에 손을 담가 물의 온도를 가늠하여 보고,

노숙의  발을 담가, 손수 부드럽게 씻겨 주는 것이었다. 

여몽은 노숙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채, 반식경도 안되어 초병이 달려와 급히 아뢴다.

 

"도독 !

대도독께서 혼절하셨습니다 !"

 

여몽이 급히 노숙의 내실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군의가 노숙에게 약을 떠 먹이고 있었다. 

 

여몽이 걱정을 하며,

노숙의 상태를 유심히 들여다 보자,

여몽이 온 것을 알아 차린 노숙이,

 

"여장군,

오늘 주연에서 자네의 행동은 경솔했네,

그 자리에서 설사 관우의 목을 베었더라도

형주에 대기중이던 팔만 수군을 어찌하려고 그랬는가 ?

 

관우를 죽였다면,

분노에 차서 복수를 하려 들었을 텐데,

손유 동맹을 깨고 전쟁을 한다면 조조만 어부지리를 얻게 되었을 것이야.

 

여 장군 ...

관 장군이  세 개 군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니,

사람을 보내 확약을 받아오라고 하게.

 

아마도 자네는 이를 기회로 삼아,

돌려받는 세 개 군에 정예병을 보내고 싶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되네,

 

얼마 동안은 세 개의 군에 무관들은 보내지 말고,

문관들만 보내도록 하게,
이유는 필시 관장군이 눈여겨 보고 있을 것이니 말야,

한꺼번에 가지려하면 모두 잃게 마련이야.
조금씩 군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루만지어,

그들이 스스로 우리 동오에 충성하도록 해야 해...
그리된 다음엔 자네 뜻대로 형주를 취해도 될 것이야."

 

"대도독, 대도독 !"

 

노숙이 여기까지 말을 한 뒤에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자,

걱정이 된 여몽이 노숙을 불러 외쳤다. 
그때, 장군 감녕이 뛰어들며 아뢴다.

 

"도독 ! 대도독 !

기회를 옅보던 조조가 이십만 정예병을 이끌고 한중을 공격했습니다 ! 
그리고  이에 겁을 먹은 장로가 조조에게 투항하여

한중은 조조의 손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

여몽이 말 없이 그소리를 듣고선 감녕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인다. 
감녕이 나가자 여몽이 누워있는 노숙의 앞으로 가서 노숙을 쳐다보자,

병중의 노숙이 움찔움찔 입을 열었다.

 

"여 장군,

조조가 발 빠르게 움직였군.
역시 병술에 능한 자야,

유비는 서천을 취했으나, 좌불안석이 되었겠군.

 

여 장군 ..

그렇다면 앞으로 조조와 유비는 북과 남에서 팽팽하게 대치하게 될 것이야,

작은 틈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필시 큰 싸움이 될 것이야.

그렇게 되면 우리 강동은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걸세."

 

"맞습니다.

확실히 희소식이지요."

 

"여장군,

지금, 오후, 조조, 유비는 균형을 이루며 대립하고 있네,
허나, 지금 조조와 유비쪽은 병력도 영토도 모두 강동을 능가했네.
자네 생각에는 앞으로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 같은가 ?"

노숙은 숨가뿐 가운데서도 나라의 일을 걱정하며 물었다.
그러자 여몽이 대답한다.

 

"계속 유비와 연합해

조조와 대항해야 하겠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

 

"예, 옛 ?

무엇이 틀렸습니까 ?"

 

"우웃 ! 우, 욱 !"

 

노숙은 괴로워 하면서 몸을 반쯤 일으키며

여몽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잘, 듣게...
유비가 약 할 때는,

유비가 벗이고,  조조는 적이니

유비와 연합해 조조와 대항해야 하네,

 

하지만 반대로 조조가 약 할 때는,
바로 유비가 적이고, 조조가 벗이니,

조조와 연합하여 유비에 대항해야 하네.

 

그렇게 해야 만이

강동이 마지막 순간에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야."

 

그 말을 들은 여몽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멀리 내다 보고 계시는군요.

해주신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콜록 ! 콜록 ! 우 엑 !... 켁,켁 !"
말을 마친 노숙이 고개를 꺾으며 괴로워 한다.

"대도독,

대도독 ! 고정하십시오,

제발 !"  

 

그러자 고개를 숙이고 각혈을 한 노숙이

힘에 겨운 고개를 들며,

 

"여 장군...

난 아무래도 안 되겠네..."

 

"아니오,

괜찮아지실 겁니다. 대도독 !"

 

"앞으로 자네가...

강동을 잘 지켜주게."

 

"대..도독 !..."

 

"여 장군,

날 부축해 주게, 어서 !... 
주공께 편지를 써야겠네."

 

"안 됩니다, 대도독 !

무리하셔서는 안 됩니다.

의원을 부르겠습니다." 

 

"아냐, 아냐 ! ...

지금 내 몸은 아무도 제어할 수가 없다네,

어서 날 좀 부축해 줘,"

 

노숙은 안간힘을 하며 침상에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노숙의 완강함이 이렇다 보니,

여몽을 할 수 없이 노숙을 부축하여 탁자 앞으로 갔다. 

 

노숙이 탁자 앞에 정갈하게 꿇어 앉아,

손권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들어 절을 한 뒤에, 떨리는 손으로 붓을 잡았다.
그리고 벼루의 먹을 찍어 글을 쓰려는데,
손이 떨려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몇 번인가 애써 보던 노숙이

결국은  두 손으로 붓을 잡아 글을 써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노숙을 붓을 놓고, 탁자에 고개를 그대로 부딪치며

숨을 거두고 마는 것이었다. 

 

"대 도독 !"

 

이를 지켜 보던 여몽이

<털썩> 무릅을 꿇으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다.

*인물평.
소주병의 삼국지 220편, 노숙과 주유 편에서 이미,

노숙에 대한 인물평을 했던 바 있습니다.
실록이 없는 삼국지는 쓰는 사람마다

노숙이 어찌 죽었는지 불분명하게 넘겼습니다.

동오의 장군이자, 모사이면서 수군 대도독을 지냈는데도 말입니다.

 

그의 선견지명과 인내심을 비롯한

의리와 명예, 그리고 정도를 중요시 하는 언행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현인 노숙의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 버리기에,

아쉬움으로 그의 일생의 행적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노숙(魯肅: 172 ~ 217년)은

손권의 장수로써 자는 자경(子敬)으로 동성(東城) 출신이다.

 

그는 많은 재산을 가진 호족으로

주유(周瑜)가 수백의 부하를 이끌고 와서 협력을 요청하자

당시 저장미의 절반인 3천 석을 내어 놓아 주유가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리하여 주유의 천거로 동오의 중앙으로 진출하게 되었으며,

당시 어린 손권을 군주의 격(格)을 갖추도록 조언하는데

큰 역활을 하였다.

 

손권이 손책의 뒤를 이어 동오의 군주가 되자,

그는 손권과 함께 천하통일의 대계를 개진함으로써 신뢰를  얻어

손권의 정책 결정에 크게 기여하였다.

 

조조의 남하 때에는

재빨리 유비와 공동전선을 펴도록 제청하고

스스로 유비를 찾아가 손유동맹을 맺도록 주선하였다. 
그 역시 제갈양, 주유와 함께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친 주역의 한 사람이었다.

 

주유가 죽자

그의 유언에 따라 군세를 인계받고 적벽대전 이후

유비와의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던 형주 분할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성공하였다.

274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왕 조조(魏王 曺操)  (0) 2021.12.10
조조와 손권의 대결  (0) 2021.12.09
형주 반환을 둘러싼 계략  (0) 2021.12.07
관우의 망중한, 손권의 지략  (0) 2021.12.06
드러나는 군왕의 풍모  (0) 202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