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조참봉과 머슴

오토산 2021. 12. 18. 17:59

보행(步行)이 신약(神藥)
조참봉과 머슴

만석지기 밀양 조 참봉은 요즘 거시기가 영 맥이 없다.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놓은 금침으로 들어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도 못 들고 나와버렸다.

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야 집안이 편할텐데-,
어린 기생한테도 안 서는 놈이 부인한테 도리가 있을소냐.

“내 나이 이제 마흔줄에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되지.”

 

조 참봉은 황 의원한테만 매달렸다.
백년 묵은 산삼,우황, 사향,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이 열두마지기나 날아갔으나 별 효험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안방마님 치마도 들쳐 봤지만 결과는 효과 별무였다.
황 의원은 이번에 다른 처방을 내렸다.

 

“조 참봉,

아무리 명약이라도

가슴속에서 불꽃이 타오르지 않으면 허사야.
어부인, 기생들 모두 닳고 닳은 헌것들이잖아.
전인미답의 새것을 품어봐요.”

조 참봉은 황 의원의 권고대로 논 다섯마지기를 주고
소작농의 딸인 열다섯 숫처녀를 첩실로맞아들였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역시,
자라목 마냥 움츠린 양물은 기어 나올 줄 몰랐다.
조참봉은 울화통이 치밀어 팔을 걷어 붙이고

황 의원을 찾아갔다.

“야 이 돌팔아-!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었다.
네놈의 처방을 따르느라

문전옥답 몇마지기가 날아간 줄 알아-?”

황 의원에게 주먹질을 하고도
분이 안 풀려 주막에 가서 술을 퍼마셨지만 취하지도 않았다.

삼경이 돼서 뒤뚱뒤뚱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두드리려니
문간방에서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신음소리에

조참봉은 돌처럼 굳었다.

황소가 진흙 뻘밭을 걸어가는것 같은 소리...,
커다란 파도처럼 끊임없이 살과 살이 부딪히며 내는
찰싹거리는 울림...,
숨이 넘어갈것 같은 여인의 감창...

조 참봉은 이튿날 행랑아범을 사랑방으로 불러
술 한잔 따라주며 물었다.

“자네가 나보다
두살인가 많지 아마?”
꿇어앉아 조 참봉의 술잔을 받은 행랑아범은

“그러한 줄 알고 있습니다.”
조참봉은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자네는 며칠에 한번씩 밤일을 치르는고-?”

“부끄럽습니다.
이틀,사흘 터울로….”
조 참봉이 깜짝 놀랐다.

“비결이 뭔가?”

 

"저만 따라 하시면 됩니다"

이튿날 행랑아범은
단봇짐에 여비를 잔뜩 메고,
조참봉은 맨몸으로 그의 뒤를 따라 집을 나섰다.
첫날은 이십리도 못 걸었다.

턱과 목이 구분이 안되는 데다 배는 산더미처럼 솟았고

걸음걸이는 뒤뚱뒤뚱하며 평지를 걷는 데도 헉헉 숨이 차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어둠살이 내릴 때 주막에 들어간 조 참봉은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또 걸으니

조참봉 왈.

“오랜만에 잠을 푹 잤네.”

다음날도 이십리,
그 다음날은 고개를 넘느라 시오리를 걸었다.

“자네 혼자 걸으면 하루에.”
조 참봉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행랑아범이 답했다.

“고개가 있으면 팔십리,
평지는 백리쯤 거뜬히 걷지요.”
조 참봉은 헉헉거리며 물었다.

“그 음양수를 마시러 가는데
왜 말을 타면 안되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말을 타거나 가마를 타고 가서 그걸 마시면

말짱 허사가 됩니다요.”
조 참봉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마나 더 가야
그 약을 먹고 약수를 마실 수 있나-?”

“참봉 어르신 걸음으로는
석달 넘게 걸립니다.”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조 참봉이
탄식을 하더니만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거짓말이 아니지?”
행랑아범이 단호히 말했다.

“거짓이면

삼년치 소인의 새경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효험이 있다면 삼천냥을 주십시오”

어느 날,

소피를 보고 난 조 참봉이 고함을 쳤다.

“보인다, 보여!
내 양물이 보이네-!”

행랑아범이 씩 웃었다.
올챙이처럼 배가 튀어나와
자신의 양물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걸 보게 됐으니 배가 좀 들어갔다는 소리다.

걸음도 점점 빨라져 하루에 오십리는 거뜬했다.
먼 걸음에 지쳐 주막에 들어가면

술 한잔 마시지 못하고 쓰러져 코를 골았다.

두달이 되어 갈때쯤,

함경도 땅으로 들어가자
조 참봉의 걸음은 더욱 빨라져 하루에 칠,팔십리나 걸었다.

집 떠난 지 두달 스무닷새째

조 참봉이 산속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자

행랑아범이 환약 세알과 표주박에 담긴 물을 건넸다.
조참봉은 환약을 털어 넣고 음양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날 조 참봉은 온정리 기생집에 들어갔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기생을 기절 시켰다.
조참봉은 희색이 만면했다.

“그 명약을 한번 더 먹고

음양수를…,”
행랑아범은 고개를 저었다.

함경도 끝자락에서 밀양 집으로 돌아올 땐

번개처럼 내달렸다.

돌아와서 약속대로 조참봉은 행랑 아범에게
삼천냥을 줬다.

사실,

조참봉이 마신 물은 개울 물이었고,
환약은 토끼 똥이었다.

행랑아범은 조참봉 집을 떠나며
이런 글귀를 남겼다.

"步行(보행)이 神藥(신약)이다."

아셨지예 !

많이 걸으세요.
보약이 따로 없다네요.~♡♡


ㅋ ㅋ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