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
1812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5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치고 빠지는 전략에 밀려 큰 패배를 당했다.
그때 자기 군대와 떨어진 나폴레옹은 혼자 도망쳐야하는
아주 급박한,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그는 캄캄한 밤 희미한 호롱불이 켜진 어느 집으로 무작정 뛰어 들어갔다.
"주인장,
나 좀 숨겨주시오.
나를 숨겨 주면 크게 후사하겠소."
홀로 살고 있던 마음씨 고운 양복쟁이는
나폴레옹을 커다란 이불장 속에 숨겨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병사들이 양복쟁이 집에 들이닥쳤고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했고, 한 병사가 이불장의 이불 더미를 창으로 쿡 찔렀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나폴레옹은 가까스로 창을 피했고,
수색이 끝난 병사들은 썰물처럼 가버렸다.
겨우 살아난 나폴레옹이 말했다.
"주인장,
정말 고맙네.
나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일세.
목숨을 구해줬으니 소원을 들어주겠네.
무엇이든 말해 보게."
양복쟁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송합니다.
소인의 집 지붕이 망가져서 비가 오면 물이 샙니다.
지붕을 고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폴레옹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아니?
소원이 고작 그것인가?
나는 대프랑스 황제일세.
더 근사한 소원을 말해보게나."
"아, 예,
저 건너편 양복점이 하나 생겼는데
그 주인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사소한 거 말고
큰 소원을 말해."
나폴레옹이 다그치자 양복쟁이는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황제 폐하,
사실 소인은 처자식도 없이 혼자 살고 있기에 별다른 소원이 없습니다.
그저 너무 궁금한 것은 조금 전 이불 속에 계실 때
러시아 병사가 창을 찔렀는데
그때 폐하의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나폴레옹은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고 있을 때,
프랑스 병사들이 들어왔다.
"폐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을 부축해서 말에 태웠다.
말에 오른 나폴레옹은 느닷없이 양복쟁이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여봐라~ 저놈은 나를 모욕했다.
내일 아침 날 밝는 대로 마을 광장에서 처형하도록 해라."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양복쟁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튿날 사형대로 끌려갔고 목에 올가미가 걸렸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양복쟁이는 눈을 감았다.
죽음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때 느닷없이 한 장교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형을 멈춰라~~"
양복쟁이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말에서 내린 장교가 뭐라고 하니까
병사들이 달려들어 양복쟁이를 형틀에서 풀어 내렸다.
"자,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선물이다."
정신이 멍해진 채로 나폴레옹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그대는 내가 이불 더미 속에 있을 때의 기분을 물었었지?
이제 그 답을 알려주겠네.
바로 그대가 방금 사형 형틀 위에 있을 때의 기분과 같았다네.
그리고 러시아 병사들이 돌아갔을 때의 기분은
지금 편지를 읽고 있는 자네의 기분과 같을 거네.
어때,
이만하면 자네의 그 궁금함에 답이 되었을 것일세.
자루에 있는 금화로 지붕도 고치고 양복점도 새롭게 단장하게.
내 목숨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네"
생명의 절박함을 느껴 본 사람만이
살아있음에 진정 감사함을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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