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코 큰 남자, 입 작은 여자

오토산 2022. 1. 6. 09:21

#조주청의사랑방야화
(157) 코 큰 남자, 입 작은 여자

애 못 낳는 석녀라고
시집간 지 3년 만에 쫓겨난 심실이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신랑이란 작자의 상판대기라도 볼 수 있어야

애를 만들든지 돌부처를 만들든지 할 것이 아닌가.

밭에 씨를 뿌려야 싹이 나지!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을 지낸 신랑이

한숨을 쉰 후 가뭄에 콩 나듯이 신방을 찾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발길을 끊었다.

들리는 소문에 신랑은 첩을 얻어 딴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시집이 만석꾼 집안이라 심실이는

소박맞을 때 번듯한 기와집과 문전옥답 백마지기를 얻어 나왔다.

정직한 먼 친척 아저씨가 심실이의 집사가 되어

소작농들을 잘 관리해 심실이네 곳간은 나락섬이 넘쳐났다.
심실이는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밤이 문제다.

방물장수 할머니한테서 목신(木腎)을 샀다가 한달 만에 싫증 나고,

소가죽으로 만든 걸 비싼 돈을 주고 샀지만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어느 날은 입이 무거운 소작농 한사람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심실이는 점점 대담해져 이웃집 머슴을 끌어들이고 나서는

이 남자 저 남자 닥치는 대로 잠자리를 함께했다.

심실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야 하는데

아직도 그녀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도대체 심실이를 꽉 채워 줄 남자가 없는 것이다.

“세상 남자들이 왜 이 모양들인가?

호리병에 젓가락 꽂기야.”

밤을 함께 지새운 남자를 떠나보내고 나서

심실이는 언제나 이렇게 탄식했다.

어느 날 장터에 나갔다가 심실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탁발승을 만났다.

골격이 장대한데다 무엇보다 코가 엄청 컸다.

그 탁발승도 심실이와 눈이 마주치자 무엇에 홀린 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심실이는 몸종을 시켜 탁발승에게 청을 넣어 집으로 모셔 왔다.

다른 남자들 대하듯이 노골적으로 이불 속에 끌어들일 수는 없어

우선 환심을 사려고 시주를 했다.

“스님,

이거 약소하지만 제 정성으로 받아 주십시오.”
엽전꾸러미를 받아 든 탁발승은 거금에 깜짝 놀랐다.

“스님,

목이 마르실 텐데 곡차나 한잔 드시지요.”

청주 석잔을 연거푸 마시기에 닭을 한마리 삶아 올렸더니 상 위에 뼈만 남겼다.

‘곡차에 고기를 뜯는다면 그건 말할 것도 없지.’ 심실이는 쾌재를 부르며 촛불을 껐다.

하늘엔 천둥· 벼락이 치고 땅은 요동을 쳐야 할 일인데

운우는 싱겁게 지나가고 말았다.

심실이는 화가 치밀었다.

 

옛말 틀린 게 없는데,

코가 크면 양물도 크다더니 코는 주먹만한데 양물은 번데기다.


심실이는 본전 생각이나 탁발승을 눕혀 놓고

이번엔 그 큰 코 위에다 음문을 맞춰 비벼댔다.

거웃에 콧잔등이 헐어 시뻘게진 코를 어루만지며

탁발승이 그 집을 나와 터덜터덜 걸으며 중얼거렸다.

“옛말 틀린 게 없는데….

입이 작으면 그것도 작다 했는데

그 보살은 작은 입에 하발통이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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