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여몽의 사사(賜死)

오토산 2022. 1. 4. 07:46

삼국지(三國志) (296)
여몽의 사사(賜死)

형주를 탈환하고 관우조차 스스로 자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여몽이

보무도 당당히 건업으로 돌아와 손권에게 승전을 보고하기 위해 궁성으로 향했다. 
궁성 앞에는 승전장(勝戰將) 여몽을 환영하기 위해 손권이 백관을 거느리고 나와 있었다. 

"여몽이 주공께 승전보고를 올리옵니다 !"

 

여몽이 손권의 앞에 한쪽 무릅을 꿇어 앉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손권이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 !

형주를 탈환하고 관우를 죽인 공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오.
해서, 그대를 정서장군(征西將軍)에 봉해 달라고 천자께 상소를 올렸소."

"감사하옵니다 !"

 

"일어나시오." 

여몽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권에게 다시 아뢴다.

 

"주공께 바칠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이오 ?"
여몽이 손짓하자 수행 장군이 목함을 들고 손권앞으로 나선다.

 

"이것이 뭔가 ?"

 

손권이 묻자,

여몽은 당당한 어조로 말한다.

"관우의 머리입니다."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손권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나 손권은 이내, 얼굴을 펴고,

"응 ?

아주 잘했소."하고,

형식적인 대답만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뒤,

손권은 화제를 돌려 말한다.

 

"이번에 조조군의 도움을 많이 받았소.
서황과 조인이 번성에서 관우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형주를 쉽게 탈환하지는 못했을 것이오.
덕분에 관우도 죽일 수가 있었으니

관우를 죽인 공을 조조에게 돌려야겠소."

손권은 앞서 밝혔지만 여몽이 관우를 죽이지 말도록 육손을 통해 명 한바 있었다.

그리하여 관우를 조조의 추격군 안으로 몰아넣고,

그들로 하여금 관우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몽은 손권의 명을 어기고 직접 관우를 살해하고

그의 수급(首級)까지 가지고 왔으니, 손권의 속마음은

앞으로 관우의 복수를 위한 한중왕 유비(漢中王 劉備)의 공격이

적이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주군(主君)의 이같은 소리를 듣자, 여몽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은 자신이 당대의 영웅 관우를 죽임으로서 구국일념(求國一念)에

평생을 바쳐온 자신의 위상(位上)이 만천하에 알려짐과 동시에

그의 위치가 관우와 같은 영웅의 반열로 대접받는 계기가 되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권은 그런 것에 대한 조그만 배려도 없이 계속해 말한다.

"다음 달 초 닷새가 조조의 예순다섯 살 생일이니,

지금 곧 관우의 머리를 허창의 조조에게 보내시오.
조조에게는 가장 좋은 선물이 될거요."

"알겠습니다."
여몽은 실망감을 감추고 명을 수령하였다. 

"자 , 장군 !

승전연회장으로 갑시다 !"

 

손권이 앞장을 서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여몽을 비롯한 장수들이 따랐다.
           
강동군을 위한 승전 연회가 끝나자

손권은 형주를 지키고 있던 부도독 육손에게

서찰을 보내어 그를  궁으로 불러들였다. 

 

육손이 입궁하자 장소(張昭)가 마중을 나온다
그리고 곧바로 앞장서 육손을 데리고 여몽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왜 대도독을 먼저 만나러 가는 겁니까 ?"

 

"가 보시면 알 것이오."

장소는 지극히 말이없었다.

그리하여 여몽의 집에 도착하자,

 

"자, 보시오.

대도독이 지금 큰 병에 걸렸소."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여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
육손이 물었다.

 

"얼마나 편찮으시기에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

 

"음 !...

부도독이 직접 보시오."

 

장소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육손이 침대로 다가 가서 머리 끝까지 이불 홑청을 뒤집어 쓰고 있는

여몽의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장소를 한번 돌아다 보았다.
그런 뒤에 여몽이 뒤집어 쓰고 있는 홑청을 천천히 벗겨보았다.

그 속에는 어두운 얼굴의 여몽이

입술에는 피가 뭍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여몽은 이미 숨을 거둔 모습이 틀림없었다.

 

"으, 응 ? "
육손이 놀라며 장소에게 물었다.

"돌아가신 겁니까 ?"
장소가 고개를 흔들며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승전 연회가 끝난 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온 몸이 마비되었고,

반 시각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소.
의원들은 손도 쓰지 못했고 아직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소."

"주공께서 저를 부르셨는데....
왜 여기로 저를 데려오신 겁니까 ?..."

 

육손이 긴장한 채로 물었다.
육손이 이렇게 긴장한 이유는

관우를 죽이지 말라는 주군의 명을 자신이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몽이 이를 어기고 관우를 죽게 함으로써 그 죄를 물어

주군에 의해 사사(賜死)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장소가 돌아서며 말한다.

"그래도 부도독이 와서 봐야하지 않겠소 ?...

대도독이 어떻게 죽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거요 ?

 

부도독,

여몽은 주공의 명을 어기고 끝까지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아서 강동을 위기에 몰아 넣고 말았소.
그러니 천벌을 받은 게 아니겠소 ?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강동의 군대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겠소.

갑시다, 주공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장소는 이렇게 말하면서 밖을 향해 돌아섰다.
육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이미 죽어버린 여몽을

다시 한번 돌아다 보고 장소의 뒤를 따랐다.

육손은 장소와 함께 손권을 뵙자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알현하였다.

"신, 육손이 주공의 부름을 받잡고 왔사옵니다."

 

손권은 육손을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서는 그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어 말한다.

"육손, 여몽이 과로로 인해 세상을 떠버렸네.

우리 강동(江東)이 기둥을 또 잃었어 !..."

 

"신도 통탄스럽습니다.

허나, 여몽장군이 죽은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아쉬워하시지 마십시오."

 

"자네는 누가 여몽의 뒤를 이어,

대도독 직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

육손은 대답에 앞서, 장소를 힐끗 건너다 보았다.
그러나 장소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아니하고 육손의 눈길을 피하는 것이었다.
육손이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뜻을 아뢴다.

 

"대도독직은 전시에 최고의 권한을 부여 받습니다.
지금은 전쟁이 막 끝나고 평화의 시기가 되었으니,

당분간 대도독 자리를 비워두시고,

주공께서는 군 정비에 집중하여 군량과 군비를 축적했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그때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좋아 !

그렇게 하지."
손권은 손까지 들어 육손의 말에 전적인 동감을 표시하였다.

 

"허나, 소인 청이 있습니다."
육손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 지자,

이렇게 아뢰었다.

 

"뭔가 ? 말해보게."
육손이 비로서 고개를 들고 자신의 뜻을 아뢴다.

 

"대도독 자리를 비워두시는 길에

신의 부도독 자리도 거두어주시길 바랍니다."

 

"으,응 ? 왜지 ?"
손권은 즉시 그 이유를 물었다.

"신은 본디 문관(文官) 출신으로 군 통솔력은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고향에서 서책이나 읽도록 보내주십시오."

 

육손은 두 손을 모아 올려 간절한 어조로 아뢰었다.
느닷없는 요청을 받은 손권이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허락하네 !"하고,

짧게 대답하였다. 

 

"물러가옵니다."
자신이 바라던 만족한 대답을 듣게된 육손이 장중을 물러나갔다. 

"음 !...."
육손이 나가자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하의 장소에게로 다가선다.

그리고 입을 열어,

 

"사숙(私叔),

나는 지난 십여 년 동안 항상 대도독들의 간섭과 견제속에서 생활해왔소.
그러나 이제는  진정한 주공이 된 것 같구려."하고,

홀가분한 심정이 되어 말하였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손권은 소패왕(小覇王)으로 불리던 그의 형(兄)인 손책(孫策)이

급거 사망함으로써 대권을 물려 받은 뒤에,

대도독을 지낸 주유(周瑜), 여몽(呂蒙)등의 권세(權勢)를 압도할 세력과

기(氣)가 항상 부족해 왔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297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