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가설)

오토산 2022. 1. 3. 07:09

삼국지(三國志) (295)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가설)

번성을 지척에 두고 세웠던 관우의 군영이 서황군에 의해 무너지자

황급히 몸을 피한 관우가 밤새 말을 달려 추격대를 따돌리고 위급함은 면하였으나,

형주를 잃었다는 충격에 관우는 밤새 피하는 중에도 몹시 괴로워 하였다.

 

그리하여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어느덧 그의 머리와 긴 수염은 밤새,

하얗게 그 빛을 세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장군 !

상장군 !"
멀리서 한 떼의 군사를 몰고 나타난 사람은 주창이었다.

"왔나 ?

관평은 ?"
관우는 주창이 다가오자 아들의 안위도 함께 물었다.

"곧 올 겁니다."
관우가 그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조조군은 어디까지 왔나 ?"

 

"함성만 질러 댈 뿐,

천천히 오고 있습니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거지 ? ...
마량은 못 보았나 ?"

 

"조조군과 혼전을 벌이는 와중에 흩어졌습니다."

 

"군사는 얼마나 남았나 ?"

 

"백 명도 안 됩니다."
주창은 관우가 실망하지 않토록 남은 병사의 수를 부풀려 말했다.

"아 !...

나의 과오로 형주를 잃고 말았구나 !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

 

관우는 마상에서 한탄을 해보였다.
그러자 주창이 창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키며,

 

"상장군,

이길로 가면 상용성이 나옵니다.

제가 호위할 테니, 상용으로 가시죠."하고.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인가 ?

도주하자는 것이냐 ?"

 

순간,

주창을 바라보는 관우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그러면서,

 

"형주는 어찌하고 ?"하고,

말하면서,

형주에 대한 미련이 담긴 말을 하였다.

 

그리하여 주창이 대답을 곤란해 주저하던 차에

전방에서 일단의 보병이 달려온다.

그들의 행동거지로 보아하니 분명히 무언가에 쫒기는 형상이었다. 

"서라 !

어디 소속이냐 ?"

 

주창이 창을 들어,

초군 복장의 이들을 막아 세우며 소리쳤다.

"요화 장군의 소속입니다.
저희가 장군과 함께 상용에 가서

유봉 장군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대세가 기울었으니 지금 출병하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단의 군사들을 앞장서 끌고온 조장(組長)인듯 한 병사가 말한다.

"으 응 ?..."
관우가 놀라며 눈을 감았다.

 

"그 말을 듣고,

요화 장군이 대노하여 싸움이 벌어졌고,

와중에 장군의 생사가 묘연해지고,

저희는 그들을 피해 달려오는 길입니다 !"
병사는 계속하여 자신들의 처지를 아뢰었다.

"으, 윽 !"

 

충격적인 소식에 관우는

화살을 맞아 치료하였던 곳에서는 선혈이 배어 나왔고,

마상의 관우의 입에서도 피가 솟구쳐 나왔다.

신의 화타(神醫 華陀)가 독화살 맞은 곳을 치료를 마치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 완치될 때까지 결코 노해서는 안 되고, 휴양을 하라.>고...
그러나 지난 밤 부터의 상황은 결코 화타의 당부대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으, 윽 !"
관우가 마상(馬上)에서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상장군 ! "
주창이 깜짝 놀라며 관우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우면서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맥성으로 가자 !

어서, 상장군을 모시자 !"
       
한편,

관우가 서황에게 대패하고 쫒긴다는 소리를 들은 여몽은

 조조군과는 다른 방향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관우를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선두에 나서서 관우의 뒤를 추격하던 여몽이

관우군의 흔적을 찾아 말을 멈췄다.
병사가 말에서 뛰어 내려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깃발을 주워들고 말한다.

"대도독 !

관우군의 깃발입니다."

 

"어느 쪽으로 갔냐?"

 

"말 발굽 흔적을 보니,

저쪽이 확실합니다 !"

 

"그래 ?

어서 가자 !"

여몽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앞서 말을 달려 나갔다. 
         
한편,

주창이 이끄는 대로 맥성(麥城)으로 피신한 관우는

밤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맥성은 이름만 성일 뿐이지,

성벽은 곳곳이 무너지고 성문도 형편 없는 낡은 폐성(廢城)이었다.
따라서 변변히 들어가 쉴 곳조차 없는 상태였다. 
건안 이십사년 시월의 밤은 쌀쌀하고 스산하였다. 
주창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앞에 관우를 앉혔다.
주창이 물 조차 구하기 어려운 산중의 맥성에서

어디선가 물을 구해와 관우에게 내민다.

 

"상장군,

물 좀 드십시오."
관우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괜찮으니 적토마에게 먹이게."
그러면서 연실 가슴속에서 끓어 나오는 기침을 해댄다. 

 

주창이 물 주머니를 가지고,

적토마가 있는 곳으로 가버리자, 초최한 몰골의 관평이 다가왔다. 
관평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적인 방향으로 입을 열어 말한다.

"아버님,

예전에 우리가 조조군의 공격을 받고 쫒겨갈 때의
당양 장판교 대전(當陽 長坂橋 大戰)때에는 이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허나, 후일 적벽에서 조조의 팔십만 대군을 꺾고 대승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 ..."

"그래, 그랬었지....
마량의 소식은 있느냐 ? ...
생사여부를 알 길이 없구나.
마량이 형주를 떠나지 말라 했었지...
그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아버님,

형주를 급습한 여몽이 원망스러우나,

어쨌든 그 자는 적입니다.
소자는 여몽보다 유봉이 더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유봉은 아버님의 부하이면서 주공의 양자인 자인데.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어찌 돕지않고 모른척 할 수있는건지..."

 

그때였다.

갑자기 성밖의 어둠속에서

일단의 군마(軍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냐 ?"
장군 주창이 성벽 위의 보초병에게 물었다.

"큰일 났습니다 !
성 밖에 군마가 깔렸습니다 !"

 

"조조군이냐 ?"

 

"어두워서 알 수가 없습니다 !"
이때까지 말(言)없이 이것을 지켜보던 관우가,

 

"조조군이 아니다 !"하고,

단정해 말했다.

그리하여 관평과 주창이 관우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조조군의 북방마(北方馬)는 말발굽 소리가 가벼운데 비해,

지금 나는 소리는 무겁구나. 남방의 말이다.

 

평아 ? ..

여몽이 왔구나 !" 하고,
눈을 감고 고개를 쳐들며 말한다.
그러자 안타까운 표정의 관평이 말한다.

 

"아버님,

강동의 병마는 맹렬하고 힘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 남은 수십 명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습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혼란한 틈을 뚫고 나가십시오.
저희가 호위해 드리겠습니다."

"도망가려했다면 이미 어제 상용으로 갔을 것이다.

문을 열어라. 싸우러 가자 !"
이렇게 말하는 관우의 어조에는 비장함이 배어있었다.

"아버님 !"

"장군 ! 피하십시오.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몸을 피하여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

 

주창이 두 손을 모아 올려 간절한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나 관우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지친 몸을 일으켜

청룡언월도의 손잡이를 힘에 겨운 듯이 간신히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모두 나를 따르라 !"하고,

남은 힘을 쥐어짜듯 소리질렀다.

 

관우가 이같이 용맹함을 보이자.
관평은 물론 주창까지,

"나가자 !"

 

"싸우자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드디어 맥성의 성문이 열리고,

관우를 필두로 관평, 주창을 비롯해 남아있던 십여 명의 병사들이

성밖으로 용감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가차없이 내달렸다.
이렇게 하길 십여 리, 아무리 앞으로 내달려도 적들은 보이지 않았다.

"상장군 !"
이들이 잠시 말을 멈춘 것은 주창의 외침때문이었다.
주창이 반색을 하며 말한다.

 

"무사히 뚫고 나왔습니다 ! "
관우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묻는다.

 

"몇 명이나 남았나 ?"

 

"열 두명입니다."

 

"가자 !"
주창의 대답이 끝나자, 관우는 다시 피할 것을 명하였다.

 

"네 !"
관우 일행은 다시 말을 달렸다.
     
한편,

여몽이  오백여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관우가 떠나버린 맥성에 도착하였다.

 

"멈춰라 !"

여몽은 아직도  타고 있는 모닥불을 보고 명했다.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멀리 못 갔을 거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아는가 ?"하고,

측근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습니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흠 !

관우 곁에는 고작해야 십여 명의 패잔병만 남았을 것이니,

상용으로 갔을 것이다."

 

여몽이 단정적으로 말하였다.

그러자 측근 장수는 이렇게 말한다.

 

"도독 ,

관우의 적토마는 빨라서 뒤쫒기가 어렵습니다."

 

"흥 ! 적토마가 빠르긴 해도,

번성에서 여기까지 사흘을 쉬지않고 달려왔다.

제아무리 적토마라 하더라도 지쳤을 것이니 금방 따라 잡을 수있다."

여몽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

누군가 멀리서 여몽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대도독 !....

대도독 !"

 

"부도독 같습니다 !"
측근 장수가 육손의 음성을 알아보고 말한다.

그러자 여몽은 즉각,

"명한다.

자네는 내 깃발을 가지고 군사를 절반으로 나눠,

관우가 도망친 반대 방향으로 가라,

나는 계속해 상용으로 관우를 쫒겠다 ! 

육손은 내 깃발을 보고 쫒아갈 것이니,
즉시 시행하라 ! "

 

말(言)을 마친 여몽이 관우가 향한 방향으로 말을 내달린다.
이렇게 양쪽으로 군사를 나누어 달리니,

어둠속에 지척을 구분하기 어려웠던 육손은

여몽의 예상대로 그의 깃발을 가지고 달려가는 군사들을 뒤쫒았다.
   
한편,

밤새 이백여 리 길을 쉬지않고 달린 관우 일행은 말도 사람도 모두 지쳐버렸다.
그리하여 어느 한적한 숲에 이르러 관우가 말을 멈추고 힘들어하자,

주창이 좌우를 살펴보며,

"상장군,

여몽이 쫒아올 겁니다."하고,

말하며 계속해 피할 것을 아뢰었다.

그러나 관우는,

"서둘지마라.

이백 리를 넘게 달려왔으니, 말들도 지쳤다.

내 적토마도 좀 쉬어야지...."하고,

말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연실 기침을 해댄다.

 

이렇다 보니,

관평도 더이상 피할 것을 요청하지 못했다. 
관우가 언월도 자루에 의지해 지친 몸을 구부려 땅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연실 기침을 해댄다.
방덕의 독화살에 맞은 후유증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치친 모습에 안타까워하던 관평이

자신도 지친 몸을 땅바닥에 앉으려는 순간,

여몽의 추격병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

 

"어, 엇 ?"

 

관우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이내, 절망적인 눈자위로 변했다.
삼십 보(步) 전방까지 다가온 여몽이 손을 들어,

자신이 몰고온 병사들을 제지하였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 여몽이 소리친다.

 

"관장군 !

멀리 못 갔을 줄 알았소이다 ! "

 

그때였다.
관평이 거두절미, 외마디 함성을 지르며,
창을 꼬나잡고 여몽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이,얏 !~...."

 

"돌격 ! ..."

 

이어서 주창도 여몽을 향하여 달려나갔다.
그리하여 관평, 주창과 관우를 끝까지 호위하던 병사 십여 명은 용감하게도

여몽이 이끄는 수백 명의 군사들과 맞부딪쳐 싸웠다.
허나, 애초부터 중과부적(衆寡不敵)이 아니었던가 ?
시간이 갈 수록 관우의 병사들이 쓰러져갔다.

관평도...
주창도 ...
이 두 사람은 적에게  칼과 창에 베이고 찔렸음에도

끝까지 관우의 곁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싸웠다.

이런 소란스런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관우는 모든 것을 포기한 자세로 눈을 감고 싸우는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드디어 관우의 병사를 비롯해 관평과 주창까지 모두 죽고, 오직 관우만이 남았다. 

적병들은 창을 길게 뽑아들고 관우를 포위한 채 서서히 다가왔다.
이윽고 그들은 관우의 지척에 이르자, 감히 무서워서 더 이상은 관우에게로 다가서지 못했다. 
그리고 여몽의 눈치만을 보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앉은 채로 땅바닥에 자루를 꼿아 세워둔

청룡언월도를 붙잡고 있던 관우가 창의 손잡이를 놓고,

자신의 구렛나루와 턱수염을 서서히 쓸어내렸다. 

이렇게 좌우의 수염을 한참 매만지던 관우가

불현듯 눈을 번쩍뜨면서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난다. 

"어, 엇 !"

 

관우에게 창을 겨누고 다가섰던 여몽의 군사들이

<흠칫> 놀라며 두,세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관우가 자신의 수염을 한번 더 쓰담아 내리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청운검을 그대로 빼어들었다.
그리고 그 칼날을 자신에 목에 가져다 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여몽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가 다시 관우를 쳐다 보았을 때는

관우가 들고 있던 칼 끝을 타고 관우의 피가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관우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절명하였다.

이렇게 삼국시대의 영웅, 관우는

건안(建安) 이십사년 시월, 쌀쌀하고 스산한 바람이 불고있는 산중에서

도원 결의 이래로 천하를 바로잡으려던 장한 뜻을 끝까지 펴지 못하고,

유현덕, 장비에 앞서, 향년 오십팔 세를 일기로 자진(自盡)하여 생을 마치게 되었다. 
                 
29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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