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관운장의 사후(死後) <하편>

오토산 2022. 1. 6. 08:08

삼국지(三國志) (298)
관운장의 사후(死後) <하편>

유비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관우의 뒤를 쫒지 못하고 있는 터에

문앞에선 인기척이 났다.

"밖에 누구냐 ? ...

공명이오 ?"

 

유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제갈양이 소리없이 조용히 나타난다.

"접니다."
이렇게 대답한 공명은 유비의 앞까지 다가오더니,

 

"주공,

상용에서 전령이 왔사온데 형주를 잃었다는 소식입니다."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아뢰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유비가 어안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열지 못하자,

 

"전령이 참담한 소식을 주공께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겠다고 하며,

저한테 먼저 왔습니다."

 

"들라하시오."

"주공,

무슨 애기를 들으시더라도 놀라시거나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어서 들라하시오 !"

 

두 눈이 충혈된 유비가 문 앞을 가리키며 재촉하였다.
공명이 문앞을 향하여 손짓해 보이자 초최한 몰골의 전령이 들어와 부복한다.

그리고,

"아뢰옵니다.

관장군이 번성에서 조조군과 싸우는 사이에 동오의 여몽이 형주를 기습했습니다.
관장군은 중간에 끼어서 조조군에게 영채가 뚫리고 부상을 입은 채

맥성으로 갔으나 여몽의 추적에 잡혀,

관, 관 장군이 !...."

"어찌됐단 말이냐 ?"

"자,자결하셨습니다 !....

으 흐,흐,흑 !..."

"그, 그럴리가 ?...

운장이 전사할 리가 있나 ?..."

"말도 안돼 !"

 

"우리 둘째가 !..."

유비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전령을 향해 거부의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가

다시 전령을 보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주공 ! ~...

관장군께선 정말 전사하셨습니다 !

여몽이 수급을 가져가고 관평과 주창 장군도 함께 전사했습니다 !

으 흐흐흐흑 !.... "

"말도 안돼 !

둘째는 천하무적이야 ! 

적을 죽이면 죽였지, 어찌 전사를 한단 말이냐 ! 

쫒아내시오 !
조금전에 운장을 봤는데, 무슨 소리야 !
그럴 리가 없어 ! ...

그럴 리가 없어 !"

 

유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그만 그대로 앞으로 <푹> 고꾸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주공 !

주공 !...."
공명이 황급히 유비에게 달려갔다.
      
관우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비는 그대로 쓰러진 채 정신을 잃었다.
그리하여 문무백관들이 급히 모여들고 의원들이 비호같이 날아들었다.

 

유비는 기절한 채 오랫동안 의식을 잃고 있다가

날이 밝아서야 간신히 정신을 회복하였다.
유비의 곁을 밤새 지키고 있던 공명이 조용히 아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면하지 못하는 법이옵고

관 공의 전사는 이미 천운이오니.

주상은 너무 상심치 마시고 존귀한 몸을 소중히 보존하소서.
부질없이 상심하셔서 몸을 해치지 마시고

부디 회복하시어 관 공의 원수를 갚을 방도를 모색하셔야 합니다.
그 길만이 전사한 관 공을 진실로 사랑하시는 길일 것이옵니다."

"공명,

내 운장, 익덕 두 아우와 함께 도원에서 결의(結義)를 맺을 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하였거늘,

이미 운장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내가 살아있다 한들 살아있는 것이 아니오.

 

내 이 원수를 기필코 갚아야 할 것이니,
낭중에 있는 익덕에게 운장의 전사를 알리고

군사를 일으킬 준비를 하라 일러주시오."

이렇게 말하는 유비는 밤새 그 슬품이 얼마나 컸던지,

머리와 수염이 백발(白髮)이 되다시피 하였다.
공명은 주군의 슬픔이 너무도 크기에 우선은 그러마 하고, 대답을 하였다.
유비가 공명의 대답을 듣자, 회한을 담은 말을 쏟아낸다.

"선생, 예전에 선생이 내게 말하기를,
운장은 고집스럽고 오만하여 천하 영웅들을 하찮게 여기니

방비하지 않으면 화를 당할 것이라 했었소....

 

선생의 말이 정말로 적중했구려...
만약 운장이 강동(江東)을 우습게 보지 않고,

철저히 경계했더라면... 으,음 ! ..
얼마나 좋았겠소 !... 으,흐 흐 흑 !... 
그럼, 목숨도 잃지 않았을 텐데 !... 

그리고 형주를 잃지도 않았을 테고 !...

어, 어 어 어 !...."

"주상,

관장군의 눈에는 강동 사람들이 우습게 보였나 봅니다.
제갈근 형님께서 손권의 명을 받고, 혼담을 넣었다고 합니다.
손권이 관장군의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여 다시 한번 동맹을 맺으려고 하였으나,

관장군이 어떻게 대답한지 아십니까 ? ...

글쎄, 호랑이의 딸을 개의 자식에게 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이 세상에... 그런 말을 듣고 노하지 않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

 

"아 !.... 맞소 !...."

"그렇지만 유봉과 맹달이 더 괘씸하오 ! "
유비가 불현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말한다.

"그놈들이 상용의 병사들을 급히 운장에게 보냈다면,

운장이 그리되진 않았을 거요,

엉 ? ... 유봉은 나의 양자지만,

운장의 지원요청을 무시했고, 맹달은 적에게 투항을 해버렸소 !

그놈들 ! 어디로 도망을 가든 간에 끝까지 쫒아가서 목을 베어버릴 것이욧 !"
유비가 극도로 흥분하며 팔을 들어 바닥을 향해 내리쳐 보인다. 

"주공, 고정하십시오.

주공, 이젠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형주가 함락된 후, 조조와 손권, 그리고 우리간에 큰 세력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전까지는 주공께서 형주는 물론이고 서천일대를 차지하신 데다가

한중의 각 군을 함락했으니 그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 년안으로 남과 북으로 병사들을 보내서 단번에 허창을 함락시키고,

청주 ,기주를 공격하여 조조와 그 잔당을 멸하고 대업을 이루실 수 있었습니다."

"공명 선생,

바로 선생이 융중에서 말했던 세번 째 책략이었는데 ...
안탑깝구려 ! ...안타까워 !..."

"형주를 잃음으로서 중원의 근간을 빼았겼으니 ..
위기를 벗어난 조조만 쾌재를 부를 겁니다.

앞으로 허창을 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거기다 손권은 강동을 넘어 중원으로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며

세력이 커졌습니다.

 

참으로 애석합니다.
형주는 땅이 비옥하여 산물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오십 만 군사를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형주는 사통팔달이라 그 곳에서 거병을 하면

남벌을 하든, 북벌을하든, 하루에 백 리도 거뜬히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허나, 이곳 익주는 지세가 험해서 북벌을 감행한다면

멀고 긴 행군이 될 수밖에 없지요.

그동안 주공께서 우위에 있었지만

형주를 잃으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조조, 손권 등, 세 세력이 서로 막상막하가 되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 된 것입니다. "

"내 이미 강동의 손권과는 일월(日月)을 같이할 수 없으니

이제는 총력을 기해 강동을 기필코 멸망시키고야 말겠소."

 

유비는 여명(餘命)을 관운장의 원수를 갚는데

바칠 결의를 역력하게 나타낸다.

"손권이 운장의 수급을 조조에게 보내어

조조가 운장을 왕후지례(王侯之禮)로 장사하였다는 소식이 들어 왔습니다."

"조조가 무슨 연유로 그리 했을 것 같소 ?"

 

"손권이 운장의 수급을 조조에게 보낸 것은

장차 닥쳐올 재앙을 조조에게 전가시키려는 회피책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조조가 운장을 융숭하게 장사를 지내 준 이유는 어디에 있소 ?"

"조조는 손권의 의중을 알고 있는 까닭에

관장군을 정중히 장사지내줌으로써

장차 닥쳐올 재앙을 강동에게 돌려보내려고 그런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 모두 관장군의 시신을 그렇듯 중대시하여 우리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으니,

우리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아무튼 나는 곧 강동을 무찔러

운장의 원혼을 풀어 주고야 말 생각이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조용히 고개를 흔든다.

 

"그것은 안 되옵니다."

"선생은 어찌하여 안 된다고 말씀하시오 ?"

"지금  손권은 우리가 조조를 무찔러 주기를 바라고,

조조는 우리가 손권을 무찔러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각기 남이 싸우는 틈을 타서 주권(主權)을 확장하려 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경솔히 움직일 것이 아니라,

발상(發喪)을 이유로 신중을 기하여 적들이 불화로 싸우는 틈을 이용해

적이 약해진 뒤에 일거에 무찔러 버려야 하옵니다."

"그때가 언제라고 기다리고 있겠소."

"그때는 머지않아 도래할 것입니다.
제발 자중하소서 !"

유비는 공명의 지극한 설득을 거역할 길이 없어

관운장의 발상령(發喪令)을 내렸다.
그 영에 의하면 서촉의 모든 군사들은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상복을 입고 관운장의 죽음을 조상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중왕 유비(漢中王 劉備) 자신이

상주(喪主)가 되어 관운장의 제사를 지내니,

이날은 어느 누구든지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29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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