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전략(戰略),육손의 기행(奇行)

오토산 2022. 1. 28. 07:43

삼국지(三國志) .. (320)
유비의 전략(戰略), 육손의 기행(奇行)

한편,

촉의 상장군 장비의 아들 장포와 관우의 아들 관흥의 협공으로

자귀성에서 참패한 손환은 오만에 이르는 병사를 대부분 잃고,

패잔병을 수습하여 후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정신없이 한참을 달리던 중에 세 갈래 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손장군,

여기서 동진하면 건강이고 북쪽으로 가면 이릉성 인데,

어디로 가야하오 ?"

 

전군 부장 주연(戰軍 副將 周延)이 물었다.

그러자 초최하고 참담한 기색이 완연한 손환이, 

"자귀성을 잃었는데,

무슨 면목으로 건강으로 돌아가서 주공을 뵙겠소 ?
강동의 손씨는 영웅 가문이오.
나는 선왕의 후예로써 죽어도 전장에서 죽겠소 !
살아서 돌아 간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으니

이릉성으로 들어가서 유비를 맞아 싸우겠소 !"

"이릉성은 자귀보다 허술한 곳이오.
그러니 과연 얼마나 버틸 수가 있을지 염려되오."

 

"주공께서 최대한 버티라 하셨으니, 끝까지 버틸 것이오 !
이릉성이 유비 무덤이 되던가,

아니면 나 손환 무덤이 되겠지 !..."

 

"손 장군의 의지가 그렇다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
장군과 생사를 같이 하겠소 ! "

전군 부장 주연은 어린 손환의 결심어린 소리를 듣자,

자신의 의지를 표시해 보였다.
그러자 주변에 모여든 장수들이 일제히,

 

"장군과 생사를 같이 하겠습니다 !"하고,

일제히 복명하는 것이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손환이 뒤따르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친다.

 

"좋아 !

전 군은 들어라 !
북쪽으로 전진하여 이릉성으로 간다 !"

 

"이랴 !"
       
한편,

자귀성을 비교적 손쉽게 점령한 유비는 장수들을 모아놓고 향후의 전략을 논의하였다.
그 자리에서 지난번 자귀성 전투에서 아군의 분전을 한 장수가 떠벌인다.

 

"손환은 손권의 조카이며 그의 부장 주연은 이름난 맹장인데,

그렇게 간단히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

이런 속도로 나간다면
스무 날 정도라면 건강성에 진입할 수가 있겠습니다 !"

 

관흥이 한껏 웃으며 대꾸 하였다.
그러자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이 일제히 파안대소 한다.

 

"하하하하 !..."

"모르는 소리 !"

 

유비가 찻 잔을 내려 놓으며 입을 여는 바람에

장수들은 일제히 웃음을 멈추고 유비에게 주목하였다.

 

"손권에 대해 잘 모르고 들 있군 !
손권은 아홉 살에 적진에 들어가 부친의 시신을 돌려 받고,

열여덟에 군주가 되어서 치룬 첫 전투가 적벽 전투다.
짐보다 서른 살이나 어려도 용병술에 능하고 담력도 있다.
강동에는 인재가 많기로 유명하고,
최고 수준의 수군은 참전도 안 했는데,
뭐가 그리 대단한가 ?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소장이 오랜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너무 쉽게 이룬 승리는 속임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오군(吳軍)이 몇 번 패했지만 강동의 정보, 감녕, 한당,

주태같은 명장들은 아직 얼굴도 안비쳤습니다."

 

상장군 황충이 어린 장수들과 천자 유비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입을 열어 젊은 장수들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는 말을 한다. 

"손권이 연패를 했으나 이는 계책이 틀림없다,

적을 자만에 빠뜨려 군심을 흐리는거지,
작은 승전에 자만 한다면 큰 화가 닥칠 것이다."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척후병이 들어와 아뢴다.

"폐하 !

손권이 조비에게 투항서를 보내,

조비가 손권을 오왕에 봉하고 구석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

 

"들었는가 ?"
유비가 전군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손권과 조비가 결맹했다.
이번 강동 토벌은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않으면 조비가 출병을 할 것이다. "

"보고합니다 !"
이때 또 다른 척후병이 달려들며 소리쳤다.

 

"폐하 !
손환이 패잔병을 이끌고 이릉성으로 입성해

수비를 공고히 하고 결사 항전을 선포했습니다 !"

 

"손권의 조카놈이 그래도 호기는 있군.
남서로 가지 않고, 외진 성을 고수하다니."
유비가 이렇게 말하자 장포가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폐하 !

소장이 이릉성으로 가서 손환을 치겠습니다 !" 

 

"좋아 !

삼만을 끌고 가라 !"
유비가 허락을 함과 동시에 장포의 눈이 커진다.

 

"폐하 ?

손환의 이릉성 병력이 모두 사만에 이르는데..
포위를 하려면 세 배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하지만 소장에게 오만 정병을 주신다면 사흘 안에 취하겠습니다 !"

장포는

이릉성을 수성(守城)하는 적군보다 적은수의 병사를 주겠다는 유비의 말을 듣고

공격에 나설 병사가 부족함을 밝힘과 동시에 그보다는 조금 많은 정병을 주면

성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펴보였다. 
그러나 유비는,

"장포 ?

싸우란 시늉만 하라는 것이지 싸우란 것이 아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예, 엣 ?"

 

장포가 눈이 커지며 물었다.
곧바로 유비의 말이 이어진다.

 

"여기서 남서까진 성이 열 개가 족히 넘는다.

계속해서 전진해 가도, 곳곳에 맹장들이 결사항전으로 저항 할 것이다.
우리가 병력이 많아도 원정을 왔으니 군량과 전략물자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성을 하나씩 쳐 나가다간 남서에 도달하게 되면

아군은 병력의 절반의 손실이 있지않겠나 ?

 

그럴때 조비의 공격을 받게 되면 우리의 상황은 매우 어려워진다.
하여,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결사항전하고 있는 성은 고립을 시킨 뒤,

우리는 계속해 강동의 건강으로 진군해야 한다. "
황충이 묻는다.

"폐하 !

그러면 유인작전을 하시려는 겁니까 ?"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그렇소 ! 

손환은 손권의 조카이니,
그냥 두지는 않을 거요.
놈을 구하게 만들어 우리는 함정을 파놓고 동오의 원군을 기다려야지 !
그래야 우리는 단 시일내에 적을 섬멸할 수가 있소 !"
                        
한편, 

조자가 돌아온 건강에서는

조비의 조서를 손에 든 손권이 장소와 정보를 불러놓고 말한다.

"흥 !

조비가 허울좋은 감투 둘이나 줬군,

하나는 오왕(吳王), 하나는 구석 하사 ! ...

원군을 보내 줄 것이지 ...

 

한중 부근에 조인의 이십만 대군을 움직여 주기만 하더라도

유비가 촉으로 후퇴를 해 버릴 것인데 ..."

 

손권이 실망이 가득 긴 말을 쏟아내자

장소가 그 말을 받아,

"조비는 촉

과 오, 둘 다 타격을 입는 어부지리를 노릴 것입니다. "

"음 !

조비가 우리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움직이면서

전략을 바꿔 형주를 손에 넣으려 한다면

전쟁의 양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처럼 그냥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노장 황개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손권은 조카 손환이 처한 위급함이 우선이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유비와는 연전연패를 당하고 있는데

이리되면 군사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고, 조비와 유비가 형주를 그냥 두진 않을 것이오.
이릉성으로 원군을 보내 손환을 구하면서 전세를 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오."

손권이 이쯤 말했을 때에 제갈근이 보고서 한 장을 들고 황급히 들어왔다.

"주공,

손환이 혈서를 보내왔는데, 
첫 째, 자귀성을 잃은 것에 죄를 청해 왔고,
둘 째, 사만 대군을 인솔해 이릉을 고수하며

끝까지 결사항전 하겠다는 맹세입니다.

 

주공,

신이 듣건데 유비가 장포를 앞세워 이릉성을 겹겹히 포위하고

수 만 대군이 맹공을 퍼붓는 지라,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봅시다 !"

 

손권이 손을 뻣어 손환이 보냈다는 혈서를 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손수 혈서를 읽어 보고나서,

 

"그래 !

끝까지 버티겠다구 ?
역시, 손씨 자손답군 !"하고,

말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갈근이 아뢴다.

 

"주공,

이릉성이 위험에 처했으니 속히 원군을 보내주십시오 !"

"명이다 ! 

한당을 주장, 주태를 부장으로 반장을 선봉으로

감녕, 능통은 후군에서 십 만을 이끌고 이릉으로 가라 ! "

"주공,

그건 안 됩니다 !"
노장 정보가 즉각 반대를 하였다.

 

"안되다니 ?"

 

"자귀성처럼 견고한 곳도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함락됬습니다.
이릉성은 자귀성보다 취약한 곳인데,
촉군이 사흘이 지나도록 함락을 못 했다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겁니다."

노장군 정보의 이 말은 오랜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써

손권도 장소도 결코 무시해서 넘겨 들을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손권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릉을 포위한 것이

유인책을 쓰는 것이란 말이오 ?"

 

"신이 확신할 순 없으나,

그간 전장을 누비면서 얻은 경험으론 지금처럼 특이한 전황이라면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음 !..."

손권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그러면서 한 순간 정보를 향하여 입을 열었다.

"정 장군의 기우요 !
촉군이 강동땅에 온 것이지 아군이 적지에 간 것이 아니오.
이런 시기에 이릉을 잃을 수는 없소.
이러다간 남군까지 화가 미쳐,

결국엔 조비가 동오의 세력을 약하게 여기고 형주를 칠 거요.

촉군이 천 리 길을 달려와서 두 달 넘게 싸웠으니 이젠 예봉이 무뎌졌을 것이오.
나도 출전하여 이릉성 밑에서 결사항전 할 것이오 ! "

"주공 !

숙고하십시오 !"
그래도 정보는 손권을 말리고 나선다. 

 

"결정했으니 명을 전하시오 !
이번에 나도 출전하다고 !"
손권이 제갈근을 향하여 소리쳤다.

"예 !"

 

제갈근은 즉각 대답 하고 물러갔다.
         손권의 명은 즉각 하달되어 십만에 이르는 군사들이 출정준비에 착수하였다.
군량과 무기를 배에 옮겨 싣고, 전쟁터로 나설 병사들이 속속 포구로 모여들었다.
노장군 한당(老將軍 韓當)이 부장 주태(副將 周泰)를 비롯해 반장(潘璋),능통(凌統), 등

이번 출정에 지명된 장수들을 거느리고 출정준비를 확인하기 위해 포구로 향했다.
포구에 다다르기 전에 감녕(甘寧) 달려와서 보고한다.

"장군 !

전임 대도독 육손이 산발로 포구에 나와 통곡을 하고 있습니다."

"뭐 ? "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자 !

봐야겠다."

 

"예 !"

한당이 바쁜 걸음으로 포구로 나와 보니,

과연 감녕의 말대로 육손이 봉두난발(逢頭亂髮)을 한 채로,

포구에 엎드려서 괴성을 질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강동의 형제들이어 정말 처참하도다 !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들다니, 이 무슨 정신 나간 짓 인가 ?
이제 군주를 보내면 다시는 못 볼 것이다 ! 아이고 ! 아이고 !...
이제 강동이 막바지에 이르렀구나 ! "

 

육손은 땅을 치며 한탄하였다.
이런 모습을 노여운 눈으로 지켜보던 한당이 소리친다.

"백언 ! (伯言 : 육손의 字),

출정을 앞두고 이게 무슨 짓인가 ?"

 

"한 장군 오셨소 ?"

 

육손이 고개를 쳐들며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악을 쓴다.

 

"우리 강동의 아들들을 전별하는 중이오 !

오늘 군주와 그들을 보내면 다시는 볼 수가 없을 테니까 !...
아 !... 비통하도다 !"

 

"닥쳐라 ! 육손 !
헛소리로 군심을 어지럽히다니 ,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냐 ?
또 입을 열면 가만두지 않겠다 !"

 

한당이 노기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육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한당 !..그래봐야,

너는 저승길을 앞 둔 놈이다 !
칼 날이 눈앞에 들어 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놈이.. 뭘 안다고 나서는 것이냐 !
그래도 나는 한때 강동의 대도독을 지냈었다.

네 놈보다는 보는 눈이 있어 !"하고,

괴성을 질러대는데,

 

삼 대를 이어 충성하고 있는  노장군 한당에 대한

예의라곤 눈을 씻고 찾아 보려도 찾을 수가 없었다.

노기가 극도로 치민 한당이 수하를 불러댄다.

"여봐라 !"

 

"예 !"

 

"이 정신 나간 자를 당장 주공께 끌고가라 !"

 

"예 !"

"주공 !~ ...

강동의 노인들에게 자식들 몇은 남겨 주시오 ! 
강동의 아녀자들에게 서방 몇을 남겨 주시오 !

이렇게 사내란 사내를 모두 끌고 나가버리면 장차 강동이 어찌 존재하오리까 ?

주공 ! ~..."

 

육손은 끌려가면서도 발악발악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보던 출정을 앞둔 병사들의 얼굴은 긴장되었다.

육손은 그 길로 손권 앞으로 끌려갔다.
육손은 손권의 책상이 보이자 그 앞에 털석 엎드렸다.

"육손이 주공을 뵈옵니다 !"
육손은 고개를 처박고 소리를 질러댔다.

 

"탕 !"

잠시후 대청을 울리는 단장(短杖: 지팡이) 소리에 육손이 고개를 쳐들어 보니,

손권은 보이지 아니하고 청려장(靑藜杖)을 짚은 장소(張昭)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

"장 대인 !

주공은 어디계시오 ?"
고개를 쳐든 육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백언 ! ..

제 정신 없이 헛소리를 지껄여 군심을 흐린 죄는 면키 어려울 터 ! 

도대체 무슨 심사를 가지고 출정을 앞둔 병사들 앞에서 괴성을 질러댔는고 ?"

장소는 엄히 꾸짖었다.
그러나 육손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 하였다.

 

"장 대인 !

속히 주공을 뵙게 해 주시오 !"

"주공께서

너 같은 미친놈을 어찌 만나랴 ? "

 

장소는 이렇게 일갈을 하고 난 뒤,
수하를 부른다.

 

"여봐라 !"

 

"예 !"

 

"육손을 하옥하라 !"

 

"옛 !"
병사들이 달려들자 육손은 이들의 손을 뿌리치며 외친다.

"주상의 조카 손환(孫桓)장군이 이릉성(夷陵城)에서 고초를 겪고 있으나

그를 구하는 것이 전 군을 동원해야 할 만큼 급한 일은 아니오 ! 
촉군을 격파하면 그는 절로 구출될 것이오.

그런데도 모든 것이 손환장군 구출에 앞서니 ..

우리 강동의 강산을 어찌 보존 하겠소 !...허 !..

육손은 고개를 흔들며 이같이 소리 치고 난 뒤,

돌아서서 옥(獄)을 향하여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321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