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유의 위장투항

오토산 2022. 3. 28. 07:55

삼국지 (三國志) .. (371)
강유의 위장투항

그 무렵에 공명은 한중을 출발하여

선봉장 위연이 공격하고 있는 진창성(陳倉城)에 이르렀다.
이때 촉군은 공명이 발명한 신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운제(雲梯)라고 부르는 구름 사다리인데,

이것은 사다리를 궤짝처럼 만들어서 군사들이 궤짝 안으로 들어가

적의 공격을 방어하며 성벽을 기어오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촉병은 운제를 이용해 진창성을 오르고자 하였으나

학소는 운제가 보이기만 하면 불화살을 쏘아 촉군을 퇴치하도록 하였다.

성 위로 기어오르는 것에 실패하자 촉군은 땅 아래로 굴을 파서

성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학소가 그 사실을 알고

끓는 물을 땅굴 속에 붓는 바람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던 촉군이 몰살했다.
위로도, 아래로도 촉군이 진창성을 차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날 전에 진창성에 이르러 공격을 하고 있던 위연은 아

무리 계속해 공격하여도 끄떡도 하지 않는 진창성을 바라보며 공명에게 보고한다.

"아군이 성을 포위하고 칠팔 일을 연달아 맹공하고 있으나

저자의 방어에 막혀 성을 함락시키는 데 수십 차례나 실패했습니다."

 

위연은 성루에서 위군을 지휘하며

촉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학소(郝昭)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 자가 학소요?

과연 명장이로군. 보시오.
위군이 잘 싸울 수있도록 뒤에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고 있고,

상황에 침착하게 맞서고 있군.
장군이 저리 하니 병사들이 지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수비하는 것이 아니겠소?

저런 자가 있으면 진창은 함락하기가 매우 어렵겠소."

공명은 비록 적군이지만 병사들을 독려하며 진창성을 지키고 있는 학소를 칭찬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학소는 성루에서 공격해 오는 촉군의 동태를 살피며

병사들에게 계속해 명령을 하달하고 있었다.

그때,

중군 대장으로 공명을 호위해 진창에 함께 도착한 강유가 두 사람의 말을 번갈아 듣고,

"승상, 십여 일에 이르도록 진창성 조차 함락시키지 못했으니,

이런 교착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겠습니까?"하고,

걱정을 담아 말을 하였다.
그때, 탐마가 뛰어들며,

"승상,

50리 밖에 위군의 지원병이 도착해 진영을 구축하고 있습니다."하고,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수장이 누구던가?"
공명이 즉각  반문하였다.

 

"조진입니다."

 

"사마의가 올 줄 알았는데 아니군.
조예는 친인척만 기용하는군.
어리석은 군주 같으니라고.
그럼 사마의는 내처진 모양이로군."
공명이 혼잣말 처럼 말하자 위연이,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하고,

공명의 다음 명을 재촉하였다.
공명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서

진창은 학소가 지키는 한 함락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으나,

조진은 상대하기가 훨씬 쉽지않겠나?
이보게 백약(伯約: 강유의 字)."

 

"예. 승상."   

 

"오군이 위장 투항으로 조휴을 물리쳤으니

자네도 위장 투항으로 조진을 상대해 보는 것이 어떻겠나?"

공명은 얼마전 동오의 파양 태수 주방이
양주 사마(揚州 司馬) 대도독 조휴(大都督 曺休)에게 위장 투항하여

위군을 무너뜨린 상황을 머릿 속에 그려보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강유가 염려스러운 어조로 대답한다.

"승상,

해 볼 수는 있겠으나 조휴가 당한 것을 조진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같은 작전에 말려들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공명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자네도 잘 알겠지만 병법의 묘미는 예상과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이야. 
바로 조휴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조진은 우리가 같은 방법으로 나올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네.
그래서 오히려 성공하기가 쉽지.
게다가 지난번 전투에서 사마의는 대승을 거둔 반면에

조진은 패퇴를 면치 못했으니 그의 심정이 어떻겠나.
그러니 이번 전투에 나와서는 사마의를 능가하는 전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이 나 있을 것이네,
그러니 우리는 그의 흐려진 판단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옳을 것이야."

 

함께 듣던 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명의 말에 동조한다.
그 모습을 본 강유가 곧바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조진에게 투항서를 비밀리에 보내겠습니다."

 

"음!"

 

공명은 자신의 의견을 곧바로 받아들이는 강유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편 대군을 이끌고 촉군의 동향을 살피며 진군하던 조진은 참모들을 향하여,

"명한다.
매일 십 리씩 진군하되, 강을 만나면 일단 멈춘다.
제갈양은 술수를 잘 쓰니 한걸음씩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하고,

지난 전투에서 패한 상황을 되새기며 전군에 신중한 처신을 명하였다.
그러자 조진의 아들 조상이 말을 받아,

"촉군이 지금 진창을 공격하고 있다고 하니,

제가 이만 군사를 이끌고 촉군의 후방을 쳐서 학소 장군을 돕겠습니다."하고,

분연히 나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진은 일언지하에 잘라 말한다.

 

"좋지않은 판단이다.
진창은 미끼야.
제갈양은 아군을 끌어들이려고 복병을 배치했을 것이다.
그러니 진창을 돕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 말을 듣고 조상이 즉각 반문한다.

 

"그러다가 진창을 잃게 되면 어쩝니까?"
그러자 조진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따르는 장수들과 아들 조상을 향하여,

 

"학소는 사마의가 천거한 자가 아니더냐?

그러니 학소가 패하게 되면 사마의도 책임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허나 들려오는 전황으로는 진창성이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고 하니,

그대로 지켜 보는 것이 좋겠다.
또 학소가 촉군의 힘을 소진시키게 되면

나중에 우리에게 유리하게 되지 않겠냐?"하고,

측근을 향하여 속마음을 털어보였다. 
그때, 보고가 올라온다.

"대도독,

수상한 자를 붙잡았는데 대도독께 올린다는 서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진이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중호군 대장 비요(費耀)가 서찰을 낚아채 펼쳐본다.
그리고 이내 단상 위에 있는 조진을 향해,
 
"대도독, 배신자 강유가 보낸 것입니다."하고,

입을 여니,

이를 곁에서 듣던 장수들의 의문의 눈초리가 한순간에 집중되었다.
비요가 조진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강유가 대도독께 투항을 하겠답니다."하고,

서찰의 내용을 짧게 말하였다.
조진이 그 말을 듣고, 서찰을 빼앗듯이 받아들고

자신의 군막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물러들 가게!"

 

비요는 단하의 수행장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바쁜 걸음으로 조진의 뒤를 따랐다.

군막 안으로 들어온 조진은

군막 안을 서성이며 흡족한 표정으로 강유가 보낸 서찰을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유는 아래와 같은 서찰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죄인 강유(姜維)가 대도독께 사죄를 올립니다.
신은 대대로 위의 신하로 제 선조는 낙양에 거주하셨고

그 땅에서 나라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갈양의 계략에 속아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불가피하게 거짓 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뒤에 촉에 있으면서

매일같이 고향과 폐하를 그리워하면서 눈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오늘 대도독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대도독께 투항하고 공을 세워 죄를 씻고, 선조들의 넋을 기리고자 합니다.
하오니 이 죄인이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믿지 마십시오.

간사하기 짝이 없는 제갈양의 계략일 것입니다."

 

비요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조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어서,

 

"얼마 전에 동오의 주방도 위장투항을 하여

아군의 패전은 물론이고 조휴 장군조차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하고,

강유의 투항을 받아들이는 것이 위험한 일일 것이라는 의견을 비쳤다.
그러나 조진은,

"제갈양이 어떤자인 지 모르는가?
이런 허술한 계책을 술수랍시고 들이대면 어린아이도 속아 넘어가지 않지."하고,

조진은 오(吳)의 작전 성공사례가 촉(蜀)에서 재현될 것이 아니란 듯이 대답하였다.

 

"그럼, 대도독께선...?"

"강유와 주방은 달라.
주방은 오나라 사람이야.
그러나 강유는 본시 위나라 사람으로 선조들의 무덤도 모두 위나라에 있지.
촉에 투항한 것은 그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나?
이제 그런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지.
잘 됐어. 음! 이번엔 하늘이 나를 돕는구만! 허허허!"

 

조진은 손뼉을 치며 기뻐하였다.
그러면서 결심 어린 명을 내린다.

 

"비요!
서찰을 가지고 온 자에게는 상을 내리고,

강유에게는 날을 정하여 협력하라고 하게.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갈양은 반드시 생포하라고 당부하게!"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비요가 물러간다.
그러자 비로소 자리에 좌정한 조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들 조상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이번에 똑똑히 보여주겠다.
지략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사마의 뿐만이 아니란 것을!"
조진은 자리에서 고개를 크게 젖히며 자신감을 펼쳐 보였다.

372회에서~~~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진은 진창에서 살아날 것인가  (0) 2022.04.01
공명의 철수명령  (0) 2022.03.29
조자룡의 부음,공명의 출사  (0) 2022.03.25
사마의의 묘수(妙手)  (0) 2022.03.24
육손의 대승, 사마중달의 기사회생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