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공명의 철수명령

오토산 2022. 3. 29. 08:04

삼국지 (三國志) .. (372)
공명의 철수명령

투항을 약속한 강유와의 거사 날이 밝았다.
이날은 공명의 중군이 경계를 풀고 휴식을 취한다고 알려온 날이었다.

 

대도독 조진은 중호군 대장 비요와 함께 오만에 이르는 군사를 이끌고

강유가 지키고 있는 공명의 중군 진영을 급습하기 위해 출정하였다.
그리하여 공명이 주둔하고 있는 촉군 중군 진영에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아니하고 도착하였다.

과연 강유가 알려온 대로 공명의 중군은

영채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경계가 허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이렇게 조진이 이끄는 위군이 기습을 위해 조용히 도착하자,

이를 발견한 촉군의 영채 위에서 강유의 군기가 높이 올라갔다.
그것을 보고, 비요가 조진에게 아뢴다.

"대도독,

강유의 깃발입니다."

 

조진은 전방에 펼쳐지는 촉군의 느슨한 경계 태세를 살펴보는 중에

 높이 솟은 강유의 깃발이 자신에게 공격을 개시하라는 신호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전군을 향하여 명하였다.

 

"모두 공격하여

제갈양을 잡아라!"

"와 아~!"

 

촉군의 영채로 함성과 함께 위군이 쏟아져 들어갔다.
그리하여 촉군 군영의 절반 쯤을 들어갔을때,

난데없이 전투무장이 팽팽한 일단의 군사가

조진을 향하여 마주 달려 나오는 것이 보였다.

조진이 놀라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주 달려 나온 상대를 바라보니,

그는 강유가 아니던가?

 

"응? "
조진이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강유의 호통이 날아온다.

"조진, 들어라!

 나는 촉의 장수 강유다!
너는 지금 승상의 계략에 걸려들어 사방으로 포위되었다.
목숨을 구하려면 무기를 버리고 말에서 내려라! "

 

그야말로 놀라 자빠질 소리였다.
조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영채를 빠져 나가기 위해 뒤를 돌아다 보니,

그곳에선 일단의 촉의 기마병들이 위군의 뒤를 막고 다가서는 것이었다.  
쉽게 빠져나가기 틀렸다는 판단을 한 조진이 창을 거머잡으면서 소리쳤다.

"할 수없다!
물러나지 말고 모두 싸워라!"

 

이렇게 시작된 전투에서

촉군의 중군 한복판으로 유인된 위군은

사방에서 압박해 오는 촉군을 향해 용감히 싸웠지만

처음부터 잘못 된 위치에 발을 놓은 탓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수세에 몰렸다.

더구나 조진은 촉의 맹장 위연을 맞아

형편없이 수세에 몰린 끝에 그가 휘두르는 창끝을 피하다가

급기야 중심을 잃고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대도독, 대도독!"

 

조진의 측근 호위병이 달려들었다.
그순간 퇴로를 막고있는 촉군의 후방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버님,

걱정 마십시오!"
아들 조상이 일단의 군사를 이끌고 포위를 뚫고 나타났다.

"얘야!

이쪽이다!"

 

조진은 아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 위연의 창끝이 조진을 향해 내리 찍혔다.

비요가 절체절명의 순간,

조진을 향하던 창을 막아냈다.
그리고 조진을 향해 소리쳤다.

 

"여긴 저에게 맡기시고

어서 피하십시오!"

 

"몸조심 하게! "

 

조진은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아들 조상과 함께 서둘러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조진이 이끌고 온 오만에 이르는 위군을 대파한 촉에서는

전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승상,

위군이 대패하고 남쪽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또 위군의 영채까지 추격하여 무기와 군수품을 대량으로 노획했습니다!"

 

"음...!"

 

그러나 어쩐 일 인지 승전 보고를 받는 승상 제갈양은

전공에 대한 치하도 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이때 장군 위연이 호탕한 웃음과 함께 보따리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하하하! 승상!

위의 선봉장 비호의 머리올시다."

 

그러면서 위연은 보따리를 바닥에 내던져보였다.
그리고 아쉬운 한 소리를 내뱉었다.

 

"조진은 아깝게 놓쳐버렸습니다."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입을 열었다.

"이번 계책을 쓴 이유는 무엇보다도 조진을 잡기 위해서였는데,

조무라기만 잡는데 그치고 말았군."
공명은 다소간 실망스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하면서,

 

"여러 장군들은 수고 많았소.
오늘은 각자의 군영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하고,

내일은 날이 밝는대로 군영을 정비해서

남쪽을 거쳐 한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시오."하고,

명하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에 위연이 놀라며 반문한다.

"​승상,

우리가 대승을 거두고 있는데 어째서 돌아갑니까?"
그러자 공명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돌아가야만 하오.
이십 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진창을 함락시키지 못했소.
군량이 곧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철수해야 하오."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진창을 총 공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진창은 지세가 험하기 때문에

많은 군사가 일시에 접근하기 어려우니

총 공격의 의미가 다른 성과는 다른 곳이오.
더구나 그곳은 학소가 지키고 있으니..."

 

"하지만!"

"그만하시오.

마음을 정했소!
장군들은 철수 준비를 하시오."

 

공명의 철수 결정에 불만이 많은 위연과의 입씨름은

공명의 마지막 말로 매듭이 지어졌다.

다음날 날이 밝자

위연을 필두로 촉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선두에서 철수 병력을 이끌고 있는 위연은

공명의 철수 결정에 어디까지나 불만이었다.
그리하여 마상에서 술을 마셔가며 측근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승상은 너무 신중한 게 탈이야.
나 같으면 승세를 몰아 진창에 대해 총공격을 명했을 것이네.
비요의 머리를 진창성에 던지면 수비하던 위군 모두가 겁을 먹었을 텐데..."

 

"맞습니다,

이대로 철수라니요.

기회가 또 언제 올 지 모르지 않습니까."

 

위연의 측근 장수가 위연의 불만에 동조한다.
이렇게 위연은 불만을 토로하며 계속 행군하였다.

위연의 불만이 공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리하여 공명의 호출을 받은 위연이 공명의 앞에 입시

 

"승상,

찾으셨습니까?"

"건방지구나, 위연.
오는 내내 내 결정에 대한 불만을 늘어 놓았다니."
공명의 목소리가 한껏 올라갔다.

 

"승상,

죄가 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허나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대답하는 위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러자 공명도 목소리를 낮추며,

 

"해보게."하고,

허락하였다.

"삼십만 대군이 멀리 북벌을 왔는데,

별 것 아닌 진창에 막혀 회군하는 게 답답합니다.

게다가 저에게 이번 전투에 나서면서부터 중임을 맡기신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고작 회군 선봉장이란 말입니까?"

 

위연의 불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공명이 그 소리를 듣고 말한다.

"철수하기 싫다면 오만의 군사를 줄 것이니

이곳에 남아 우리 뒤를 쫒을 조진의 추격병을 맞아 싸우겠나?"

 

"추격병이 안 오면요?"

 

"내 계급을 강등하도록 하겠네.
그러나 추격병이 왔는데 장군이 패하면 어찌하겠나?"

 

"처벌을 받겠습니다! "
위연의 호탕한 대답이 즉석에서 나왔다.

 

"헛! 좋소.

잘 들으시오.
조진은 반드시 추격병을 보낼 것이오. "
공명이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걱정 마십시오.

복병을 배치하겠습니다."

 

위연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이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쌩하고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한편,

강유의 위장 투항을 철썩같이 믿고 공명의 중군을 공격했다가 패퇴한 조진은

추격해 온 촉군에 의해 전진 군영을 잃고 다시 도망길에 올랐다.
그리하여 십여 리를 더 도망친 뒤에 더이상 뒤쫒는 촉군이 없자,

길가의 바위에 걸터 앉아 아들 조상을 어루만지면서,

"얘야, 

네 덕분에 아비가 무사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 후군을 따르다가 곤경에 처하신 것을 보는 순간,

왕쌍 장군의 도움이 있어 어렵지 않게 아버님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조상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호위장군 왕쌍을 가리켜 보였다.

"허! 왕쌍,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조진은 아들의 소개를 받은 왕쌍을 향해 물었다.

"서량입니다.

저의 준마(駿馬)도 서량산입니다."

 

"자네의 용맹함이 여포에 뒤지지 않더군.

사마의가 천거한 학소는 진창에서 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

조정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그에 비해... 하여간 열심히 하게.
그러면 내가 자네를 거기 장군으로 만들어 주지."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진은 왕쌍을 두둔하면서 후일을 약속하였다.
그때였다.

 

"대도독,

대도독!"
장군 곽회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왜 그런가,

촉군이 쫒아왔나?"
조진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그런게 아니라 촉군이 지금

모두 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촉군이 철수를...?"
조진은 도로 자리에 앉으면서 안도하며 생각한다.

"이상하군요.
승세를 몰아 총 공격을 펼치는 것이 맞는 게 아닙니까?"

 

조상이 의문을 갖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러자 조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흐흐흐흐...

제갈양이 군량이 바닥난 것이 틀림없다!"하고,

조진은 기쁜 나머지 소리치며 말하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촉군이 진창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시일만 흘러 군량이 바닥을 드러냈을 겁니다.
촉군은 부대별로 군량을 가져왔으니 그 양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철수하지 않으면 아사(餓死)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흠...!"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철수하는 촉군을 기습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아버님, 제게 병사 오만을 주시면 추격하여 촉군을 몰살시키겠습니다."
조상이 출전의사를 강력히 드러낸다.

"오만 가지고 되겠느냐, 십오 만은 있어야지,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하지만 십오만 명이 어디 있습니까?"

 

"명한다.

제갈양은 기산을 지날 것이니
조상, 너는 정예부대를 이끌고 북쪽에서부터 기산으로 진격해라.
왕쌍, 자네는 남은 군사들을 모두 이끌고 남쪽에서 양평관까지 진격하라.
그리고 왕쌍은 진창에 당도하는 대로 학소에게 내 명을 전해라,
당장 거병하여 제갈양을 추격하라고. "

조진의 거침없는 명이

가로 막힌 것은 바로 이때였다.

 

"대도독,

학소는 사마의의 부장군입니다.
명을 따르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왕쌍이 염려를 담아 물었다.

 

"대도독 병부를 가지고 와라."

조진이 근엄한 어조로 측근에게 명했다.

그리고 대도독 병부가 눈 앞에 보이자,

왕쌍에게 건네준다.
그러면서,

 

"대도독 병부를 받게.
그리고 학소에게 이 병부를 보여주고

학소의 군사를 인수하여 직접 통솔하라."하고,

명하니 이를 지켜보던 곽회가 부러운 어조로 말한다.

"왕쌍,

그리된다면 자네 혼자 십오만 군사를 이끄는 것이니

공을 세운다면 크게 경하받는 일이 될걸세."

 

"감사합니다!

제갈양을 죽이지 못하면 벌을 받겠습니다!"

처음으로 십오만 이라는 대군의 인솔 책임을 부여받은 왕쌍은

대도독 조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힘차게 소리쳤다 .

373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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