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어떤 것이 있고, 내부는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2011.04.04 10:27 / 수정 2011.04.04 17:03
"전용기 띄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가든' 에서 백화점 사장 역을 맡은 탤런트 현빈이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심사위원을 자신의 전용기로 모시기 위해서였다. 전용기는 말 그대로 으리으리했다.
대한항공 737 비즈니스 전용기
실제로 재벌 회장님이 타고 다니는 전용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현재 삼성·LG·현대기아차·SK·한진·한화 등의 그룹 총수들이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다.
주로 해외바이어 미팅과 해외법인 방문, 현지시장 점검, 회의참석 등이 필요할 때 쓴다.
삼성의 경우 해외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과장급도 이 전용기를 이용할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해외바이어와 중요한 계약협상을 할 경우 직급이 낮더라도 의도적으로 전용기를 타게 한다. 전용기에서 내리는 것을 본 바이어는 그의 직급과 상관없이 '상당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소위 기선제압을 하는 셈이다. 이 경우 계약 성사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한다.
LG 구본무 회장 전용기
◇누가, 어떤 기종을 보유했나=전용기는 비행기 좌석상황이나 출발시각 등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김반석 부회장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 현장을 방문했다. 일반 여객기를 이용했다면 항공권을 구매하고, 로스앤젤리스(LA) 등지에 내려서 환승하는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20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전용기로 13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전용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보잉737을 이용하고 있다. 보잉 737은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쌍발 제트 항공기다. 이 전 회장은 최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할 때도 전용기를 이용했다. 외국을 방문할 때면 거의 이 전용기를 이용한다. 김승연 한화회장도 지난해 같은 기종을 샀다. 이 항공기의 가격은 600억원대 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는 미국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G550기가 있다. 2008년 첫 비행에 나선 이래 2년 동안 지구 약 2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날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태원 SK회장이 타는 기종도 LG것과 같다. 가격은 500억~550억원 정도다.
현대 정몽구 회장 전용기
현대기아차는 보잉사의 BBJ 737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으리으리한 내부=전용기는 철저하게 고객의 주문에 맞춰 제작된다. 보안상 내부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보통 회장님들이 타고 다니는 전용기라면 화장실이 대리석으로 돼있거나 편안한 가죽 소파가 갖춰진 안락한 분위기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침실과 회의실이 별도로 있는 것은 물론이다. 각종 음료가 갖춰진 바와 식당도 구비돼 있다. 모든 가구나 의자는 장미목 등 최고급 원목으로 마감처리가 돼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전용기
자가용 비행기 회사인 (주)지이엘코리아 조정희 대표는 "삼성전용기에는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의료 장비들이 장착돼 있다"고 전했다. 취향에 따라 특별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중동의 한 왕자는 비행기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 하늘을 보게 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전용기 외부에는 회사의 로고를 변형한 무늬가 들어있다. 삼성전용기의 경우 삼성의 'S'를 본뜬 무늬가 꼬리날개에서 시작돼 기체 전체로 이어져 있다. LG는 그룹의 로고를 변형했고, 현대기아차는 파란색 선을 넣었다.가격을 정확하게 매길 순 없지만 전용기를 사려면 최소 100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 엔진 업그레이드 방식이나 소음 방지 장치 탑재 여부, 인테리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한번 급유해서 몇 시간 갈 수 있는지도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SK 최태원 회장 전용기
◇국내 전용기에 딱 하나 없는 것=한국에 있는 전용기는 다른 국가의 기업인이 타는 전용기와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 외국 기업인이 타는 전용기에는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방해하는 금속을 하늘로 흩뿌리는 장치가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다보면 저격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전용기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국방부가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무기로 분류한다. "공격용이 아닌 것은 알지만 무기는 무기"라며 부착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용기를 보유한 회사들은 "국방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유사시 발생할 지 모르는 테러로부터 기업인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것인데, 무조건 무기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한다.
◇외국에선 출퇴근용 전용기=우리나라에선 대그룹 총수나 임원을 제외하곤 전용기를 사는 이들이 거의 없다. 돈도 돈이거니와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꼭 재벌급이 아니라도 개인적으로 전용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 대표는 "미국에서 금융이나 IT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중 출퇴근용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전용기는 실내장식이 화려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조 대표는 "중고 비행기를 사려면 사과 상자 5~10개 분량의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 이착륙이나 엔진 사용 기록 등을 적어놓은 것이다"라고 전했다.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전용기 시장은 중국이다. 조 대표는 "신흥 부호들이 전용기를 많이 찾는다"며 "이미 수백 명의 중국인들이 개인 전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