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조상에게 새해의 시작을 고하고, 한 해 동안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차례를 올리는 게 우리 전통이다. 급속한 현대화로 말미암은 전통문화와의 퇴색으로 이를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유교 전통의 합리성과 흥미롭고 교훈적인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어 새삼 감탄하게 된다.
대추는 제수용 과일 중 가장 으뜸이다. 대추나무는 꽃 하나가 피면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는 특징이 있다. 대추는 씨가 하나기 때문에 영의정을 상징한다고도 하나, 그보다는 꽃이 필 때 비바람이 쳐도 꽃으로만 지는 법이 없이 꼭 열매를 맺기 때문에, 대추를 통해서 후손들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련을 견디어 나가라는 교훈이 있다.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고 떨어진다.”라는 것을 사람에 비유하여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후손을 낳고, 그것도 많이 낳아야 한다.”라는 의미로 상징된다. 혼례를 올린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 때, 시부모가 대추를 한 움큼 새 며느리의 치마폭에 던져주는 것도 대추 열리듯 자손을 많이 낳아 가문이 번창하라고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대추 다음으로 놓이는 것이 밤이다. 밤나무가 아름드리가 되어도 씨 밤은 썩지 않고 그 나무뿌리 밑에 생밤인 채로 남아 있다. 이러한 특성을 선조는 인간사회에 적용하여 밤을 자손과 조상 간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보았다. 지금도 조상을 모시는 위패(位牌)나 신주(神主)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 밤나무가 특별히 결이 좋거나 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나무를 쓰는 이유는 밤이 조상과 자손 간에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제수용 과일로 세 번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감이다. 배는 껍질이 밝은 황색을 띤다. 구 원장은 이 과일이 함유한 영양소와 민간요법으로 전해오는 효과도 설명했다. 밤은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균형 있게 들어 있어 천연의 영양식품이라 할 정도로 완전식품이며, 성인병과 기침 예방, 신장보호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소화가 잘되어 환자 회복식 또는 어린이 이유식 등으로 널리 이용이 가능하다. 감은 비타민 C와 생리활성 물질 등 기능성 물질이 다른 과실보다 풍부해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 유지와 질병예방을 위한 기능성 식품으로도 우수하다. 배는 감기를 치료하고, 배의 탄닌 성분이 설사를 낫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배의 씨를 제거하고 꿀과 함께 달여서 복용하면 가래를 삭여주고 감기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또, 배는 고기를 연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고기를 재울 때 배를 갈아 넣는 조리법은 널리 활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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