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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라 여자의 콩떡 한개

오토산 2012. 7. 3. 11:32

 

 

오하라 여자의 콩떡 한개 - 홍하상 컬럼

교토에는 <오하라메>라는 유명한 콩떡이 있다..
찹쌀에 검은 콩을 꾹꾹 눌러 박은 볼품없는 떡이다.
값도 아주 싼 동전 한잎의 싸구려 떡이다. 헌데 이 볼품없는 떡은 교토의 명물 중의 하나이다.
오하라메.<오하라의 여자>라는 뜻이다.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의 인근에 오하라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하늘이 동전만 하게 보이는 산촌이다.
논과 밭이 거의 없는 찢어지게 가난한 마을이어서 도무지 먹고 살 길이 없는 곳 이다.
그 오하라 마을 여자들은 생계를 위해 산에 가서 나무를 자르고 패서 한단의 나무를 만든다.
그리고 한단의 나무를 머리에 이고 교토로 간다.
오하라와 교토는 차로 한 시간 거리이다.
그러나 머리에 한단의 나무를 이고 걷자면 서너시간이 걸려야 교토에 닿을 수 있다.
아침에 죽 한 그릇을 떠먹고 오전 내내 걸어 그녀들은 교토에 도착한다.
그리고 교토의 니시키 시장을 찾아 거기서 한단의 나무를 판다.
나무 한단이라야 요즘 돈으로 불과 5천원.
그녀들은 그 5천원의 돈으로 보리 한 홉을 사서 다시 오하라로 돌아간다.
오후 내내 걸어야 해가 질 때쯤이면 오하라에 도착할 수 있다.
오하라 마을엔 그녀의 어린 자식들이 어머니가 돌아올 때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의 보리 한 홉이 있어야 그날 저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하라의 여자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보리죽 한 그릇을 먹고 점심을 건너뛴 그녀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오하라로 나가는 교토의 데마치 야나기 거리에 다와라야깃토미(俵屋吉富)라는 떡집이 있다.
그 좌판에는 먹음직스러운 콩떡이 있다.
오하라의 여자는 망설이고 망설이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도저히 오하라까지 걸어갈 기운이 없다.
눈앞에 자식들의 얼굴이 어른거리지만, 그거라도 한 개 사먹지 않으면 기진맥진해서 도저히 집에 까지 걸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떡 한 상자는 열 개.한 상자를 다 살수는 없다.
결국 그녀는 콩떡을 하나만 팔 수 없냐고 물어 본다.주인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옷차림은 거지나 진배없이 더럽고, 게다가 장작을 머리에 이고 오느라고 땀 냄새는 진동을 한다.
떡집 주인은 행색이 너무나 초라한 그녀들에게 떡을 팔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처음에 떡장수는 그녀들에게 떡을 팔지 않았다. 행색이 너무 더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녀들이 오하라 마을의 나뭇단 장수인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로소 그녀들이 내민 동전 한 푼이 얼마나 힘들게 번 것인가를 눈치 챈 것이다.
떡집 주인의 고개가 숙여진다.
한잎의 동전이지만 그녀들에게는 천금보다 더 소중한 돈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 떡집 주인은 오하라여자들이 사먹는 콩떡을 좀 더 크고 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낱개도 판매>라고 써 붙였다.
비록 단 한 개의 떡을 팔아주는 고객이지만 그들을 없이 여겼던 자기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오하라메> 콩떡의 사연이다.
<하찮은 액수의 손님이라도 소홀히 하지 마라.
그들의 동전 한 잎이 얼마나 힘들게 번 것인가를 생각하라.
손님을 차별하지 하라. 오늘 돈이 없다고 해서 내일도 돈이 없다는 보장이 있는가.>
일본의 상인들은 그런 사실을 오하라메의 나뭇단 장수들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오늘날 오하라메라는 콩떡은 교토의 명물이 되었지만, 그 콩떡 속에 숨어있는 사연을 일본 과자장인들은 알고 있기에

일본의 과자가게에서는 단 한 개의 과자를 사는 고객이라도 정성껏 그 한 개의 과자를 포장해 준다.
오하라여자들의 콩떡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교토에서는 해마다 4월 셋째주에는 <오하라메 마쓰리>라는 것을 한다.
오하라의 나뭇단장수처럼 나무한단과 깡총한 하오리 옷을 입고 바로 그 오하라 여자들이 걷던 길을 나뭇단을 머리에 이고 걸어보는 축제이다.
참가비는 2천엔. 그 옛날,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렇게 고생하던 어머니들을 생각해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어떤가. 으리뻑적한 대형백화점이 즐비하고 해외의 명품브랜드가 넘친다.
그걸 살려고 줄을 서고 있다.
동전 한 잎의 소중함이 잊혀지고, 강남의 골목에는 밤마다 음식점의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이다.
그러나 잊지마라. 바로 대형 백화점과 불야성의 식당들 뒤에서
바로 우리의 어머니, 재래시장 상인들은 그 동전을 벌기위해 새벽부터 나와있다는 사실을
우리 어머니들의 고생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풍요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2만불 국가의 대한민국, 너무나 잘살고 있지만 과거의 가난, 과거의 근면검소함이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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