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천자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신과 같은 존재가 하는말은 누구라도 거역
할 수 없는 것이었다."전하 지당하옵니다"를
앵무새처럼 되뇌는수많은 예스맨들로 가득차
있는 곳이 바로 조정이다.
흔히 치세라 하면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한 시대를 꼽는다.그래서'부국강병'이라는
말이 치세를 가늠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유가의 정치 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관점은 다만 부수적인 조건일 뿐이다.
오히려 절개를 알고 곧은 말을 할 줄 아는 삐
닥한 신하들이 많고, 그 신하들의 말을 들어
줄 줄 아는 천자가 있는 시대가 바로 치세다.
바로그러한 신하를 이전에'선비'라고불렀다.
이들은 군주의 잘 잘못을 가리는 귀찮은 심판
관들이었다.
이러한 선비들의 철학이 바로 유학이다. 유
학을 말할 때 보통 공맹(孔孟)의 학문이라
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이를 비꽈서 맹공 맹
공이의 학문이라고도 했다. 이는 비꼬는 말
일수도있고 뻣뻣함이 지나쳐 답답할 정도로
보인유학자의 단면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유학자 가운데 뻣뻣한 목의 첫
손가락에 드는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맹자
를 들 수 있다. 공자의 학문을 한 글자로 당연
히 인(仁)이다. 부모 자식 사이의 피로 얽혀
있는 원초적 도덕 정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논어'를 읽어 보면 시골 서당의
나이 지극한스승의 말이 연상된다.
이에 비해 맹자는 공자보다 거친시대를 살
아서 인지 대단히 논쟁적이고 전투적이다.
잘못된 것을 보고 분노하는 꼬장꼬장하고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인 '의'(義)를 "인"과
짝하게 배치한 사람이 바로 맹자다.
한 제후가 군주와 백성과 사직 중에 무엇이
제일 귀중하냐고 묻자 맹자는 눈 하나 깜작
하지 않고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단정적으로
군주는 하찮다고 했다. 난세를 치세로 추락
하지 않도록 온몸으로 막아선 선비정신의
원조인 셈이다.
위나라의 문후가 여러 신하들과 자리를 함
께 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
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들이 모두 군주에게
아첨하기를 ,"폐하는 어진 군주이십니다."
라고 대답했다.
적황(翟璜)이 대답할 차례가 되자 이렇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어진 군주가 아니십
니다. 그 이유는 중산국을 정벌하고 그 땅
을 얻으셨을 때 중산국 군주로 폐하의 동
생을 임명하지 않고, 폐하의 맏아들을 임
명하셨습니다. 이것은 어진 군주가 하실
일이 아닙니다. 소인은 이 일을 보고서 군
주께서 어진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
었습니다."
그래서 문후는 몹시 화가 나서 적황에게
물러가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적황은 일
어나서 나갔다. 그 다음에 신하인 임좌의
차례가 되자 문후가 똑같이 물었다. 임좌
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는 어진 군주이십니다. 제가 예전에
듣기를, 군주가 어진 분이면 그 신하 가
운데는 충직한 신하가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조금 전의 적황이 말한 것은 충직한
말입니다. 이처럼 충직한 신하가 있는 것
으로 봐서 폐하께서 어진 군주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문후는 임좌의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화을 불러들여 재상직
인 상경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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