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택풍수와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
무덤풍수라고도 불리는 음택풍수의 유래는 조상을 숭배하는 효의 정신과 자손들의 번창을 바라는 희생의 정신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첫째는 조상의 시신을 좋은 곳에 묻음으로써 조상에 대한 효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둘째는 조상의 시신을 명혈에 모시면 대자연의 생명력을 얻게 되어 그에 대한 작용력은 후손에게 복을 주게 된다는 길흉화복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조상의 시신을 길지에 매장하려는 데에 있어서 순수한 효의 정신에 발로하여 음택풍수를 적용하려 한다면 그야 후손된 자의 당연한 도리이니 논할 꺼리가 전혀 없지만 문제는 두 번째 의미인 조상의 무덤자리에 따라 후손의 길흉화복이 결정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어찌하여 죽은 사람의 유골이 산 사람의 길흉에 영향을 끼칠 수가 있을까요?
이 의문에 대해 풍수가 답해주는 유일한 이론적 논거는 바로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동기감응론이 없었다면 무덤자리가 후손에게 길흉을 좌우한다는 논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그 존재조차 인정받을 수 없게 됩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동기감응론의 실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많으며 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정자를 체취하여 전기반응 실험을 함으로써 동기감응론의 실재를 증명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우선 찬반 결론을 내리기 전에 동기감응론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동기감응론이란 한 마디로 동일한 기운을 가진 요소끼리는 서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입니다. 좀 더 상세히 얘기해 보자면 사람의 뼈를 구성하는 원소는 고유한 생체에너지와 진동 파장을 가지는데 죽은 사람의 유골이 부패하여 산화될 때 어떤 파장을 발생하게 되고 이 파장은 동일한 기를 가진 후손과 서로 감응을 일으켜 영향을 준다는 말입니다. 마치 수많은 텔레비젼 방송국이 있어서 각기 다른 주파수로 전파를 내어보내고 있는데 그러나 그 주파수에 맞는 채널의 수상기에서만 특정 방송이 보여지는 원리와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풍수서의 원전격인 청오경(靑烏經)에는 동산토염 서산기운(東山吐焰 西山起雲), 즉 “동쪽 산이 불꽃을 토하면 서쪽 산에 구름이 인다”고 하여 바로 동기감응론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원래 발생근원은 중국의 한나라 때 미앙궁(未央宮)이라는 궁궐 내에 매달아 둔 종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저절로 울리자 황제가 여러 신하들을 불러놓고 그 연유를 알아내라 하였습니다. 아무도 답을 하지 못하자 마침내 삼천갑자로 불리는 도인 동방삭을 불러 연유를 묻게 되었는데 이에 답하기를
“이 종은 서촉(西蜀)에 있는 동산(銅山)에서 캐낸 구리로 만든 종인데 동산이 붕괴되어 무너지자 같은 기운을 가진 종이 그에 감응하여 저절로 소리를 내었다(銅山西崩 靈鍾東應 / 동산서붕 영종동응)”고 아뢰자 황제가 이를 확인해보라고 하였다. 몇 일 후 사자(使者)가 당도하여서는 과연 그러하다고 아뢰었습니다.
이에 황제는 “생명 없는 미천한 물질도 서로 감응을 일으키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조상과 후손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감응을 일으킬 것인가” 라고 말하였다 합니다.
또 곽박이 저술하였다는 금낭경(錦囊經)에는 ‘모든 생물은 기가 모여 응결된 결정체로 생물은 기가 모여 응결되면 강력한 생명력을 발동하며 번창하지만, 기가 흩어지면 곧 생명력을 잃고 시들어 죽는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생물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기가 응결된 결정체이다. 특히 인간의 뼈는 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인체 가운데 가장 많은 기가 응결되어 있다. 사람을 매장하면 피와 살은 곧 썩어 없어지지만 뼈는 오랫동안 남아 있다. 따라서 남은 뼈는 같은 유전인자이며 같은 성질을 가진 조상과 후손은 시공을 초월하여 좋고 나쁜 감응을 일으키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음택풍수에서 주장하는 길흉의 논거는 바로 이와 같은 이론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믿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제 자신의 의견을 한 번 피력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문은 조상의 자손이 여럿 있는 경우 어떤 자식은 잘되고 어떤 자식은 못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형제가 모두 육남매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형편이나 모습은 제각기 다릅니다. 이것은 아마 다른 집안의 경우도 비슷하리라 봅니다.
의문은 계속됩니다. 할아버지의 산소는 명혈길지에 쓰였는데 할머니의 무덤이 흉지라면, 또 어머니의 산소는 길지인데 아버지의 묘소가 흉지라면 그 후손들은 과연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 조상의 산소자리는 흉지인데 내가 살고 있는 집터가 대단한 길지라면 나는 과연 잘 살 것인가 못 살게 될 것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됩니다. 흔히들 물구덩이는 산소자리에서 대단한 흉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덤 속에 물이 차면 집안이 멸망한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배타고 나가서 풍랑을 만나 죽은 사람들의 시신은 깊고 차가운 바다아래 뻘 속에 그 뼈가 뒹굴고 있을 것인데 그 후손들은 모두 멸망하였는가? 옛날 서양에서는 해군이 죽으면 수장을 하였다고 합니다. 즉 시신을 물속에 버리는 장례를 치렀다는 것인데 그렇게 수장을 한 후손들은 모두 멸망하였는가? 대권후보자들이 대통령 한 번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조상의 산소를 이장하였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하는 이야기입니다. 명혈을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이장을 하였는데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는가?
동기감응론을 믿고 따르자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의문들을 속시원히 명쾌하게 답을 해 놓은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풍수의 명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논제를 놓고 논쟁을 벌여보았습니다만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해 주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동기감응론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 아시는 분 계시면 저의 답답한 이 속내를 좀 풀어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이번에는 조선 중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다산은 그의 저서 풍수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주공(周公)이 족장법(族葬法)을 만들 때에 풍수론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예컨대 북방에 장사지낼 경우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했을 뿐, 따로 방위나 좌향(坐向)을 정해 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경(卿)의 벼슬을 할 집안은 대대로 경의 벼슬을 했고, 대부(大夫)의 집안은 대대로 녹을 받았으며, 자손이 번성하고 출세한 것도 예전과 동일했다. 풍수론이 사실이라면 지관들이 그 명당을 스스로 차지하지 않고 남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다산은 또 후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답니다.
“지사(地師)의 아들이나 손자로서 홍문관교리나 평안도 관찰사가 된 사람을 몇 명이나 볼 수 있는가........ 재상으로써 풍수술에 빠져 여러 번 부모의 묘를 옮긴 사람치고 자손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선비나 평민으로서 풍수술에 빠져 여러 번 부모의 묘를 옮긴 사람치고 괴이한 재앙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아, 이야말로 꿈속에서 꿈꾸고 속이는 속에서 또 속이는 연극이다. 내가 죽으면 집의 뒷동산에 매장하고 지사에게 물어보지 말라”고 유언하였다 합니다.
사람이 죽어 땅 속에 묻히면 피와 살은 부패하여 흙으로 돌아가고 유골만 남게 되는데 이 유골이 생체파장을 발산하는 기간이 약 120년 동안이라 합니다. 사람의 일대를 30년이라 본다면 약 4대(代)가 되고 따라서 기제사를 지낼 때 4대 봉사를 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아무리 좋은 길지에 무덤을 썼더라도 그 발복의 기간은 120년을 넘지 못한다 할 것이며 아무리 흉지에 무덤을 썼더라도 그 재앙의 기간 또한 120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간에 또 다른 조상의 무덤이 있다면 거기에서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되겠지요. 그런데 수백년이 지난 무덤자리를 놓고 아직도 그 무덤의 영향으로 후손들이 잘 되고 있다느니 또는 특정한 한 조상의 무덤발복으로 인해 집안이 번창한다는 말은 참으로 믿기가 어렵다 하겠습니다.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흉지에 시신을 매장하면 조상의 뼈가 까맣게 부식되고 산화되어 120년을 지탱하기 전에 없어지거나 또는 지반의 변동으로 시신이 사라져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이럴 경우 그 후손들은 조상의 뼈가 없는 집안이 됩니다. 그런데 길지에 시신을 매장하면 피와 살은 육탈되고 살 속의 지방이 뼈에 붙어 뼈의 색깔은 누렇게 되는데 이를 황골(黃骨)이라 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가 가장 좋은 상태로 후손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후손들은 조상을 좋은 곳에 모신 것을 긍지로 삼게 되는데 이때 하는 말이 “우리 집안은 뼈대 있는 집안이다.”입니다. 즉 조상의 뼈가 건재하니 번창할 가문이라는 뜻이 됩니다.
조상의 시신을 효도하는 마음에서 길지에 모시는 것은 풍수사로서 얼마든지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조상의 무덤으로 인해 발복을 기원하는 마음이라면 저는 이를 인정하기 매우 힘듭니다. 풍수서 설심부에는 유덕지인 봉길지(有德之人 逢吉地)라 하여 평소에 덕을 많이 쌓은 사람만이 천장지비(天藏地秘)의 명혈(名穴)을 만날 수 있고 악인(惡人)이 명혈길지를 찾아 들어가면 그 즉시 땅은 흉지로 변한다고 합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마감하겠습니다. 결론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출처 :신비한 약초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 한이정(韓 頤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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