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간에 임금(王)이 서 있다. 궁 안으로 들지도 못하고 궁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를 일러 윤(閏)이라 한다. 임금마저 불안해서 문간을 서성대었다고 하는 것이 윤달(閏月)이다. 날자(曆日)와 계절이 일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4월에 꽃이 피었다면 금년 4월에도 꽃이 피어야 혼란이 없고 과거의 농경 사회에서는 더더욱 역일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으면 커다란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인위적으로 한 달을 삽입함으로써,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태양년(太陽年)과의 오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몇 태양년 동안에 몇 번의 윤달을 넣어야 하는 것이 그러나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태양년이 365 일도 아니고 좀 정확하게 따져보면 365.242196 일이고, 달의 지구공전 주기(朔望月)도 29.530588 일이다 보니 까다로운 것이다. 옛 사람들은 기원전 589 년에 와서 19년에 7 개의 윤달을 두면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의 일이며, 고대 천문학이 발달했던 바빌론보다 100 년이 앞섰다. 그러나 이 실용적인 19 년 7 윤달법도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며, 좀 더 정확성을 기하려면 1028 년에 376 번의 윤달을 넣으면 된다.
월일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고 변동이 심하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4 절기를 넣게 되었으니 우리가 쓰던 음력은 실은 태음태양력이다. 24 기는 태양년에 맞춰져 있는 것이기에 절기가 드는 일자는 양력으로 해마다 거의 같은 날자가 되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면 입춘은 해마다 양력 2월 4일경이다. 그러면 이같이 머리 아파지는 얘기는 이 정도에서 접어두기로 하고, 윤달에 얽힌 풍속과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라는 책이다. 조선 순조 때의 홍석모라는 학자가 쓴 책으로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들도 포함해서 우리의 세시풍속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세시풍속이란 철이나 계절에 따른 풍속을 말한다. 수의를 장만하면 부모님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또 윤달에는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속설도 있다. 이런 얘기들은 지금도 여전히 나름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왜 이런 유래가 생겼는지 알아보자. 윤달이란 없던 달을 끼워 넣는 것이니 일종의 보너스 달인 셈이다. 옛 사람들은 윤달이 들면 그만큼 공짜로 여분의 삶을 산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이는 상식이 부족한 소치이지만, 역법에 대해 잘 몰랐던 일반인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그리 무리도 아닐 것이다. 일종의 보너스가 된다. 어떤 행동을 해도 늘 하늘의 뜻을 살피던 우리 조상들은 이 기간 중에는 어떤 일을 해도 원래 없는 것이므로 하늘도 모르고 귀신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윤달에 수의를 해두면 저승사자들도 모를 것이라 여겼다. 우리 민속의 저승사자들은 지극히 인간적인 데가 있어서, 병든 자, 즉 조만간 데려갈 자의 집안 사정도 살피면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데려갈 사람의 집에서 아직 수의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좀 더 말미를 주어 수의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다. 저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려줄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윤달에 수의를 장만하면 장수한다는 민간신앙의 기원이다. 윤달은 아예 없는 세월이라 모든 것이 허사라 여겨졌던 것이라 그런 속설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음력을 기준으로 국가 일을 관장하였기에, 평년에 열두달로 예산 편성을 했지만, 윤달이 든 해에는 13 개월의 예산을 준비하거나 추가경정예산을 짜기도 했었다. 공무원들은 윤달이 든 해면 녹봉을 한 번 더 받았던 것이다. 평민들은 윤달이 든 해에는 일종의 강제노동인 부역을 나가기도 했는데 이를 윤월역(閏月役)이라 했으며, 노역 대신에 돈으로 바칠 수도 있었으니 이를 윤모은(閏耗銀)이라 했다. 윤달이 든 해의 계절은 평년에 비해 길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윤달이 든 해에는 소나 말, 개와 같은 가축들이 임신을 잘 한다고 일러왔는데 이 역시 햇빛이 더 길다고 여겼던 착각의 소산이다. 지금까지 알아보았듯이 윤달은 일종의 없던 세월이 주어진 것으로 여겨 많은 풍속과 민속신앙이 생겨났는데, 근본적으로 역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야기되는 것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조상들이 바라보았던 우주관과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윤일(閏日)에 대해 사람들은 그저 하루 거저 주어졌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기에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감정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윤일 역시 달력과 태양년과의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전 세계가 사용하는 달력 제도를 그레고리력이라 부른다. 이는 16 세기 당시 로마 교황인 그레고리 13 세가 그 당시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새로운 달력 시스템으로 변경한 데서 주어진 이름이다. 이는 춘분부터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니 세상에 봄볕이 가득하고 만물이 되살아나니 부활절의 의미인 것이다. 니케아 종교 회의 당시였는데, 1년으로 잡고 있는 날수에 오차가 발생하다보니 그레고리 교황 시절에 와서는 무려 10 일간의 오차가 발생해버린 것이 말썽이 되었다. 1582년 3월 11일부터 20일까지를 건너뛰고 3월 10일 다음날을 바로 3월 21일로 한다는 새 역법을 공포한 것이다. 아예 10일을 없애버린 것이다. 날을 없애버릴 정도이니 정말 엄청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근본 원인은 1년의 평균 길이를 365 일과 1/4일로 하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실제 태양년은 365.242169 일이니 오차가 있는 것인데 세월이 가다보니 그런 큰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1년에 0.007809일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는 11분 14 초 정도의 오차가 된다. 이것이 니케아 회의로부터 1257 년이 지나다 보니 9.82 일의 편차가 생긴 것이다. 윤일이 들어가는 윤년을 4년에 한 번씩 두되 연수가 100의 배수인 해에는 윤일을 두지 않고, 다시 40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에는 다시 윤년을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태양년과의 오차는 3000 년 만에 하루가 발생하게 되니 그런대로 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현행 그레고리력은 그 점 외에는 별 장점이 없고, 오히려 단점이 더 많은 제도이지만 이미 전 세계가 거의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관행으로 인해 다시 개정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워버렸다. 결국 지구와 태양과의 관계를 본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역법(曆法)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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