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 지지 마 / 시바타 도요(일본 99세시인)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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