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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가로수
“동방에서 건너와 내 정원에 뿌리내린 이 나뭇잎에는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어 … 둘로 나누어진 한 생명체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것일까 … 마침내 참뜻을 알게 됐으니 그대는 내 노래에서 느끼지 못하는가 내가 하나이면서 둘임을. ” 대문호 괴테가 66살 때 사랑에 빠진 30살 여인에게 보낸 ‘은행나무 잎’이란 연애시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면 젊은 남녀가 은행나무 주위를 돌거나 은행나무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 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1000년 이상을 살고 암수 구별이 있어 마주봐야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의 특징을 살린 애정 표현 방식이다. 또 은행나무는 마주보고만 있어도 결실을 맺으니 순결한 사랑도 상징한다. 과거 경칩은 오늘날의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연인의 날’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가로수 은행나무 열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노랗게 익은 열매에서 구린내가 나 치워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떨어진 열매가 밟혀 으깨지면 악취는 더욱 심하고 길도 지저분해진다. 자치단체별로 이맘때면 기동반을 편성해 열매를 털고 떨어진 것은 수거하고 있으나 암나무가 워낙 많아 역부족이다. 열매를 줍거나 몰래 열매를 따 가는 시민도 줄어들고 있다. 중금속 오염 우려 탓이다. 전국의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24%로 벚나무(25%) 다음으로 많다. 도시지역은 40%를 웃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많은 것은 생장이 빠르고 추위와 더위는 물론 대기오염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산소 배출량이 많으면서 이산화황 흡수력은 뛰어난 장점도 있다. 단점이라면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단체들은 새 가로수로 수은행나무만 심거나 기존 암은행나무는 수나무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산림청이 ‘은행나무 성(性)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한 덕분이다. 그 전에는 15년 이상 자라 열매를 맺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암수를 구분할 수 없었다. 이러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홀아비’나 ‘숫총각’만 남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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